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세계 속 한국미술 메신저 (3)

posted 2019.01.18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열린 《조선미술대전(Treasures from Korea: Arts and Culture of the Joseon Dynasty)》(2014.3.2.-2014.5.26.)에 선보인 〈화엄사영산회괘불탱〉(국보 제301호) 설치 전경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열린 《조선미술대전(Treasures from Korea: Arts and Culture of the Joseon Dynasty)》(2014.3.2.-2014.5.26.)에 선보인 〈화엄사영산회괘불탱〉(국보 제301호) 설치 전경



기획·진행 박유리 기자





세계를 무대로 그려진 한국미술 별자리



필라델피아미술관 한국실 광경. 2007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지원으로 2008년 한국에서 보존처리를 마친 후 새로 장황된 〈봉황·공작도 쌍폭〉(사진 왼쪽)과 2015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공모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미르치과 네트워크의 후원을 받아 2016년 보존처리된 〈곽분양행락도〉(사진 오른쪽)

필라델피아미술관 한국실 광경. 2007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지원으로 2008년 한국에서 보존처리를 마친 후 새로 장황된 〈봉황·공작도 쌍폭〉(사진 왼쪽)과 2015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공모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미르치과 네트워크의 후원을 받아 2016년 보존처리된 〈곽분양행락도〉(사진 오른쪽)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열린 《조선 왕실, 잔치를 열다(In Grand Style: Celebrations in Korean Art During the Joseon Dynasty)》(2013.10.25.-2014.1.12.) 전시 광경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열린 《조선 왕실, 잔치를 열다(In Grand Style: Celebrations in Korean Art During the Joseon Dynasty)》(2013.10.25.-2014.1.12.) 전시 광경

이수경, 〈번역된 도자기〉, 2014. 도자기 파편, 에폭시, 24K 금박,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제3터미널에서 열린 《도자에 마음을 담다: 한국현대 도자작가 8인전(Dual Natures in Ceramics: Eight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2014.5.17.-2015.2.22.) 전시 광경 ©Asian Art Museum of San Francisco

이수경, 〈번역된 도자기〉, 2014. 도자기 파편, 에폭시, 24K 금박,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제3터미널에서 열린 《도자에 마음을 담다: 한국현대 도자작가 8인전(Dual Natures in Ceramics: Eight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2014.5.17.-2015.2.22.) 전시 광경 ©Asian Art Museum of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열린 《우리의 옷, 한복(Couture Korea)》(2017.11.3.-2018.2.4.) 전시 광경 ©Asian Art Museum of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열린 《우리의 옷, 한복(Couture Korea)》(2017.11.3.-2018.2.4.) 전시 광경 ©Asian Art Museum of San Francisco

찰스왕센터에서 열린 《포테이시아: 아시아의 포테이토이즘(Potasia:Potatoism in the East)》(2018.3.15.-6.15.) 전시 투어 장면, 사진©Yekatherina Okouneva

찰스왕센터에서 열린 《포테이시아: 아시아의 포테이토이즘(Potasia:Potatoism in the East)》(2018.3.15.-6.15.) 전시 투어 장면, 사진©Yekatherina Okouneva





세계 속 한국미술 메신저 12인 (계속)



임수아 Sooa Im
클리블랜드미술관 한국미술 큐레이터
McCormick Associate Curator of Korean Art, Cleveland Museum of Art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덕성여대 서반아어학과 졸업, 랏거스뉴저지주립대에서 미술사 석사와 홍익대 미술사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캔자스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학교 방문교수로 동양미술사를 가르쳤다(2014). 주요 전시로 《축제의 미술》(2014) 등을 기획했다. 2019년 1월 논문 “소빙하기의 맥락에서 재고해보는 조선시대 경직도의 제작과 그 의미”가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 임진왜란 시기 발생한 한·중 미술문화의 교섭을 연구 중이다.

미국으로 유학을 간 계기가 궁금하다.


학부 때 스페인어를 전공했는데 마드리드에서 어학연수 동안 미술사라는 학문에 관심이 생겼다. 미국에서 미술사 석사 과정을 다니며 동양과 서양, 중남미 대륙의 교류를 통해 탄생한 미술작품에 끌려 공부했다. 박사 과정에서 동양미술의 경제, 문화교류사를 연구해 18세기에 제작된 조선의 궁중기록화와 청나라 궁중기록화를 비교하는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클리블랜드미술관(이하 CMA)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어떻게 CMA에서 일하게 됐는가?


2015년 클리블랜드미술관 동양미술 담당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일을 시작했고 올해 Associate Curator of Korean Art로 승진했다. 그동안 한국 소장품은 일본미술 전공 학예사가 담당했는데, 우리 관이 설립된 이래 100년 만에 최초로 한국미술 학예사 직위가 독립적으로 생겨 의미가 크다.


CMA 한국실은 2013년에 설치되었다. 소장품 규모는 작지만 수준 높은 작품들로 구성된 것으로 유명하다. 향후 한국미술 소장품 확장 계획이 있는가?


2013년 일본/한국미술 학예사로 1년 여 재직한 선승혜 선생님이 KF 지원을 통해 한국실을 만들었다. 2016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진열장 교체 등 내부를 개조해 재개관했다. 한국 소장품 규모는 450여 점으로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품 소장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 관의 철학을 반영한다. 2014년에 부임한 윌리엄 그리스워드 관장이 2018년 3월 KF의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하여 2주간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여주의 왕릉과 경주 석굴암 등을 답사했다. 이후 한국 소장품을 좀 더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한국미술 학예사 자리를 위한 기금, 향후 10년에 걸쳐 한국실 공간 확대 등을 포함한 한국 소장품 및 한국실 발전 5개년 계획을 만들었다. 올해 초 양혜규의 〈The Intermediate–Naturalized Klangkoerper〉(2016)를 구입했고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주요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현대미술 담당 학예사와 협의 중이다.


2017년 10월 6일 저녁에 열린 K-pop 믹스파티 장면 © Cleveland Museum of Art

2017년 10월 6일 저녁에 열린 K-pop 믹스파티 장면 © Cleveland Museum of Art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지원으로 2016년부터 CMA가 소장한 한국 회화/도자 실태조사와 보존 및 활용 사업이 진행되었다. 어떤 과정으로 진행됐는가?


2016년에는 회화, 도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소장품 조사를 진행했고 2018년에는 박지선 용인대 교수가 일본 식으로 장황된 16세기 초 제작 산수화 작품을 우리나라의 전통 방식으로 재장황하여 보존 처리 중이다. 그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미국의 주요 미술관 대부분에 아직 한국미술 전담 큐레이터가 없어 일본, 중국미술 연구자들이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진행하는 조사와 출판은, 학예사는 물론 관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CMA는 2017년 《책거리: 한국 채색 병풍에 나타난 소유의 힘과 즐거움》 미국 순회전의 마지막 장소였다.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관람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김성림 다트머스대학 교수로부터 미국에서 전시를 열 만한 미술관을 찾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 미술관 소장품 중 2007년에 구입한 책가도 병풍도 있었고 내 연구 분야도 조선후기 회화였기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정병모 교수가 미술관을 방문해 전시과 책임자를 만나 작품들을 소개했다. 그 후 전시회 승인을 위해서, 전시 기획, 작품 선정, 그리고 전시 디자인 컨셉을 설명하는 두 차례의 발표를 거쳐, 개최가 최종 결정되었다. 우리 관에서는 조선후기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양반 소장가의 취향과 중인층을 중심으로 한 신흥 부자들의 취향을 비교하는 관점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병풍 외 양반들이 즐겨 소장한 명ㆍ청대의 도자기와 문방용품 작품들을, 책거리에 그려진 책장의 모습을 재현한 책장에 전시했다. 또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술관 소장품 중 책거리 병풍이 19세기 말 궁중 화가였던 이택균의 작품임을 밝힐 수 있었다.


해외에서 한국미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국내로부터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한국관이 있고 한국미술을 전담하는 학예사가 있고, 대여료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해외의 중요 미술관에 한해 명품 유물을 1년에 1~2점씩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좋겠다. 또한 미국내 동양회화 보존과학부가 있는 기관과 협의해, 한국회화 보존ㆍ복원센터를 만들어 보존과학부가 없거나 재정이 빈약해서 한국 회화의 보존 처리를 할 수 없는 기관의 한국회화 소장품을 보존하고, 해외에서 활동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국내의 기관 등이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나한도〉(1235). 현존하는 고려시대 나한도 10점 중 하나이다. CMA가 1979년 일본에서 구입하여 현재 한국실에 설치돼 있다. ©Cleveland Museum of Art

〈나한도〉(1235). 현존하는 고려시대 나한도 10점 중 하나이다. CMA가 1979년 일본에서 구입하여 현재 한국실에 설치돼 있다. ©Cleveland Museum of Art

미국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한국인(외국인)으로서 자부심이 들었던 순간은?


동양미술로 세계적 명성을 지닌 클리블랜드 미술관에 처음 만들어진,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KF,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은 고국의 많은 기관의 지원 역시 한국인이라는 데 큰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향후 전시 계획은? 한국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있는가?


현재 한국실에서 우리나라 불교미술을 주제로 상설전 《구원과 심판》이 진행 중이며 내년 1월부터 7월 초까지 북한에 소재한 도시와 명승을 소개하는 《DMZ 북녘 너머로의 산수》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9년 말에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노동과 창의성이 결집된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황금바늘: 조선시대의 자수》가 서울시 공예미술관(가칭)과 공동 주최로 개최된다. 향후 남북, 북미 관계가 진전돼 가시적인 결실을 보게 되면 남과 북에 소재한 명품을 아우르는 전시도 기획하고 싶다.


한국 독자(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관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한국 문화재를 소장하고 전시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연구 인턴을 채용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조사한 내용을 박물관 내부 데이터베이스와 미술관 홈페이지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있다. 작품명을 영어/한국어로 병기하고 간략한 작품 에세이도 홈페이지에 게시해 한국미술과 문화에 관한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교육기관 역할을 하려고 한다.





진진영 Jinyoung A. Jin
찰스왕센터 디렉터
Director, Charles B. Wang Center, Stony Brook University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컬럼비아대 미술사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스토니브룩대에서 문화분석과 이론으로 박사 과정 중이다. 주요 전시로 《아시아 차 문화》(2017) 《책거리: 한국 채색 병풍에 나타난 소유의 힘과 즐거움》(2016) 《오리가미 천국》(2015) 《위안부 모집〉(2014) 《삶의 궤적:한국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1945-1992》(2012) 《토이 스토리: 한국에서 온 장난감》(2008) 등을 기획했다.

미국으로 유학 간 계기와 어떻게 큐레이터로 일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한 후 1998년에 뉴욕주립대 미술경영 석사 과정으로 유학을 왔다. 첫 직장은 뉴욕의 상업 화랑이었으나 휘트니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등의 기관에서 인턴십을 하며 점차 비영리 단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귀국 여부를 고민하던 중 컬럼비아대 미술사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코리아소사이어티갤러리 디렉터로 일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을 했는가? 기관 소개도 함께 부탁한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한국의 정치, 경제 관련 포럼과 전시를 포함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비영리단체이다. 나는 아트 부서를 만들어 전시를 기획하고 미국 내 미술관과 대학교, 공공 도서관에 전시를 보내는 순회전시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특히 2007년 기관이 확장되면서 사진, 디자인, 공예, 만화, 보자기, 샤머니즘, 북한 미술 등 다양한 소재의 전시를 기획했다. 한국에 살면서 관심 갖지 못했던 한국 고유의 미와 문화, 역사를 배우는 기회였다.


2013년부터 재직 중인 찰스왕센터와 디렉터로 있는 문화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달라.


뉴욕 스토니브룩대학에 속한 찰스왕센터는 최근 타계한 중국계 미국인 찰스 왕이 2002년 5000만 달러(약 500억 원)를 기부해 지어진 12만 스퀘어피트(약 1만1000㎡) 규모의 아시아 문화센터이며, 나는 두 번째 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시, 공연, 강연, 설 명절, 일본 벚꽃 축제, 힌두교 빛의 축제 등 아시아 전체를 소재로 한 각종 문화 행사를 기획, 주최하고 있다.


이곳에서 열린 주요 전시를 소개한다면.


최근 열린 《Potasia: Potatoism in the East》(2018.3.15.-2018.6.15.)는 감자가 가진 이중성(영양분과 독성, 기아와 풍요, 결핍과 가족의 단합)을 풀어낸 작가 19인의 작품과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조명했다. 《Virtual Journeys》(2018.9.12.-2018.12.15.)는 중국 석굴과 사원을 가상현실, 3D기술을 통해 조명한다. 중국문화 유산을 첨단기술로 보존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디지털화 과정에서 사라지는 문화재의 아우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전시이다.


《Virtual Journeys》 전시 중 중국 용문석굴 내부 디지털 스캔 과정 ©Longmen Grottoes Research Institute

《Virtual Journeys》 전시 중 중국 용문석굴 내부 디지털 스캔 과정 ©Longmen Grottoes Research Institute

아시아 문화 전문 큐레이터로서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해외에서 기획되는 아시아 전시는 대부분 고미술과 같은 전통적인 주제를 다룬다. 언젠가 동료 큐레이터가 관객에게 받은 뼈 아픈 지적을 공유한 적이 있다. “이 전시는 아시아 버전의 디즈니랜드 같다.” 디즈니랜드 같은 환상과 고정된 이미지의 아시아를 재현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전시는 '아시아'라는 주제를 전달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순수미술만을 고집하지 않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시대와 지역을 넘어서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려고 한다.


지난 15년의 활동을 스스로 평가해본다면? 그와 함께 자부심이 들었던 순간은?


본래의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가 공부한 분야에서 전문직을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 진정한 리더 역할을 하는 게 아직도 어렵다. 자부심이 든 순간은 소소히 많다. 아시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소재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니 행사가 끝나면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많다. 그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문화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향후 전시 계획이나 진행 중인 연구가 있는가.


조선시대 말부터 일제강점기 사이에 남성 모자의 변화 상을 주제로 전시를 계획 중이다. 조선시대에는 사회적 지위, 계절, 의식에 따라 20종 이상의 남성용 모자가 사용됐는데 1895년 단발령 이후 일제 강점기동안 거의 사라지고 중절모, 파나마모자, 베레모 등이 그 빈 자리를 채웠다. 모자의 변화 과정을 통해 조선 사회의 변화와 서구화 유행, 신분의 부재, 식민지 정체성 등을 다룰 계획이다. 현재 소속 학교에서 박사 과정 중인데 근현대미술에 표현된 대량학살을 소재로 근대사에서 악의 이미지와 해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공부하고 있다.


한국 독자(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질문이 대부분 잘된 일 쪽으로 쏠린 것 같다. 실패의 경험으로 인터뷰를 한다면 더 긴 대답이 나올 것 같다. 요즘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큐레이터와 학자가 많아지고 있다. 양쪽 문화를 아우르는 이들의 특수성과 장점이 한국미술, 문화계에 큰 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김성림 Sunglim Kim
다트머스대학 한국미술사 부교수
Associate Professor, Dartmouth College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버클리대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캔자스주립대에서 석사를 마쳤다. 버클리대에서 19세기와 20세기 한국미술사를 중인의 역할과 활동을 중심으로 재조명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Flowering Plums and Curio Cabinets: The Culture of Objects in Late Chosŏn Korean Art』(워싱턴대 출판사, 2018) 외 다수의 책과 논문을 썼다. 한국 대학 교수들과 함께 『The Great Works』(창의지성교육, 2014) 시리즈를 출간했고 미술 부분을 담당했다.

미국에서 한국미술사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대학원 때 한 미술사 세미나에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1844)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한 서양미술사 교수가 ‘국보일 정도로 훌륭한 그림인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이 계기가 되어 ‘미국에서 한국미술사 수업은 왜 개설되지 않지? 중국, 일본미술보다 배우거나 가르칠 가치가 없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가르칠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한 중국미술사 교수의 대답을 들었고 이후 한국미술을 주제로 페이퍼를 꾸준히 썼다. 박사논문을 한국미술사를 주제로 쓰고자 했을 때 ‘한국미술 박사논문이 필요하다’는 교수님들의 지도와 격려로 논문을 쓸 수 있었다.


2011년부터 다트머스대 미술사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맡고 있는가?


많은 대학에서 한국미술사는 동양미술사 수업의 일부로서 간략하게 소개되는 반면 다트머스대에는 미술사학과와 아시아 프로그램(ASCL)에서 한국미술사, 한국문화와 역사 수업을 하고 있다. 그중 ‘한국 근현대미술’ ‘동아시아미술에서 여성과 젠더’ ‘동양과 서양의 만남’과 ‘영화를 통해 보는 한국’ ‘한국문화입문’이 인기 과목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미술사 교재용 영문 도서와 전시 도록이 출판되었고 영문학회저널에서도 한국미술사 논문이 계속 나오고 있다. 많은 학생이 한류의 열기로 한국의 대중문화와 북한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


KF와 현대화랑 후원으로 정병모 경주대 교수와 민화, 책거리를 주제로 한 전시 《The Power and Pleasure of Possession in Korean Painted Screen》(2016-2017)을 공동 기획해 미국 순회전(찰스왕센터, 캔자스대 스펜서미술관, 클리블랜드미술관)을 열고 현지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전시 준비 과정과 학계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2013년에 책거리 미국 순회전을 제안했다. 한국 관계자들은 민화를 소개하길 원했지만 나는 서양미술과 가장 연관성 높은 책거리(책가도)가 더 큰 관심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외 학회 발표 때마다 많은 관심 속에 질문을 받아왔고, 이탈리아 미술사학자 조이 켄세스(Joy Kenseth)와 함께 책가도의 원류를 서양의 스투디올로, 쿤스트카머와 연관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정병모 교수와 전시를 공동 기획하며 미국 박물관들과 접촉했고 전시 스케줄과 조건이 맞는 3곳을 결정했다.


책거리(책가도)를 처음 본 관람객들이 이런 작품이 있었냐며 놀라워했다. 전시 개최와 도록 출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책거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미술관마다 책거리 병풍 구입과 관련한 자문을 요청했다. 책거리로 논문을 쓰겠다는 박사과정 학생들 그리고 전 세계 학자들로부터 책거리 관련 이메일을 꾸준히 받고 있다. 책거리 연구는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2017년 4월 14일부터 15일까지 캔자스대학교 스펜서미술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화려한 채색화: 조선시대 책거리 병풍(Paintings in Brilliant Colors: Korean Chaekgeori Screens of the Joseon Dynasty)’에 참여한 발표자와 진행자들

2017년 4월 14일부터 15일까지 캔자스대학교 스펜서미술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화려한 채색화: 조선시대 책거리 병풍(Paintings in Brilliant Colors: Korean Chaekgeori Screens of the Joseon Dynasty)’에 참여한 발표자와 진행자들

한국미술이 해외에서 학문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어떤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업이 관건인 것 같다. 한국미술의 고유함과 독창성을 주장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 문화와 역사적 맥락에서 한국미술사의 역할과 그 안에서 한국의 고유성은 무엇인가를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서구 미술사학계에서는 ‘실크로드 연구’가 뜨거운 주제인데 신라 금관, 유리공예, 석상 등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큰 그림을 그려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면 높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연구 주제는? 향후 출판, 전시 계획이 있는가.


현재 한국 여성미술가와 후원자, 작가의 아내들을 연구하고 있다. 신사임당, 나혜석, 천경자, 이성자 화백에 대한 작가론 및 작품 연구 논문을 썼다. 이를 토대로 한국 ‘여성미술사’ 책을 쓰는 것이 다음 목표다. 또한 소산 박대성 화백의 미국 순회전을 버지니아 문(Virginia Moon) LACMA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 중이다. 2021년 여름을 시작으로 2022년 가을까지 미국의 미술관 4곳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국내외에서 한국미술사를 연구하는 후학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미술사뿐 아니라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을 두루 공부하길 권장한다. 공부할 때는 마치 점을 찍는 것처럼 서로가 전혀 연관 없이 보여도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연결되어 커다란 그림이 보일 때가 온다. 미술사에서는 작품을 실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국내외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다니며 특별전뿐만 아니라 상설전으로 작품 보는 눈을 키우며 책으로만 미술사를 공부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미국 학계에서 한국미술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고 최근 한국미술사 박사 논문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여전히 동양미술사 교수직에 중국, 일본미술사 전공자를 더 선호한다. 한국미술사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전문 인재 양성과 함께 그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하고 논문을 생산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해외 대학에 한국미술사 교수직과 연구직을 설치하는 데도 국내로부터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한국미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관심과 열기를 이어나가야 한국미술사가 더욱 성장하고 굳건해지리라 믿는다.





로잘리 킴 Rosalie Kim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아시아부 한국미술 큐레이터
Curator of Korean Art, Asian Department, Victoria and Albert Museum

1973년 벨기에 루벤에서 태어났다. 벨기에 루뱅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건축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런던 UCL바틀렛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브뤼셀, 앤트워프, 파리에 있는 건축사무소에서 일했다. 박사 논문 “The Hyphenation of the Void”는 2012년 ‘RIBA President’s Award’ 우수 박사 연구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V&A와 영국 왕립예술학교가 함께 운영하는 박사 프로그램에서 지도 교수를 맡고 있다.

빅토리아앤앨버트박물관(V&A)은 1992년 삼성의 후원으로 한국실을 개관했다. V&A가 영국 내 아시아/한국미술과 관련해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소개해달라.


V&A는 1851년 런던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 성공을 바탕으로 그 이듬해인 1852년 설립되었다. 총 230만 점 이상의 유물을 소장한 예술, 디자인 및 공연 박물관으로 전 세계의 뛰어난 공예품과 디자인 작품들을 영국의 제조업자와 디자이너들,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을 교육하고 창작 활동에 영감을 주기 위해 설립되었다. V&A의 아시아 미술 컬렉션은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뛰어난 컬렉션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한국 유물은 한국과 영국이 수호통상조약을 맺고 5년 후인 1888년 처음 영국에 입수됐다. 한국실은 1992년 개관했다.


2012년부터 V&A 한국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유럽에서 나고 자라 한국미술을 접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성장 배경에는 한국 문화가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국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시기에 서구 환경에서 성장한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했다. 나의 태생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과 그에 따르는 해답에 대한 간구는 제2의 천성이 되었고, 건축을 전공하는 동안 디자인과 공예, 미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 소양을 쌓으며 이에 대한 애착을 기를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면서 한국 미술, 디자인 및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2017년 오왕택 작가가 진행한 동아시아 옻칠 수업 워크숍 장면 ⓒVictoria and Albert Museum

2017년 오왕택 작가가 진행한 동아시아 옻칠 수업 워크숍 장면 ⓒVictoria and Albert Museum

한국미술과 관련해 V&A가 원하는 콘텐츠 기획 방향이 있는가?


V&A 큐레이터들은 시대별 컬렉션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큐레이터가 지닌 예술 외 다양한 분야의 배경지식이야말로 전시를 기획하고 소장품을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물관 내 한국에 관한 프로그램 기획이 나의 주 업무이고, 한국과 관련된 모든 업무에 참여하며 아시아 부서 등의 도움으로 소장품을 늘리고 학술 및 대중을 상대로 공공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재직 초기와 비교했을 때 V&A의 한국미술 소장품 규모나 한국실 구성 등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한국미술 보존처리가 필요한 경우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현재 한국미술 컬렉션은 900점 이상이며 지난 6년 간 영국 삼성전자 후원금으로 한국 현대공예품 및 디자인 분야로 소장품을 확대해왔다. 박물관 전체의 맥락에서 한국미술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소장품은 한국실뿐 아니라 박물관 내 다른 전시실에서 소개되기도 한다. 유물 보존/복원은 박물관 내 보존부서에서 진행되며 2016년에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한국 전문가들을 초빙해 한국 옻칠과 가구 보전에 대해 훈련을 받기도 했다.


V&A 소장품 중 한국 관객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것은?


V&A 컬렉션 중 ‘Cast Courts’‘Rapid Response Collection(RRC)’은 상반된 성격을 갖는다. Cast Courts 컬렉션은 19세기에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유명한 유럽 기념물과 건축물들의 석고 사본들이다. 현재 원본은 손상되고 풍화됨에 따라 이 사본의 중요성이 커졌다. RRC는 디자인, 제조업에 있어 세계적 영향을 미친 기술 발전 양상, 정치적 변화, 문화 현상을 반영한 제품들을 선보인다.


전시 기획 단계부터 자료 조사, 출품작 선정 등 전시 수립 과정이 궁금하다.


전시는 기획 단계부터 개최까지 3-5년의 시간이 걸린다. 전시위원회에서 기획 제안이 통과되면 큐레이터는 전시 아이디어를 개발할 권한을 부여 받는다. 최종 제안서가 승인되면 전시에 대한 특정 예산이 배정되고 전시기획을 위해 물류, 전시 디자인, 홍보 담당 프레스 및 마케팅, 기금 모금 담당, 출판팀, 학술 및 공공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교육 등 다양한 팀에서 지원을 받는다.


왼쪽 V&A 한국실 전경 ⓒVictoria and Albert Museum

왼쪽 V&A 한국실 전경 ⓒVictoria and Albert Museum

2015년 9월 13일에 열린 《추석: 한국 가족 대축제》 행사 중 ‘참여형 공연: 한국전래동화’ 장면 ⓒVictoria and Albert Museum

2015년 9월 13일에 열린 《추석: 한국 가족 대축제》 행사 중 ‘참여형 공연: 한국전래동화’ 장면 ⓒVictoria and Albert Museum

V&A를 통해 한국미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해외에서 한국미술과 디자인은 인도, 중국, 일본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서 관객이 중국이나 일본의 렌즈를 통해 한국미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어떻게 전달할지가 관건인데 역사적, 미학적 틀을 벗어나 동시대 맥락으로 선보이려고 한다. 한국 전통 가구가 인체공학적이고 목재 그리고 건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는 학생도 있었다. 분청사기가 한국에서 유래되어 일본도자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고 놀라워한 관객도 있었다. 2017년에는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Contemporary Korean Ceramics》를 개최했는데, 2016년 프랑스 리모주에서 열린 동명의 전시를 가져와 출품작 중 일부를 V&A의 한국 현대도자 소장품과 함께 재구성해 V&A 버전의 전시를 완성했다. 관객은 물론 영국 내 큐레이터, 갤러리, 컬렉터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해외에서 한국미술을 알리기 위해서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세계적인 제조, 유통 및 소비를 토대로 초국가적 역사의 넓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 문화만을 보여주는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특히 한국 학술 자료의 영문 번역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 정치적 맥락에서 역사적 수집에 대한 인식 및 관련성을 높이기 위해 한반도 양 측을 대표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향후 계획 중인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최근 연구 중인 주제가 있다면?


새로운 유물 보존 프로젝트, International Makers’ workshop 및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등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국미술 컬렉션을 확장해 몇 년 안에 한국실을 재단장하고 싶다. 한국 현대공예,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이와 관련한 현대 그래픽 디자인을 수집 중이다.


한국 독자(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V&A는 역사와 현대, 고급과 일상의 조화를 통해서 전 세계 디자인 트렌드, 기술, 교육 등의 진화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다. 현재 게임을 주제로 한 전시 《Videogames: Design/Play/ Disrupt》가 진행 중이다. 한국 독자들이 런던을 방문하실 때 V&A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한다.





※ 이어지는 ‘세계 속 한국미술 메신저’ 기사는 2019년 1월 3주차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 이 글은 월간미술 2018년 12월호(407호)에 수록되었으며,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미술세계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박유리

월간미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