포커스 / 동향

2018 비엔날레 프리뷰: 인터뷰(2)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큐레이터,
크리스티나 리쿠페로(Cristian Ricupero)
/ 외르그 하이저(Jörg Heiser)

posted 2018.08.10

2018 부산비엔날레; 비록 떨어져 있어도


2018 부산비엔날레 포스터 ⓒ부산비엔날레

2018 부산비엔날레 포스터 ⓒ부산비엔날레

2018부산비엔날레(이하 부산비엔날레) 전시주제는‘비록 떨어져있어도(Divided We Stand)’. ‘뭉치면 살고, 떨어지면 죽는다’라고 하지만, 떨어져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 모든 관계망 사이의 간극에 대한 물리적, 정치적, 문학적, 심리적 해석을 미술의 영역에 닻을 내려, 부산에서 재현되는 것. 오는 9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65일동안 열릴 예정이며,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집행위원장 최태만)에 의해, 부산현대미술관과, 부산 소재 (구)한국은행 부산본부(이한 한국은행)에서 개최된다.

공개모집으로 채택된 큐레이터 듀오인 크리스티나 리쿠페로(Cristina Ricupero, 이하 리쿠페로)와 외르그 하이저(Jörg Heiser, 이하 하이저)가 전시감독(리쿠페로)과 큐레이터(하이저)로 나섰다. 미술 비평가, 연구자, 이론가로서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주제를 부산이라는 지역적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해 보일 것인가가 화두인 셈. 부산비엔날레는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를 통해, 이번 비엔날레가 개최지인 부산의 지역적 정체성과 융화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한국미술과 부산에 관한 자문이 가능한 인사들과 협력하여 비엔날레를 이끌 예정이라 밝혔다. 또한 부산 소재의 대학과 국제기구들과 연계해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영화 문화가 발달한 부산 도시의 인프라를 활용한 필름 상영도 구상 중이이다.
공상과학이라는 장르 문학 속에서 주제와 연계된 측면 역시 등장 예정이며, 특히, 전시장소인 한국은행이 주는 웅장하면서도 시간이 박제된 듯한 인상적 장소성을 포착하고 맥락을 이어나갈 계획. 큐레이터 하이저의 말을 빌리면, “유토피아가 지옥일 수도 있고, 동시에 위험한 상황이 때로 새로운 세계를 여는 희망의 단서”가 된다면서, ‘디스토피아적 유토피아’, ‘유토피아적 디스토피아’라는 양가적 특성을 가진 공상과학의 문학적 표현이 이 시대의 수많은 분열과 논쟁을 고찰하는 의미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은행 개최예정지는 이러한 문학적 테제가 미술 전시로 재현되기 좋은 장소라는 희망을 보였다.

60여 작품이 소개될 예정인 이번 전시의 규모는 타비엔날레에 비해 작품 수를 줄이고, 내용을 꽉차게 채울 예정이다. 이는 지금의 비엔날레가 몸집을 키우는 규모의 경쟁 속에서 필요 이상의 과시적이고 소모적으로 변해가는 현상 속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다. 작은 규모지만 확실하고 응축된 주제 전달, 부산의 지역적 정체성에 대한 이해와 활용, 한국미술과 부산의 문화의 맥락을 존중하고 함께 이어가는 방식을 통해, '비록 떨어져 있어도' 살아날 방법이 있음의 미술의 해법을 보여줄지, 많은 기대와 궁금증을 일으킬 부산 비엔날레. 아트로가 전시감독과 큐레이터를 만나 직접 물어보았다.



인터뷰(2) : 전시감독, 크리스티나 리쿠페로(Cristian Ricupero) /큐레이터, 외르그 하이저(Jörg Heiser)

티나 리쿠페로(Cristina Ricupero) 크리스티나 리쿠페로(Cristina Ricupero) / 2018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크리스티나 리쿠페로 (Cristina Ricupero)는 파리에 기반을 둔 독립 큐레이터이자 예술평론가이다. 리쿠페로는 현재까지 여러 국제 전시에 관여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2016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의 자문위원, 그리고 외르그 하이저(Jörg Heiser)와 더불어 《Nuit Blanche Monaco》(2016)의 공동큐레이터로 활동했다. 또한 리쿠페로는 바네사 뮐러(Vanessa Müller)와 함께 오스트리아 비엔나 Kunsthalle에서 《New Ways of Doing Nothing》(2014), 네덜란드 로테르담 Witte de With와 이탈리아 밀라노 Padiglione d’Arte Contemporanea까지 순회한 대규모 그룹 전시 《The Crime was almost perfect》(2014) 등을 공동 기획하였으며, 4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후자의 경우, 2013년 브라질 상파울루 Galeria Vermelho에서 선보였던 《Suspicious Minds》라는 전시를 토대로 구성했다. 그리고 스위스계 독일인 작가 파비안 마티(Fabian Marti)와 함께 독일 Ursula Blickle Stiftung에서 진행된 《Cosmic Laughter – time wave zero then what?》(2012), 독일 프랑크푸르트 Schirn Kunsthalle와 프랑스 CAPC de Bordeaux에서 열렸던 《Secret Societies》(2011)를 공동기획 하기도 했다.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 유럽 섹션 커미셔너로 참여했던 리쿠페로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헬싱키 노르딕 현대미술관(Nordic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 Institute)에서 큐레이터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런던 ICA에서 전시부분 협력감독으로 일했다. 또한 Frieze Magazine을 비롯한 여러 간행물에 기고는 물론,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 오스트리아 린츠 예술대학교(Kunstuniversität Linz), 스위스 제네바고등미술학교(HEAD Geneva), 네덜란드 산트베르흐 연구소(Sandberg Institute),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Universität der Künste Berlin) 미국 MIT 예술문화기술프로그램(program in art culture and technology) 등에서 다수의 강의와 특강을 진행했다.
티나 리쿠페로(Cristina Ricupero) 외르그 하이저(Jörg Heiser) / 2018부산비엔날레 큐레이터
외르그 하이저(Jörg Heiser)는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미술이론가, 큐레이터이다. 1997~2017년까지 20년 동안 런던 프리즈 아트 매거진(frieze art magazine, London)에서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계속해서 칼럼니스트로 글을 쓰고 있다. 또한, 1997년부터 독일 남부의 대표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의 고정 기고가이기도 하다. 하이저는 미술사 박사 학위를 수료하고 철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6년부터 베를린 예술대학(the University of the Arts, Berlin) 교수이자 Institute for Art in Context의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참여한 전시 프로젝트로는 《Monaco Nuit Blanche》(2016, 크리스티나 리쿠페로(Cristina Ricupero)와 공동기획), 4개의 그룹전 시리즈 《Hybrid Naples》(2013/2014, 이탈리아 나폴리 Fondazione Morra greco/Madre museo d’arte), 《Trailer Park》(2010/11, 이탈리아 바리 Teatro Margherita), 《Fare Una Scenata/Making a Scene》(2008, 나폴리 Fondazione Morra greco/Madre museo d’arte, 도록), 《Romantic Conceptualism》(2007/8, 독일 뉘른베르크 Kunsthalle, 오스트리아 빈 Bawag Foundation, 도록), 그리고 《Funky Lessons》(2004, 독일 베를린 Buero Friedrich, 오스트리아 빈 Bawag Foundation, 도록) 등이 있다.
하이저는 또한 2008년부터 2013까지 댄 폭스(Dan Fox)와 제니퍼 히기(Jennifer Higgie)와 함께 오노 요코(Yoko Ono)에서부터 다니엘 뷔렝(Daniel Buren),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부터 메레디스 몽크(Meredith Monk)까지 저명한 현대 예술가와 지식인 다수를 초청한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의 토크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기획했다.
출판과 도록 제작에도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하이저는 2018년 4월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아드리안 파이퍼(Adrian Piper)의 회고전 도록에 20,000자 에세이를 작성했고, All of a Sudden. Things that Matter in Contemporary Art (Sternberg Press, 2008), Sculpture Unlimited I and II(에바 그루빙어(Eva Grubinger)와 공동 편집, Sternberg Press, 2011, 2014), Double Lives in Art and Pop Music(Sternberg Press, 2018년 6월 출간 예정) 등에 기여했다.

인터뷰이 :
크리스티나 리쿠페로(Cristina Ricupero, 2018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이하 R)
외르그 하이저(Jörg Heiser, 2018부산비엔날레 큐레이터, 이하 H)


구술정리‧진행 :
박은정 (더아트로 에디터)
표예인 (영상커뮤니케이션학)


이전의 큐레이션 경험을 말해달라. 어떻게 팀이 되었는가?


H(외르그 하이저): 처음 모나코에서 프로젝트를 했다. 2016년 4월에 모나코에서 퍼포먼스 페스티벌 큐레이션을 맡았고, 그 때 크리스티나에게 함께 하자고 했다. 페스티벌은 단 하루만 진행되는 행사였다.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다.


R(크리스티나 리쿠페로): 같은 계열에서 서로 알고 지낸 지인이었고, 서로 함께 알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많다. 하이저가 프리즈(Frieze)에 기고해달라고 요청해서 글을 쓴 적도 있었다.


팀이 되어서 함께 일하는데, 좋은 시너지는 무엇인가? 최근에 콜렉티브의 협업 방식이 자주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H: 콜렉티브는 적어도 3-4명이 함께 일하는 것이지 않나? 지금 우리와는 다른 방식이라고 본다. 콜렉티브는 싸우기 쉽고 분열하기 쉽다. 외부로부터 서로가 보호막이 되기도 어렵다. 하지만, 물론 잘 되는 경우에는 시작 단계에서 이론적 체계를 잘 세운다면, 괜찮은 방식이 될 수도 있겠다.


R: 우리의 경우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나는 큐레이팅 경험이 많고, 하이저는 작가와 편집자로 일해왔다. 그래서 어떤 균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가까운 사이에서 같이 일할 때 오히려 더 힘든 경우도 있으니, 지금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H: 각자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다는 게 보완적이다. 크리스티나는 브라질 국적이고, 나는 독일사람이다. 크리스티나는 파리에 살고 나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심도있는 주제들과 이에 관한 전시에 관심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다.


이번 비엔날레를 시작하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R: 우리가 이 포지션에 지원했을 때는 12월이어서 사실 그다지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시간이 없었지만 우리는 이미 구체적인 테마가 머릿속에 있었기에, 이를 시작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작업해왔다. 전시 주제는, 와이저가 베를린 워크샵에서 날 초대했었는데, 그 때 2주동안 이 주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있었다. 마침 부산비엔날레 공고가 나왔고, 마치 운명처럼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


H: 베를린은 분단된 도시이고, 그런 상황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를 비교하면 어떨까. 이 부분이 모든 시작이었다. 이후에 냉전, 미래, 공상과학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아이디어로 이야기가 확장되었다.


R: 한국 역시 분단국가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난 한국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2006년에 광주 비엔날레에서 유럽 부문 큐레이팅을 했다. 여러 아트 토크나 전시에도 함께 했었다. 또 나는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맡은 경험이 다수였다. 이게 내 첫 프로젝트가 아니다. 2006년 광주에서 유럽 섹션의 큐레이터를 맡은 적이 있고, 토크에 초대받은 적도 있고, 카탈로그 에세이를 쓴 적도 있고, 수상 위원회에 속해있던 적도 있다. 최근에는 백지숙과 함께 2016년 《미디어시티서울》의 컨설턴트였다. 여기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었기에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은 내게 미지의 개척지가 아니었다.


2018년 6월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 부산비엔날레 개최 예정지.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2018년 6월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1963년에 완공한 한국은행 부산지점 건물로, 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70호로 지정되어있다.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한국의 역사적, 지역적, 경제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이다. 1909년 한국은행 부산지점으로 개점한 후 일제강점기에 조선은행 부산지점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해방 후 다시 한국은행 부산지점으로 개점하였다. 특히 한국 전쟁 중 실시한 두 차례 화폐 개혁이 모두 한국은행 부산지점에서 시행된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1963년엔 옛 건물을 철거하고 한국 건축가 1세대인 이천승의 설계로 지금의 근대식 건물이 탄생하였는데 근대적 조형과 기능성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금융건물로 손꼽히고 있다.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과 부지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9월 25일 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70호로 지정되었으며 앞으로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 ⓒ부산비엔날레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1963년에 완공한 한국은행 부산지점 건물로, 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70호로 지정되어있다.

분단되고 추방당한 경험과 그로부터 생긴 트라우마를 다루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예술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H: 예술은 이미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다. 많은 작가들이 트라우마를 다루려고 하는데 이들이 모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라우마가 있건 없건, 이를 다루고, 감정적인 방식이나 지성의 방식으로 풀려고 한다. 지성적인 측면으로는 이들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하는데 이게 치유의 첫 단계다. 우리는 치료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서, 나는 해결책과 구원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런 목적과는 요원하기에 우리는 이를 ‘사이코매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지도화하는 것은 지형을 바꾸는게 아니라 그저 처음부터 지형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자각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게 그저 첫 단계인 것이다. 예술가들은 그래도 중요한 역할이 있는데, 때로는 예술가들이 과학자들이나 역사학자들보다 무언가를 처음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때로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예술가들이 알아차리는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산은 특징이 강하고, 한국의 근현대사를 함축적으로 포함한 도시인데 당신들이 보는 지역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비엔날레에 이를 표현할 것인가?


H: 솔직히 말하면, 2월에 되어서야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우리가 원하는 정도까지 부산을 완전히 탐구할 시간이 없었다. 만약 2년 정도 시간이 주어졌다면 여기서 몇 달을 살면서 리서치를 하겠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약간의 인상과 정보는 있었다. 나에게 부산은 베를린과 비슷한 거주자 수를 갖고 있지만 더 크고 넓게 포진된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차가 많고 넓게 퍼져있는 미국의 도시확산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부산은 항구도시다. 물론 저항과 마지막 보루로서의 한국전쟁 동안 부산의 역할과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점령기간 동안 일본의 항구로 역할했던 부산의 역사도 알고, 한국전쟁 이후 전쟁 피난민들이 이곳에 모여서 동네를 형성했던 것도 알고 있다. 부산에 대해서 우리보다 여기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있으리란 것은 안다. 그래서 선정된 이후 한국의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컨퍼런스를 열었다. 여전히 진행 중인 피난민들의 트라우마와 전쟁, 독재에 대해서 토론했다. 좋은 자문위원단들이고, 많은 도움을 얻었다.


R: 이 프로젝트를 청년 모임인 '플랜 B'와 함께 밑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부산 토박이들이고, 특히 영화 프로그램에 관해 일을 하고 있기도 해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부산국제영화제(BIFF)와 연락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진행해왔다. 또한 부산에 태어났거나 살고 있는 작가들의 새로운 작업을 소개할 예정이다. 일례로 작가 정윤선이 하는 버스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니는 독특한 프로젝트가 있다. 사람들을 데리고 몇 장소들을 돌면서 금지된 터부를 드러내는 퍼포먼스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주제를 함축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Min Jeong Seo

서민정, 〈순간의 총체 III〉, 2013. 발포 폴리스티렌, 철제 전선, 나일론 줄, 가변설치. ⓒ작가 ⓒ부산비엔날레
서민정의 작업에서 사회적 의미와 미적 평온함은 맞닿아 공존하는 지점이다. 작가는 최근 몇 년간 도자기로 작업을 해왔지만, 작가의 전작을 고려했을 때 깃털처럼 가벼운 폴리스티렌 판벽과 블록으로 만든 거대 규모의 설치작업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구조적인 외상의 흐릿한 잔재와도 같은 설치 작업은 사회를 형성하는 암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넌지시 암시한다. 서민정은 이번 부산비엔날레를 위해 새로운 건축적 개입을 구성할 것이다.
*서민정, 1972년 한국 부산 출생. 현재 부산 거주 및 작업

지역 역사를 가지고 전체 예술적 맥락을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아트 매핑을 만들어, 예술로 연결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인가?


R: 시간이 별로 없어서 우리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려했다. 지역성을 함께 가져가는 프로젝트라는 지점에서, 내가 만약에서 파리에서 전시를 한다면, 파리에 관해 구지 말하려 하지 않을 것 같다.
(하이저에게) 만약 비슷한 기회가 있다면 베를린에 대해서 할 것 같은가?


H: 사람들은 사실 베를린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지겨울거다. 우리의 이번 전시에서의 주된 강조점은 세계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를린에 살고 있는 칼리드 바라케(Khaled Barakeh)라는 시리아 예술가가 있는데, 그는 시리아나 독일에 대한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북아일랜드에 대해서 만든다. 그곳에 가서 분단된 지역에 살고 있는 자신의 경험과 대응하는 경험들을 발견했고, 이는 베를린에 살고 있는 시리아인인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라고 질문을 했다. 우리는 이것에 관심 있다. 예술의 충돌, 경험의 연결이 이 쇼의 주제다. 사이코매핑이란 단어는 다양한 지역들이 사람들에게 끼친 심리학적 영향을 보는 것인데, 지역이 다르지만 사람들의 경험이 비슷하기에 결국 비슷해진다. 고향에서 쫓겨나게 된 트라우마, 가족의 분리의 경험은 한국만의 경험이 아니다. 이곳의 중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라크에게도 중요한 경험이다. 모든 이슈들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고 세계에 가득하다. 물론 한국과 독일처럼 분단된 국가는 2차세계대전의 결과고, 이들과 무관한 사람들이 인종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비이성적으로 국가와 지역을 나눈 것의 결과다. 우리는 이를 계속 안고 살아가는데, 이게 이 전시의 주제다.


R: 모순적인 상황과 모호함, 긴장감과 편집증적 피해망상인 사람들의 적대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H: 공상 과학 장르에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생각해보면 늘 분단된 영토가 등장한다. 갈 수 없는 금기된 지역이나 건널 수 없는 벽이 있다. '헝거게임'처럼. 계급의 수직적인 구분이 수평적으로 지역/영토에 그려지는 것이다. 마치 상파울로에 있는 계급 분리와 지역 사이의 두터운 벽 처럼 존재하는 것이다.


R: 상파울로보다 리오데자네이루가 더 그렇다. 나는 상파울로에서 태어났기에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계급분리 이외에도 인종의 분리가 있는데, 이는 노예제도에까지 기원이 올라간다. 흑인들은 가난하고, 백인, 일본인, 유대인들은 많은 걸 가졌다. 도시 안에서 두터운 벽으로 각 계층의 주거지가 나뉘어져있다. 조용히 아파르트헤이트가 지속되고 있다. 다문화, 다양성이라는 표면 뒤의 실제로 존재하는 차별이다.


H: 지금 전세계에서 극우파 수장이 득세하고 있다. 필리핀, 브라질, 유럽이 그렇지 않나. 동유럽 중에서 특히 헝가리와 폴란드에선 언론 탄압까지 이루어진다. 발전과 자유의 순간 이후 과거로의 회귀가 진행되고 있고, 여태까지 발전으로 인해 생긴 문제들이, 뒤엉킨채 문제로 지속되고 있다. 그런 현상의 주용한 단서로 소셜 미디어를 들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양극화되고 분단된 영역이다. 잠깐 ‘정체성은 끊임없는 대화다’ 라는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의 유명한 말이 상기해보자. 현재 소셜 미디어를 보면 정체성은 대화가 정도가 아니라 끝없는 고함의 장까지 되어버렸다. 모두 고함만 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매체는 폭력적인 것을 선호한다. 이를테면,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폭력적인 언술이 더 잘보이도록 짜여져있다.


인터넷 알고리즘이 큐레이터로 역할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당신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알고리즘이 어떻게 예술과 문화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는가?


H: 이미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람들은 몇몇 우파 대표들이 당선된 이유가 그들이 소셜 미디어를 조작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름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게 모든 매체의 초기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파시즘이 태동할 때는 라디오의 시절이었고, 나치들은 집 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선동할 수 있었다. 반복되는 사회 현상이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이슈들을 이야기하려고 하나 관련된 모든 일들을 다루려고 하진 않는다. 다를 수도 없다. 선택과 집중으로 심리적 지형학에 집중할 것이다.


R: 중요한 것은 세계의 모든 일들을 설명하려는 보도자료를 만들거나,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다양한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한 데 모으고, 젊은 세대도 포괄하려고 했다. 근현대사, 특히 최근의 시간의 추이에 대해 방점을 찍을 것이다. 80-90년대 영화를 통해서 보여질 예정이다.


H: 1945년 이후 냉전이후를 다루면서, 80-90년대에 관한 작업들을 소개하려한다. 이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후 시점으로, 90년대 급격하게 변화하는 베를린에 관한 영화와 작업들이다.


스마다 드레이푸스(Smardar Dreyfus), 〈마더스 데이(Mother’s Day)〉, 2006-8. 비디오 설치. ⓒ작가 ⓒ부산비엔날레
1967년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당한 이후 분쟁 지역이 된 골란고원 서쪽 지역에 소수의 시리아 드루즈 아랍인들이 이스라엘 정착촌에 함께 살고 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될 때까지, 매년 ‘어머니 날’이면 드루즈의 어머니들은 휴전선 가까이에 모여 다마스쿠스로 유학 간 아들과 딸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모였다. 학생들은 시리아 측에 위치한 '샤우팅 힐'이라고 불리는 국경 경계지점까지 떠났는데, 이 곳에서 그들의 애정과 그리움의 메시지가 설치된 음향 증폭기를 통해 울려 퍼진다. 그리고 어머니들은 메가폰을 사용해 수백 미터 거리에 있는 아이들에게 응답을 보낸다.
이스라엘 태생의 런던에 기반을 둔 아티스트 스마다 드레이푸스(Smadar Dreyfus)의 멀티 파트 오디오 및 비디오 설치 작업에서는 어머니도 아이들도 보이지 않지만 안개 낀 풍경을 울리는 그들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어머니 날 모임이 여전히 열리고 있던 2006-8년에 처음 발표된 이 작품은 잊혀지지 않는 역사적 증거가 되었다.
*스마다 드레이푸스(Smadar Dreyfus), 1963, 텔 아비브/야바, 이스라엘 출생. 영국 런던 거주

Dias & Riedweg

마우리시오 지아스 & 발터 리드베그(Dias & Riedweg), 〈콜드 스토리즈(Cold Stories)〉, 2013. 8채널 비디오 및 꼭두각시 인형 설치 작업. ⓒ작가 ⓒ부산비엔날레
스위스, 브라질 출신 듀오로 활동하는 마우리시오 지아스와 발터 리드베그는 이번 부산비엔날레를 위해 2013년 작업인 〈콜드 스토리즈(Cold Stories)〉를 새롭게 각색하여 최근 공공의 웹 아카이브로부터 수집된 정치적 역사의 중요한 측면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작가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조명된 매스컴의 관심, 연속극, 노래와 신문과 같은 문서를 발췌하여 형형색색의 조각을 만들었는데, 이는 냉전 시대의 정치적이고 상업적인 선전의 도상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지구 온난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상기시킨다.
비눗방울에 담겨있는 다큐멘터리 이미지들은 점점 커졌다가 방울이 터지듯 사라지기도 한다. 이는 4개의 여정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은 체 게바라, 마오쩌둥, 존 F. 케네디, 니키타 흐루쇼프와 같은 오늘날 정치 역사의 중요한 도상을 꼭두각시 인형으로 등장한다. 그들의 인류학적인 연설은 작가가 유희적이고 불협화음적으로 재구성하여 광적이고 반복적인 정치적 만트라(진언)로 뒤바뀐다. 작가는 TV 앞에서 자랐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유년의 경험에 의존하여 성장하는 소비자 광고 산업과 냉전 시대의 폭발적인 TV 미학과 같은 역사적 혹은 국제적 사실들의 조합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을 비누방울과 꼭두각시 인형의 연극으로 표현하여 역사를 구축하는 사실들이 얼마나 덧없고 단편적인지, 혹은 왜곡적이며 조작 가능한지를 되짚어보며 다가올 미래 또한 이러한 역사로 반복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작가가 주목하는 냉전 시대가 바로 오늘날 영토 분열을 일으키는 시작점이다.
*마우리시오 지아스(Mauricio Dias), 1964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출생, 현재 리우데자네이루 거주 및 작업.
*발터 리드베그(Walter Riedweg), 1955년 스위스 루체른 출생, 현재 리우데자네이루 거주 및 작업

부산비엔날레 아티스트 수는 다른 비엔날레보다 적다. 이유는?


H: 우리가 많이 이야기를 하던 질문이고, 이에 대해서 ‘메갈로메니아’라는 과대망상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사람들은 더 많으면 좋다고 하지만 우리는 때로는 더 많은 것은 더 안 좋다고 생각한다. 집중과 진실한 교류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냥 더 많은 아티스트, 더 많은 전시장소(venue), 더 많은 관광객, 더 많은 돈…그저 숫자를 더해가는 것이다.
때로 다른 비엔날레의 경우 굉장히 얕은 테마(컨셉) 아래에 많은 아티스트와 작품들을 한데 전시하곤 한다. 마치 위에 씌우는 비닐 랩처럼. 그러나 우리는 구체적이고 강한 테마와 아이디어부터 시작하고, 그와 공명하는 작품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접근이다.


R: 새로운 발견과 젊은 작가들의 발견이 있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한국에 정착시키려고 했을 때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박만우, 임민욱, 백지숙, 이영욱이다. 박가희라는 젊은 한국 큐레이터를 초대하기도 했는데 젊은 세대 분야를 맡아서 열심히 공헌해 주었다. 우리가 유럽, 브라질의 관점만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주제를 함축하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또한 영어와 한국어가 완전히 같은 의미가 아닌 것도 흥미롭다.


R: '떨어져 있어도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뭉치면 산다가 아닌 의미로서. 그리고 한국어 제목은 약간은 유행가 제목 같기도 하고, 촌스러운 느낌도 있는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 자문위원단의 의견이 컸고, 좋은 선택이었다 생각한다.


H: 속담같은 유명한 문구인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국가/민족주의와 애국심과 관련이 있다. 예술가로서 우리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 의문을 던진다. 우리가 진짜 단결되어 있는가? 만약 단결되는 것을 그렇게나 좋아한다면, 무슨 대가에 우리는 단결되어 있는가? 예를 들어 식민지가 되는 대가 아래 단결되어도 좋은가? 이는 애국심과 국가주의에 대한 유명한 미국적인 문구의 분열이다. 모두 애국심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유머로 장난을 치는 것이다. 일종의 블랙유머랄까.


Henrike Naumann

헨리케 나우만(Henrike Naumann), 〈Deutschlandkarte〉, 2018. 캔바스에 오일. ⓒ작가 ⓒ부산비엔날레

Henrike Naumann

헨리케 나우만(Henrike Naumann), 〈2000〉, 2018. 설치 전경. ⓒ작가 ⓒ부산비엔날레
헨리케 나우만은 1984년 독일민주공화국의 츠비카우에서 태어났다. 나우만은 동독에서 자라면서 90년대에 지배적인 청년문화인 극우파의 이데올로기를 경험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츠비카우는 극우와 네오나치 그룹의 온상이다. 그녀의 작업은 인종주의적 사고에 대한 오늘날 폭넓은 수용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우익 테러리즘의 역사를 반영한다. 1989년 이후 독일 통일의 여파로, 작가는 급진화의 구조,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그들이 개인적인 경험과 청년 문화와 연관이 있는지를 다룬다. 나우만은 개인적 미적 취향의 양면성을 통해 상반된 정치적 의견의 마찰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작가는 예전에 두 개(그러나 어떤 점에서는 여전히 분단된 국가)의 '평범한' 독일인의 삶을 반영하는 수집된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 물건을 사용한 원근 도법의 공간과 함께 비디오와 사운드를 결합한 몰입 형의 설치를 선보인다.
*헨리케 나우만(Henrike Naumann), 1984, 츠비카우,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 및 작업

(하이저에게)예술과 대중문화에 관한 책을 쓴 것으로 알고있다. 이 둘 사이의 연계지점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이 궁금하다.


H: 전문적인 영상 예술가(visual artists)이자 음악가인 작가와 작업에 관심이 있다. 오노 요코 (Yoko Ono)같은 작가처럼. 예술과 팝음악의 관계의 역사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늘 관심있게 보고있다. 11월에 새로운 책도 나온다.


그동안 연구해온 관점에서, K-pop이나 한국 문화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H: 한국문화가 전세계로 수출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딸이 더 잘 알 것이다.(웃음)
한국 문화 중에서 영화에 대해서 특히 관심이 많았고, 그 내용과 또 부산영화제 같은 소식에 늘 관심이 있었다. 한국영화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확실한 것은 가장 전 세계로 흘러가는 예술의 형태는 영화란 것이다. 또한 이번 비엔날레에서 부산영화제와 협업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부산이 가진 문화적 장과 미술을 연계하는 시도라 생각한다.


Ming Wong

천민정(Mina Cheon), 〈엄마 라이지즈: 투워즈 글로벌 피스(Umma Rises: Towards Global Peace)〉, 2017. ⓒ작가 ⓒ부산비엔날레
뉴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학자, 교육자인 천민정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현재 서울과 볼티모어, 뉴욕 사이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정치적 팝 아트 '폴리팝(polipop)'을 주제로 전시해 왔다. 작가는 글로벌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파괴적이지만 도발적인 방식으로 정치와 대중예술을 가로지르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특히, 지정학적이고 경쟁적인 공간과 정치적인 팝 아이콘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세계 미디어 문화에 있어 아시아와 서구 세계의 관계에 대응하고 있다. 작품은 뉴미디어, 비디오, 설치 및 퍼포먼스 뿐만이 아니라 회화 및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재료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성된다. 천민정 작가는 2004년부터 북한에 대한 인식과 한반도 통일 및 세계 평화 사업을 위해 노력해왔다. 작가는 프린트 시리즈 〈행복한 북한 아이들〉과 〈행복한 북한 소녀(김일순)〉를 통해 “포스터나 출판물뿐만이 아니라 문화행사와 기관을 통해 대중에게 선전을 전파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담았다고 묘사한다.
*천민정(Mina Cheon), 1973, 서울, 한국 출생, 미국 볼티모어 거주

비엔날레에 비디오 작업이 많은 편이다. 테마를 전달하기에 좋은 매체인건가?


R: 비디오 아티스트라고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이미 퇴화해 버린 단어다. 영상이나 사진의 다양한 매체가 혼재된 무빙 이미지라고 보는게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H: 이번 전시에는 영화도 있고 비디오도 있지만 사진, 조형물, 개념예술도 있다. 모든 매체가 다있다고 할 수 있다.


R: 물론 영상 매체가 많고 영화적 관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나나 하이저, 둘다 영화광이고 관심이 많기도 하다.


H:영상매체는 사이코매핑이라는 비엔날레 전체 주제를 드러내기에 좋은 매체이다. 분단 국가의 집단 경험과 또 그것이 주는 섬광같은 인상을 강하게 이미지화시켜 표현할 수 있다. 심리적 지도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방식이라 생각한다.


R: 무빙 이미지 작업은 이야기를 말하기 때문에 또다른 결을 갖는다. 비교하자면 몰입형 설치예술과 같은 경우 이야기를 들려주진 않지만 이것들은 경험과 느낌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러티브와 스토리를 전달하는 영상 이미지가 많지만 우리가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공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보다 좋은 결과물이 나올것 같다.


H: 영화 작업과 관련해서, 베를린을 공허한 중심이라고 보는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한 통일 이후 90년대 베를린에 대한 헨리케의 작품도 있다. 후자는 가구와 영상 작품이 복잡하게 엮여있는 작품이다. 독일에 대한 문제의식과 고민이 들어간 작업이다.


R: 하지만 베를린이나 베를린 예술가들이 다수 포진할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 전시에는 독일인이 아닌 예술가들도 많고 베를린 이외에 다양한 관점도 존재한다. 또 많은 작가들이 베를린에 살지만 이들은 외국인이기도 하다. 그 부분이 놓쳐서는 안되는 지점이라 본다.


Ming Wong

밍웡(Ming Wong), 〈테일즈 프롬 더 밤부 스페이스쉽(Tales from the Bamboo Spaceship)〉, 2016–현재 진행중. ⓒ작가 ⓒ부산비엔날레

Ming Wong

밍웡(Ming Wong), 〈테일즈 프롬 더 밤부 스페이스쉽(Tales from the Bamboo Spaceship)〉, 2016–현재 진행중. ⓒ작가 ⓒ부산비엔날레
밍웡은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자이다. 작가는 2009년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인 러브 포 더 무드(In Love for the Mood)〉, 〈라이프 오브 이미테이션(Life of Imitation)〉과 같이 유머러스하게 성과 정체성의 고정관념을 전복시키는 상징적인 영화적 순간들에 대한 재해석으로 잘 알려졌다. 작가의 접근 방식은 〈트랜스템포럴 드래그(transtemporal drag)〉와 같이 묘사될 수 있고 코미디 요소와 함께 포스트 식민주의 패턴의 비평과 연관된다. 그는 2018부산비엔날레에서 그의 작업 〈테일즈 프롬 더 밤부 스페이스쉽(Tales from the Bamboo Spaceship)〉를 더욱 발전시킨 형태로 소개한다. 이 작품은 홍콩 영화와 중국 공상 과학이나 중국 미래파의 최근 탄생을 이야기하는 전통적인 중국 오페라의 역사 사이에서 대개 무의식적이고 종종 사실 같지 않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업은 북경으로부터 통제를 강화하지만 홍콩, 남중국과 디아스포라에서 나타나는 광둥 문화의 잔상을 설치와 퍼포먼스 요소와 함께 감상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밍웡(Ming Wong), 1971, 싱가포르, 베를린과 싱가포르에서 거주 및 작업

Ming Wong

임민욱, 〈만일의 약속〉, 2015, 비디오 설치. ⓒ작가 ⓒ부산비엔날레
한국의 분단은 남과 북을 막론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상 가능한 모든 삶의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임민욱 작가는 미디어 기술에 대한 고유한 접근 방식을 통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공유한 집단의 기억과 더불어 남한 사람들의 외상이 미디어에서 어떻게 완전히 다루어지지 않았는지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2018부산비엔날레를 위해, 크게 주목받았던 2015년 작 〈만일의 약속〉을 새롭게 확장,재구성한다. 작가는 1983년 방영된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장면들을 이용하여 서로 마주보듯 편집한 두 개의 스크린을 연출한다. 잃어버린 가족 정보가 적힌 사연 판을 손에 든 참가자들은 한국전쟁 중 겪었던 그들의 헤어짐을 비통하게 이야기한다. 때때로 스크린은 수직으로 양분되거나 여러 장면이 병치되며 헤어진 가족 구성원의 모습들을 확인 시켜주기도 한다. 상대가 오래 전 헤어진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의 상실감,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되찾은 이들의 폭발하는 듯한 환희와 희열이 교차한다. 전쟁 이후 수 십 년이 지났음에도 변함없이 닮은 외모와 상세한 기억들로 예견치 못한 상황에서 서로를 알아보게 되기라도 할 때는 그 감정의 무게가 한층 더해진다(네 등에 점 있는 거 기억 안나? 나한테 옷 만들어 주곤 했던 거 기억해?). 〈만일의 약속〉은 과거를 대하는 신체적,심리적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방송 스튜디오는 정치와 무관하게 작동하지 않으며, 완전한 행복의 생생한 감정들은 결국 미디어의 다양한 장치들에 의해 형성되고 전달된다.
*임민욱, 1968 대전출생, 서울 거주 및 활동

부산 비엔날레에서 관객들이 어떻게 공명할 수 있을지?


H: 보는 사람 입장을 고려하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큰 규모의 5개의 전시장이나 복잡한 구조 대신 두 장소에서만 전시를 진행하기로 했다. 부산은 길을 찾기에 어려운 도시이고, 많은 관객들이 여기 살지 않고, 보통의 이틀 촉박한 여정으로 여기에 온다. 그래서 두개의 장소로 집중해서 전시를 구성했다. 또한 부산현대미술관과 과거 한국은행 빌딩에 집중하는게 우리 주제나 다른 측면을 고려해서도 적절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둘은 건물 구조, 테마, 전시관이 달라서 다른 전시 형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하고,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의 건강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2주 동안 12개의 전시관을 다니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엘리트적인 발상이고, 기실 여유가 많은 경우나 가능한 일이다.


R:휴먼 스케일. 즉 인간적인 기준에서 모든 걸 시작했다. 이틀동안 경험하고 방문하는게 가능하도록. 두 전시관 중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박물관이고 다른 하나는 50년대에 만들어진 건물로 으스스하고 귀신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와 재앙을 다루는 공상과학 섹션을 여기에 두었다. 박물관은 정통 냉전 상황과 현재를 다룬다. 복잡하지 않게 설정했다. 보물찾기처럼 어려운게 아니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시작부터 심리적 주제를 강조했기에 사람들이 이 부분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Curator: Jörg Heiser(L), Artistic Director: Cristina Ricupero(R) ⓒTheArtro

큐레이터: 외르그 하이저(Jörg Heiser)(왼쪽), 전시감독: 크리스티나 리쿠페로(Cristian Ricupero)(오른쪽) ⓒTheAr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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