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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트렌드 2.0(Collector Trends 2.0)

posted 2022.04.04


지난 2021년 12월 “미술시장과 온라인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라는 주제로 미술품 감정 및 유통기반 구축(KAMS Art Market & Appraisal)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다. 컨퍼런스에서 팬데믹 이후 다양한 양상으로 확대된 온라인 미술시장의 움직임과 새로운 컬렉터층을 파악하고, 올 한해 미술시장 키워드로 급부상한 NFT와 메타버스 동향을 살펴보는 한편, 고도로 디지털화된 미술시장에서 데이터의 보안과 손실, 디지털 산업이 촉발한 환경위기, 관련 법규, 제도 및 경제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본 글은 KAMA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멜라니 게를리스(Melanie Gerlis)의 ‘컬렉터 트렌드 2.0(Collector Trends 2.0)’에 대한 발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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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트렌드 2.0(Collector Trends 2.0)


지난 몇 년간 미술시장의 변화에 있어 코로나 19가 모든 것을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면에서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미술시장은 살아남았다. 마치 10년이 1년으로 단축된 것처럼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부익부 현상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특히 23~38세의 밀레니얼 세대와 여성들에게 두드러진다. 그리고 아시아의 부유층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렇게 부와 시장이 만났고, 더 젊고 발 빠른 이들의 입맛에 맞게 시장은 변화해야 했다. 미술시장의 입장에서는 운 좋게도 사람들이 미술품 구매에 관심을 가졌다. 위기가 닥쳤을 때 미술품은 우선순위가 아니지만 미술품 수집은 매우 인기를 끌었고 온라인 거래가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젊고 발 빠른 소비자들 덕분에 다른 트렌드도 급부상했다.


지금은 투명성이 더 강화됐다. 2년 전만 해도 실제로 아트페어에 방문해 작품의 가격을 알아보려면 매우 정중하게 물어봐야 했었다. 가격을 알려주는 이도 있지만 모르는 체하는 이도 있었다. 기자로서 수년 동안 작품의 가격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제는 아트페어를 대체한 온라인 뷰잉룸 덕분에 가격 확인이 가능하고, 최소한 가격대라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다른 방면에서 접근성도 더 확대되었다. 이젠 누구든지 아트페어에 입장료 없이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거나 값비싼 호텔에 머물지 않고도 아트페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지불해야 했던 비싼 입장료도 옛날이야기가 된 것이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미술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 점차 수월해졌다. 특히 시대가 바뀌면서 아트페어를 통해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갑작스럽게 전 세계가 잠재적 구매자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컴퓨터 뒤에 숨어 익명으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매우 엘리트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보이는 미술계에서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플랫폼의 전성기가 찾아왔고, NFT에 편승한 예술은 날개를 달았다. 컴퓨터 화면에 보이는 평면 작품 여러 점을 보는 것보다 코드 기반의 기술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훨씬 더 흥미롭고 역동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새로운 구매자가 미술시장에 유입된 점도 있다.


새로운 구매층은 어떤 사람들일까? 물론 예전보다 더 젊은 층이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38세까지로 보기에 아주 어린 세대는 아니다. 실제로 자금력, 좋은 직업, 취향, 그리고 확실한 의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최근 아트 바젤과 UBS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술품 구매의 큰손이기도 하다. 2020년 밀레니얼 세대의 30%가 한 해 동안 미술품 구매에 백만 달러 이상 지출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이들의 중위 지출 금액은 228,000달러로,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 훨씬 높았다. 밀레니얼 세대의 대부분은 과거와는 달리 부를 상속했다기보다는 자수성가 스타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옷을 살 때 ‘선택’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미술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때도 ‘선택’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갤러리나 아트페어를 꼭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딜러들이 직접 그들을 찾아간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아스펜, 모나코 등 여러 도시에서 팝업 행사들이 더 많이 진행됐었다. 또한, 갤러리, 딜러, 경매사 등 미술품을 판매하는 모든 이들이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SNS 등을 활용해야 했다. 새로운 구매층은 여전히 기존의 금융계에 속해있지만 암호화폐도 잘 아는 이들이다. 그리고 신흥 화폐가 늘 그러하듯, 이들은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창출하길 바란다.


필자의 동료이자 아트넷 기자인 팀 슈나이더가 최근 NFT.NYC 컨퍼런스에 참여한적이 있다. 거기서 누군가가 새로운 구매층을 미술 세계의 ‘평행 우주’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완전한 평행 우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면 현재 유입된 구매자는 트위터나 디스코드 등 공개적인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작품 가격과 조금 비슷하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술계에서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체는 늘 비밀이었다. 하지만 최근 예시를 보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에서 18세기부터 운영된 크리스티는 3월 11일 온라인에서 6,930만 달러에 거래된 유명한 ‘비플’의 구매자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예전 같으면 구매자를 밝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크리스티의 생각이라기보다 구매자 메타코반(MetaKovan)이 원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크리스티의 트윗을 리트윗을 했는데, 그의 리트윗에는 ‘좋아요’가 1,500개나 된다. 이게 새로운 시장의 모습이다.


메타코반은 특히 NFT 미술 구매자들의 동기에 관한 좋은 사례 연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비플’을 낙찰받은 뒤 그의 실명은 ‘비네쉬 순다레산(Vignesh Sundaresan)’으로 밝혀졌다. 인도 첸나이 출신의 테크 컨설턴트인 비네쉬는 일찍부터 암호화폐에 뛰어들어 메타퍼스 펀드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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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속 그의 아바타는 메타코반이 소유한 실비오 비에이라(Silvio Vieira)의 작품 ‘창조에 관한 사색(Contemplation of Creation)’이다. 메타코반, 또는 비네쉬가 소유하고 있으며, 2년 전 슈퍼레어(SupeRare)에서 이 작품을 0.45 ETH에 구매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약 100달러였던 작품가는 현재 화폐가치 상승으로 약 1,800달러에 달한다. 그의 이름 ‘메타코반’은 ‘메타버스의 왕’이라는 뜻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소속 싱가포르 기자 스테파니아 팔머와의 자세한 인터뷰에 나온 내용이다. 필자는 그가 미술 세계의 전통적인 장벽을 깨고 싶은 마음과 그 세계에 속하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에 큰 흥미를 느꼈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NFT의 역할을 뒷받침하는 것 같다.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익명성에 관해 “아바타 덕분에 모든 판단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사람들이 직접 나를 만나거나 판단하기 전에 나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판단’이라는 단어를 두 번 언급하면서, “사람들이 나를 백인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온라인 구매 방식과 NFT 시장 덕분에 그는 모든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동안 갤러리가 사람을 골라 작품을 판매해 왔다는 걸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사람이 캡 테이블에 속하고 싶어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명 캡 테이블(Capitalization Table)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함께 투자금과 지분관계에 대한 표를 살펴보는 이들을 지칭한다. 초기 단계부터 하이테크 스타트업 펀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도 무척 흥미롭다. “비플의 ‘5,000일’ 작품의 가치를 바꾼 것은 NFT이다. 거기에 가격을 매길 수는 없다.” 그는 역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실제로 역사를 만들었다. 이는 수 세기 동안 미술품 구매자들이 이루고자 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 세계에 속하고, 변화를 만들고, 미술을 이용해 최상위층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의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먼저, 모든 것이 예전의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미술시장 중개자, 경매사, 갤러리, 딜러, 아트페어 등에서도 원하는 바이다. 그들에겐 이것이 비즈니스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NFT와 NFT 구매자들이 필요하다. 디지털 아트가 갑자기 경매사와 갤러리 쇼, 아트페어의 일부가 되어 상호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개척 초기 단계인 NFT 시장은 대형 경매 업체가 무언가를 판매하기 전 준수해야 하는 법적 규제와 균형을 통해 예술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공개 시장이 갖는 좀 더 민주적인 특성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긴장 요소가 생겨난다. 하지만 예술의 상위문화적 성격을 유지하는 것과 그것을 대중에게 개방하는 것 사이의 긴장은 오랜 세월 존재했다. 디지털 NFT 작품을 구입한 컬렉터가 실물 작품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NFT는 기존 시장에도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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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 암호화폐의 설립자 저스틴 선(Justin Sun)은 지난 4월 소더비에서 처음으로 미술품을 구매했다. 그가 구매한 무랏 팩(Murat Pak)의 ‘큐브(Cube)’ 작품 가격은 하나에 최고 1,500달러이다. 6월에 그는 노선을 바꿔 다시 홍콩 소더비에서 전통적이지는 않지만 실존하는 작품, KAWS의 작품을 구매한다. 구매가는 홍콩달러로 250만 달러이며, 미화로는 약 30만 달러이다. 그리고 최근 11월에는 소더비 뉴욕에서 열린 매클로 컬렉션(Macklowe Collection)의 주요 경매에서 최고가 작품 중 하나를 구매했다. 자코메티의 주요 작품으로 꼽히는 ‘르네(Le Nez)’였으며, 낙찰가는 7840만 달러다. 이런 구매자는 경매사 측에서도 필요한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서 현실을 직시해 보면 우리는 작품을 실물로 감상하는 것에 다시 익숙해지려고 한다. 온라인 구매도 구매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전화, 이메일, 온라인 등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미술 작품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은 아직 다르다. NFT 작업은 매우 흥미롭지만 매우 과장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아직 누구도 설명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는 수준이다. NFT 세계는 미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음악, 게임, 스포츠, 경제 등의 비중이 더 크다. 그렇기에 NFT라는 커다란 암호 세계에서 미술이란 그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부 구매자들의 기호보다 전통적인 의미의 투자와 더 연관성이 있다.


NFT 미술의 가치나 가격은 급등한다. 가상화폐 이더리움이 급등하면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도 급등한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오르면 그 소유주들의 자본의 가치도 오르기 때문에 증권시장에서의 가치도 올라간다. 이것은 실존하는 작품을 만드는 일부 예술가들처럼 다른 투자 방식에 대한 방어책은 아니다. 큐레이터를 제외한 모든 이들, 예를 들어 디렉터, 중개자, 딜러, 평론가 등의 역할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관한 질문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 알아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 역시 직접 구매자들과 거래하길 원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도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젊고 인종적으로 다양한 신인 미술가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자료를 살펴봤을 때 NFT 판매는 여전히 서구 미술시장이 지배하며 아직 가장 성공한 미술가들은 백인 남성이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매우 변동이 심한 시장이다. 현재 가장 지속 가능한 수혜자는 바스키아, 뱅크시 등 ‘반항적인’ 미술가들의 실물 작품이다. 오랜 시간 비주류로 여겨졌던 디지털 아트도 이제 확실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기존의 컬렉터 대다수가 디지털과 NFT 세계에 투자하는 것을 즐긴다는 점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분야는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에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지만, NFT의 경향을 예측해 보려 한다. 먼저, 온라인 구매의 물류 관련 불편 사항이 개선되고 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옷이나 음식을 구매할 엄두를 못 내던 시절이 있었고, 기준 소매가격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많은 법조인들이 더 광범위하게 온라인 판매 구조를 파악하고, 지역 법을 존중하는 동시에 글로벌한 규칙을 확립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NFT는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기존의 실물화폐와 암호화폐를 쉽게 교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온라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하는 몇몇 책임감 있는 갤러리와 교육기관이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유닛 런던’ 갤러리에 대해 알아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유닛 런던의 웹사이트에는 NFT의 정의부터 NFT 구매 방법까지 모든 것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자체 제작한 NFT 플랫폼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NFT 민팅(minting: 블록체인 자산을 생성하는 작업)과 관련된 탄소 발자국 문제들에 대해서도 잘 기록해 두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플랫폼도 개발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커지는 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기존 민주주의와 검증 사이의 갈등이 결국 크게 두 개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아직 개척 단계에 있는 시장으로, 변동성이 크지만 공동체적이고 민주적이며 다양한 작가가 등장하는 더 재미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 다른 시장은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취할 수 있을지 함께 선택하는 현재의 시장과 비슷할 것이다. 이 부문이 전 세계 미술시장의 약 1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 본다.


이번 주에 어느 NFT 작가에게 들은 말이 있다. 그는 2년내에 전체 시장이 NFT를 바탕으로 한 시장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결정은 우리의 몫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틈새시장으로 진입 장벽이 높았던 미술시장이 팬데믹 기간에 생긴 인식의 변화로 인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이다. 거물 갤러리스트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는 우리 모두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미술 세계가 있다. 이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멜라니 게를리스(Melanie Gerlis)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및 《아트 뉴스페이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