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행사

미술시장 다윗들: 트렌드 리드하는 기획형 아트페어

posted 2022.10.05


맷 곤덱(Matt Gondek) 〈Heart in a Cage〉. 이미지 제공: 어반브레이크, 퍼블릭아트

맷 곤덱(Matt Gondek) 〈Heart in a Cage〉. 이미지 제공: 어반브레이크, 퍼블릭아트

과연 미술 바깥도 이리 들썩이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 안쪽은 그야말로 난리라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9월은 한국 현대미술의 극성수기인데 2022년엔 수요가 어떻게 한꺼번에 집중될 수 있는지 그 본때를 보여주고 있다. ‘키아프(Kiaf)’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개최에 맞춰 주요 기관과 갤러리는 새 전시를 내걸고 옥션도 저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들까지 가세해 아트마케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렇듯 발길 닿는 곳마다 ‘올스타쇼’이니 오히려 지금의 현대미술 경향을 읽거나 근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써킷 서울’ 행사 전경. 이미지 제공: 오아에이전시, 퍼블릭아트

‘써킷 서울’ 행사 전경. 이미지 제공: 오아에이전시, 퍼블릭아트

8월 24일 서울 루프스테이션 익선에서 ‘Circuit Seoul #2 Omnipresent’가 개최됐다. 지난해 패션위크 시스템을 통해 시각예술을 선보인 ‘써킷 서울’은 아티스트 컬렉션 쇼와 시즌 셀렉티드 쇼로 구성된, 전에 없던 페어로 큰 관심을 모았다. 주관사 오아에이전시(Oaah Agency)는 올해 그 두 번째 행사 타이틀로 ‘편재하는, 어디에나 있는’이란 뜻의 ‘Omnipresent’를 선택했다. 동시대의 중요한 아젠다로 대두된 실물 작품과 가상 작품을 함께 선보이고, 각기 다른 존재성에 대한 인지-경험-소장에 관한 이야기를 촉발하는 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제목에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행사엔 여지없이 힙스터들이 몰렸고 그들의 목적은 분명해 보였다. ‘모두가 좋아하는 예술’이 아닌 ‘나만 아는 예술’을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렇게 새로운 예술이 발굴되고 결국 그것들 중 하나가 경향을 리드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기관과 조직이 운영하는 대형 행사가 진행되면 늘 다른 곳에선 대안이 선보여졌다. 돌이켜보면 시대마다 기득권에 맞선 대안형 기획 아트페어가 열렸고 이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 시대와 사회의 특징을 바탕으로 가장 선진적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대안, 지금 한국 현대미술 시장의 ‘비주류의 주류’, ‘대안의 대표’로 꼽히는 행사들을 통해 흐름과 비전을 가늠할 수 있을까.


‘더프리뷰 성수’ 포스터 이미지. 이미지 제공: 퍼블릭아트

‘더프리뷰 성수’ 포스터 이미지. 이미지 제공: 퍼블릭아트

‘더프리뷰 성수’는 ‘미리보기(preview)’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트페어 참가 경력이 없는 신진 작가들과 기성 작가라 할지라도 신작을 앞세워 한국 미술계의 최신 작업 트랜드를 가장 발 빠르게 소개하는 장을 목표한다. 신한카드가 주최하는 행사는 올해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에스팩토리 D동에 마련됐는데, 신진 갤러리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페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부스 디스플레이와 전시구성을 어려워하는 갤러리가 많았지만, 그 부분을 살려 오히려 갤러리 각각의 개성 있는 구성이 도드라진 것이 행사 특성으로 인식됐다. ‘더프리뷰’는 두 번의 오프라인 행사 성과와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마이아트플렉스’를 통해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지속 강화하며 신진 갤러리/신진 작가와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결, 아트라이프를 주도하는 한편 공급자와 수요자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파악, 분석하겠단 의지를 드러낸다.


로비 드위 안토노(Roby Dwi Antono) 〈Ranger Merah〉 스크린 프린트. 이미지 제공: 어반브레이크, 퍼블릭아트

로비 드위 안토노(Roby Dwi Antono) 〈Ranger Merah〉 스크린 프린트. 이미지 제공: 어반브레이크, 퍼블릭아트

서브컬처와 예술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어반브레이크’의 경우 3회째 행사를 지난 7월 서울 코엑스에서 성황리 마쳤다. 2020년 “확장, 디지털 미디어, 서브컬처 세 가지 콘셉트로 MZ세대의 문화와 다른 문화가 결합돼 확장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기획”된 행사는 ‘예술 놀이터’를 표방한다. 스트리트 컬처, 갤러리,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스타트업 등 도시라는 새로운 전시공간을 기반으로 예술적 에너지를 포괄하는 이 아트 플랫폼은 예술의 다양한 영역을 소개한다는 기조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어반브레이크’, ‘더프리뷰’, ‘써킷 서울’은 ‘키아프’로 편재되는 주류를 견제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세 페어가 만들어지고 진행돼온 2020년부터 올 초까지는 지금처럼 미술시장 전반에 열기와 활력이 있을 때는 아니었다. 오히려 긴 팬데믹 터널을 지나며 미술을 생산하는 주체도 매니지먼트하는 화랑과 딜러도 굉장히 지쳐있을 때였고, 그런 와중 미술이 하나의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며 경매나 특정 작가의 작품이 불균형하게 하이라이트 되고 있는 시기였다. 그러한 시점에서 새 페어를 만들고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필요했는지 묻자 ‘써킷 서울’ 윤영빈 대표는 “움직이는 런웨이 쇼로 작품이 관람객에게 다가가는 방식, 즉 관람객은 쇼 스케줄에 맞춰 런웨이를 순환하는 작가별 컬렉션 쇼를 관람할 수 있고, 쇼가 진행 중인 작품 외에는 전시관에서 관람하거나 주문하고 픽업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실행에 옮겨야 했다. 역시 페어 진행엔 젊은 세대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고 그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답했다. ‘써킷 서울’의 작가 컬렉션은 패션 브랜드 아이템과 함께 연출되고, 이를 촬영한 룩북은 온·오프라인에 아카이빙 및 배포된다. 매회 새로운 작가를 선보이는 행사는 예술의 생산자, 실천자, 수용자에게 지속적인 환기와 순환을 위한 모멘텀을 제공하겠단 의지를 드러낸다.


수안자야 켄컷(Suanjaya Kencut) 〈A Thousand Star Series - Face #4〉,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스프레이 페인트, 90×105cm. 이미지 제공: 어반브레이크, 퍼블릭아트

수안자야 켄컷(Suanjaya Kencut) 〈A Thousand Star Series - Face #4〉,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스프레이 페인트, 90×105cm. 이미지 제공: 어반브레이크, 퍼블릭아트

장원철 ‘어반브레이크’ 대표도 말한다. “어반아트와 스트리트 컬처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의 신작 중 아트카, 웹툰, 타투, 아트토이 등 예술의 확장에 도전하는 기획으로 치러진 행사는 특히 ‘Green’, ‘Digital’, ‘Equity’ 세 가지 지향점과 그 가치 실천에 최대한 집중했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어떻게 행사가 공존하는가가 성패의 조건이며 그런 까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시장 자체가 힙플레스이자 시끄러운 놀이터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며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페어에서 나아가 아티스트의 성장과 미술시장 생태계 확장을 위한 크리에이터 콜라보레이션 플랫폼을 추구한다”고 강조한다.


미술작품을 딜링하는 갤러리를 비롯해 일정 기간 진행되는 국내외의 수많은 아트페어 그리고 경매까지 그 모든 것을 통틀어 미술시장이라 우리는 부른다. 그 시장에서 특정한 경향을 주도하고 이슈를 생산하는 데는 아무래도 아트페어가 가장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 시장과 페어의 상생 방향에 대해 특히 골리앗 같은 대형 페어에 맞서는 기획형 대안 페어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2009년, 블루오션이 될 아시아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아트세일을 표방한 ‘블루닷아시아’와 매회 신선한 기획과 작가들로 2010년대 전반에 걸쳐 대안 아트페어를 주도해 온 ‘코리아 투모로우’를 기획한 이대형 Hzone 대표는 말한다. “기획전시와 결합된 대안적 형태의 아트페어는 작품에 의미 맥락을 부여해 내러티브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시장 지표상의 단기적인 가격’이 아닌 보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아트페어들이 다양한 기획전을 운영하고 있다. 작품을 둘러싼 스토리와 역사, 철학적 담론 등 상징지표의 매력이 작품의 판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에 앞으로도 기획전시와 결합하기 위한 아트페어의 형식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 이 원고는 퍼블릭아트 2022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퍼블릭아트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정일주

정일주는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으로 박사과정까지 공부했다. 일간지, 주간지, 격주간지 기자를 두루 거친 그는 멋이 들끓는 미술 월간지에 가장 큰 매력을 느껴 편집장까지 거머쥐었다.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전시를 4차례 기획했으며 단행본『컬쳐레터-한국미술에 바란다』를 총괄 기획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자동차 크리에이터 플랫폼 ZER01NE의 아트 섹션 책임 기획자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