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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아트페어 장악한 구사마 야요이, 카우스

posted 2019.08.29


검은 점을 무수히 찍은 호박 조각 앞에 앉아 있는 구사마 야요이<사진제공=매경>

검은 점을 무수히 찍은 호박 조각 앞에 앉아 있는 구사마 야요이. 사진ⓒ 매경

글로벌 미술 매체 아트시 상반기 아트페어 집계


무수히 반복되는 물방울 무늬와 무한대그물이 세계 미술계를 뒤덮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아트페어에서 컬렉터들이 가장 많이 찾은 작가는 바로 일본 거장 구사마 야요이(90)였다. 글로벌 미술 전문매체 아트시가 스위스∙홍콩 ‘아트바젤’, 영국 ‘마스터피스 런던’, 브라질 상파울루 ‘SP-아르테’, 멕시코시티 ‘소나마코’ 등 상반기 아트페어 45개의 구매 수요를 분석한 결과 구사마가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미술사에 남을 블루칩 작가군(Blue-chip artists) 구매 수요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구사마는 어머니의 학대와 아버지의 불륜으로 상처받은 유년시절 환각으로 본 무수한 점을 예술로 승화시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여왔다. 검은 점을 무수하게 그려 넣은 노란 호박 조각은 지난 4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22억원에 낙찰되면서 작가의 조각 부문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구사마가 관객 참여형 전시를 통해 끌어올린 대중적 인지도와 예술성이 상승효과를 일으킨 결과”라면서 “1950~1960년대 미국에서 보여준 선풍적인 개념미술과 남성을 조롱하는 누드 퍼포먼스, 최근 불고 있는 페미니즘 열풍과 일본 경제 호황, 동양적 정체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매 수요가 많은 작가 2위는 최근 들어 아트페어 부스를 점령하고 있는 미국 팝 아티스트 카우스(본명 브라이언 도널리∙44)였다. 인기리에 작품이 팔리는 유명 작가군(Established artists) 구매 수요 부문에선 1위를 차지했다. 그가 만화 ‘심슨(Simpson)’을 패러디한 그림 〈킴슨(Kimpson)〉은 올해 4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167억원에 팔리면서 상한가를 쳤다. 미키 마우스 몸통에 해골 얼굴, 검은색 X가 그려진 두 눈과 손등으로 이뤄진 대표 캐릭터 〈컴패니언(COMPANION, 동반자)〉 조각은 지난해 여름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떴을 뿐만 아니라 뉴욕 맨해튼 메이시스백화점 등 세계 곳곳에 우뚝 서 있다.


지난해 여름 서울 석촌호수에 띄운 대표작 ‘컴패니언’앞에 선 미국 팝아트 작가 카우스<사진제공=매경>

지난해 여름 서울 석촌호수에 띄운 대표작 〈컴패니언〉 앞에 선 미국 팝아트 작가 카우스. 사진ⓒ 매경

이학준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카우스 돌풍에 대해 “앤디 워홀 이후 21세기 네오팝 아트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작품성이 회의적이고 가격 거품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젊은 세대 취향에 맞아 쉽게 꺾이지 않을 작가다. 방탄소년단 등 유명 연예인이 소장하면서 판매가 과열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구매 수요가 많은 작가 3위는 미국 콜라주 초상화가 너새니얼 메리 퀸(42), 4위는 영국 출신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2), 5위는 영국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1928~1987)이 차지했다.


※자료=글로벌 미술 매체 아트시

자료: 글로벌 미술 매체 아트시

퀸은 올해 세계 톱 갤러리인 가고시안 전속 작가가 되자마자 급성장한 작가. 인터넷과 패션 잡지, 가족 사진 등에서 얻은 이미지, 숯, 페인트, 파스텔을 활용한 초상화로 현대인의 불협화음을 보여준다. 시카고 출신으로 인디애나주 크로퍼즈빌 워배시 대학 학사를 거쳐 뉴욕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난해한 현대미술 흐름 속에서 회화의 힘을 증명한 호크니는 80세 생일을 맞이한 2017년부터 영국 테이트미술관, 프랑스 퐁피두 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주가가 올라갔으며, 2018년 12월에는 1972년작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이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우면서 정점을 찍었다. 국내에서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가 4개월여간 누적 관람객 30만명을 넘기면서 호크니 열풍을 일으켰다. 떠오르는 신진 작가군(Emerging artists) 구매 수요 부문 1위는 다양한 인체 움직임을 그리는 미국 작가 알렉스 가드너(32), 2위는 현기증 나는 붓자국과 강렬한 색상을 보여주는 스페인 작가 에드가르 플란스(42), 3위는 조각처럼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미국 작가 조너선 샤플린(32)이 차지했다.


※ 이 원고는 2019년 8월 9일 매일경제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매일경제와의 협약을 통해 게재하는 글입니다.

전지현

매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