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21세기, 뮤지엄을 새롭게!

posted 2019.08.27


기획·진행 정송 기자



The Humboldt Forum South and West facade, May 2019 ⓒ SHF

The Humboldt Forum South and West facade, May 2019. ⓒSHF.

그동안 예술계는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대중을 포용할 수 있도록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미술은 이해하기 어렵고, 미술관을 비롯해 박물관은 특정한 사람들만 온전히 사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물관, 즉 뮤지엄(museum)의 어원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9명의 문예 신 가운데 하나인 뮤즈(Muse)의 신전인 뮤제이온(Museion)에서 유래했다. 종교적 의미(신전)를 지닌 기관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학문과 예술의 보존 및 연구를 비롯해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교육적 목적까지 지닌, 말 그대로 문화 복합 기관으로 변모해온 것이다. 사람들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예술의 범주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는 21세기 미술관/박물관 역시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으로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바로 증축과 확장, 새로운 분관 등의 설립을 통해서 말이다.


멜라니 크린(Melanie Crean), 션 레오나르도(Shaun Leonardo), 세이블 엘리스 스미스(Sable Elyse Smith) Mirror/Echo/Tilt 2019 Multichannel video sound, color Production still Various durations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the artists.

멜라니 크린(Melanie Crean), 션 레오나르도(Shaun Leonardo), 세이블 엘리스 스미스(Sable Elyse Smith), 〈Mirror/Echo/Tilt〉, 2019. Multichannel video sound, color Production still, Various durations, Dimensions variable. ⓒthe artists.

현재 우리가 미술관 혹은 박물관(통칭 뮤지엄)이라 부르는 기관은 200여 년 전쯤 유럽에 처음 생겼고, 미주에는 100여 년 전 처음 소개되었다. 그 역할을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대중(public)의 문화 이해도를 ‘높이고(raise)’, 방문객의 소양과 대중의 기호를 ‘고취(elevate)’하고 ‘정제(refine)’하는 데 있다. 뮤지엄이 무엇을 ‘하기 위해’ 세워진 공간이라면, 이곳에서 이뤄지는 ‘일’은 대중(public), 즉 관람객을 통해서 가능하다. 따라서 뮤지엄과 대중은 과정에서 함께 혁명을 이뤄가는 관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세계 곳곳의 유수 미술관이 더 많은 대중과의 긴밀한 소통을 위한 확장 및 재구축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


Mika Rottenberg: Easypieces 2019 Exhibition view: New Museum, New York Photo: Dario Lasagni.

Exhibition view of 《Mika Rottenberg: Easypieces》, 2019. New Museum, New York. Photoⓒ Dario Lasagni

가장 먼저 올해 초 이러한 계획을 밝힌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이하 모마)을 살펴보자. 모마는 단순히 공간을 넓히는 것만이 아닌 “미술관이 대중에 제공하는 예술 경험이 무엇인지 재고하고, 우리 시대 모든 시각 예술 장르를 폭넓게 연구하며 선보이는 ‘실험실’로서 무엇보다 대중의 경험 확장에 초점을 맞춰 미술관 갤러리 공간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입구부터 갤러리를 지나며 전시를 감상하는 모든 순간에 변화를 꾀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다. 그동안 다소 전통적인 방법인 ‘테마’와 ‘장르’ 중심으로 각 갤러리의 전시를 기획했다면, 재개관 이후 모마가 기획하는 전시 디스플레이 방식은 미술관을 하나의 ‘유기체’로 만들 예정이라 한다. 모든 장르의 예술이 서로 대화를 만들어가고, 그 대화에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확장된 모마의 전시 공간은 이전보다 약 30% 정도 늘어나게 된다니 그간 공개되지 못하고 오래도록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작품들을 6-9개월 주기로, 대중에게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있다. 이 전시 기간이 짧다고 여기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다. 미술관은 두 가지 현실을 놓고 고민한다. 바로 전시를 선보여야 하는 현실과 작품을 복원하고 보존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 둘을 함께 굴리기 위해 미술관이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소장품 전시의 로테이션(rotation)인 셈이다. 1929년에 개관한 모마는 그동안 미국이나 유럽 작가에게만 포커스를 맞춘 적은 없다고 밝힌다. 중남미 지역 작가를 포함해 전 세계 많은 지역의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를 열어왔으며, 수장고에는 특히나 더 다양한 작가들,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새롭게 기획되는 전시를 통해 모마는 앞으로 글로벌 맥락 안에서 예술과 대중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예술이 점점 다원화되어감에 따라, 확장 후 중심부에 위치하게 될 더 스튜디오(The Studio)는 라이브로 진행되는 프로그램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자리가 된다. 음악과 사운드, 구어(spoken word)를 넘어 무빙 이미지까지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이곳은 모마의 확장된 라이브 아트 컬렉션을 보여주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새롭게 재편 및 기획된 전시와 더불어 퍼포먼스는 10월 21일에 맞춰 함께 열릴 예정이다.


Exterior view of The Museum of Modern Art on 53rd Street ⓒ 2017 Diller Scofidio + Renfro

Exterior view of The Museum of Modern Art on 53rd Street, 2017. ⓒDiller Scofidio + Renfro.

간혹 예술에는 한 사람의 인생과 세계관을 바꿀 힘이 있다고들 말한다. 이에 관심 없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기 위한 노력을 비단 모마만 하는 것이 아니다. 뉴욕에 있는 또 다른 미술관 뉴뮤지엄(New Museum) 역시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2013년 아트 인큐베이터인 뉴잉크(NEW INC)를 설립해 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 뉴뮤지엄은 이번에 아예 두 번째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7층, 총 6만 ft² 면적으로 디자인된 이 새로운 미술관 건물은 세 층의 갤러리를 비롯해 커뮤니티와 교육 공간을 더불어 뉴잉크의 영구 보금자리를 포함하고 있다. 1977년 설립된 뉴뮤지엄은 2007년 보워리(Bowery) 231가로 위치를 옮겨 꾸준히 전시 공간과 연계 프로그램을 확장해왔다. 기존 건축물의 개조를 포함한 많은 선택사항에 대한 광범위한 리서치를 마친 후, 미술관은 이 새로운 건물을 통해 거시적 차원의 시민적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결론지었다. 기존 건물의 갤러리 공간과 연결해 뉴뮤지엄은 약 두 배 이상의 갤러리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지상 층에 새로운 레스토랑과 서점, 5층부터 7층까지 위치한 뉴잉크, 작가 스튜디오, 퍼블릭 프로그램 공간 등을 통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재탄생할 예정이다. 뉴뮤지엄 리노베이션(renovation)의 핵심은 바로 ‘주변 커뮤니티와의 연결’이다. 이들의 고민은 건축 디자인 측면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새 건물 디자인을 맡은 OMA는 주변 지역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아트리움(atrium) 계단을 추가함으로써 수직 순환을 개선한다. 계단과 새로운 진입로가 프린스가(Prince Street) 역에 맞춰져 있어 미술관이 시내로 개방될 예정이다. 토비 데반 르위스(Toby Devan Lewis)의 디렉터 리사 필립스(Lisa Philips)는 “디자인은 두 건물 사이의 원활한 연결과 수평 흐름을 제공할 것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시회를 위한 공간 확대, 그리고 대중들이 현재 볼 수 없는 우리의 가장 혁신적인 프로그램들에 대한 접근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이 새로운 건물과 향후 플랜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확장된 뉴뮤지엄의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2022년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New Museum Nighttime view from Bowery Image Credit: OMA/Bloomimages.de

Nighttime view of the New Museum from Bowery. ⓒOMA/Bloomimages.de.

한편, 도하 카타르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 of Qatar) 역시 긴 기다림을 끝에 올해 3월 그 문을 활짝 열었다. 2003년, 현장 답사부터 시작해 2011년 착공, 2018년 완공한 이 국립 박물관은 카타르의 ‘유산(Heritage)’과 ‘미래’를 동시에 아우르는 공간으로서 만들어졌다. 뮤지엄의 전시는 ‘Beginnings’, ‘Lifes in Qatar’, ‘The Modern History of Qatar’ 총 세 개의 챕터(chapter)로 구성됐다. 국립 ‘박물관’인 만큼 첫 번째 챕터인 ‘Beginning’에서는 카타르의 시작을 살펴볼 수 있는 작업으로 구성됐다. 고고학적·지리학적·생물학적 면에서 다각도로 카타르 반도를 집중 조명한다. 두 번째 챕터, ‘Life in Qatar’는 사막과 해안가 등 지형적 요인으로 달라지는 카타르인의 삶을 톺아보고, 마지막 챕터에선 근현대사와 더불어 피터 웨버(Peter Weber), 더그 아이켄(Doug Aitken), 존 산본(John Sanborn)과 같은 영화감독, 비디오 아티스트 등이 도시 개발, 경제 성장, 국제적 인식, 사회 문제 등 카타르의 여러 모습을 담아낸 작업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이슬람 미술관(Museum of Islamic Art)과 카타르 뮤지엄의 갤러리 알 리워크(Gallery Al Rewaq)가 긴밀히 연결돼, 도하의 도시, 시민, 문화발전을 더욱더 폭넓게 반영하며 큰 집단적 영향을 만들어내겠다는 복안도 있다. 각 나라의 국립 박물관의 역할이 그러하듯, 새로운 카타르 국립 박물관 역시 국가의 역사를 되짚고 간직하며,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사회적·경제적·문화적으로 지속해서 성장하는 카타르의 청사진을 그린다. 건물은 ‘사막 장미(desert rose)’의 모습을 차용해, 카타르의 중심 문화 기관으로서의 위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Lubaina Himid: Work from Underneath 2019 Exhibition view: New Museum, New York Photo: Dario Lasagni.

Exhibition view of 《Lubaina Himid: Work from Underneath》, 2019. New Museum, New York. Photoⓒ Dario Lasagni

독일에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훔볼트 포럼(The Humboldt Forum)은 비록 기존의 문화 기관의 확장은 아니지만, 21세기 문화적·사회적 요구에 맞추어 좀 더 확대된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기관으로서 눈여겨볼 만하다. 원래는 올해 말 개관을 목표했으나 2020년 9월로 그 일정은 조금 미뤄졌다. 훔볼트 포럼은 거의 4만m² 면적에,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그리고 오세아니아 주에서 끌어 올 2만 여 개의 전시품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베를린이란 다이나믹한 도시에 세워지는 이 기관은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우르며 관람객과의 소통을 꾀한다. 박물관 이상의 기관을 표방하며 다양한 전시를 비롯해 워크숍, 필름 상영, 토론 패널, 콘서트 등 커뮤니티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특별한 이벤트들을 기획 중이다. 다시 말해 훔볼트 포럼은 전 세계 미술, 문화를 모두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리서치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내세운 슬로건, “세계가 베를린에, 베를린이 세계에(The World in Berlin, Berlin in the World)”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베를린 민족 박물관(The Ethnologiesches Museum)과 아시아 미술관(Asiastische Kunst)의 컬렉션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베를린 국립 미술관(Staatliche Museen zu Berlin)이 운영하지만, 세 기관이 함께 고고학적, 인류학적, 미술사학적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선보인다고 한다.


The Humboldt Forum Passage Court portal 4, May 2019 ⓒ SHF / Stephan Falk

The Humboldt Forum Passage Court portal 4, May 2019. ⓒSHF/Stephan Falk.

이처럼 미술관/박물관은 현시대에 맞춰 외형뿐만 아니라 전시 큐레이션, 대중과의 연계 프로그램 등 다각도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도입은 물론이고, 수장고를 아예 오픈해 전시 공간으로 선보인다든지, 전통적인 예술 외에도 수많은 장르를 유연하게 선보일 수 있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도모한다. 신규 전시 공간의 확보는 가장 먼저 다양한 문화적 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뮤지엄’은 관람객의 경험을 새롭게 전환하고, 이를 통해 생각의 확장을, 결과적으로 더 나은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세 기관 외에도 바우하우스(Bauhaus),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더 셰드(The Shed), GES-2 등 수많은 기관들이 확장 혹은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입지를 굳혀가는지, 또 어떤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지 주목해보자.



※ 이 원고는 퍼블릭아트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퍼블릭아트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정송

퍼블릭아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