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진행 정송 기자
경자년 새해가 밝자 비엔날레와 페어를 선보일 주체와 새로운 디렉터 체제로 출발하는 기관들이 2020년 준비에 한껏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2020년을 대표하는 ‘베를린 비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를 비롯해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의 주요 기획과 감독을 소개하고 그중 몇 예술 감독에게 올 한 해를 대표할 키워드를 직접 들음으로써 2020년을 예측하는 기획을 짰다. 전임 디렉터인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의 타계로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nst)의 새 수장 안드레아 리소니(Andrea Lissoni)의 견해도 덧붙였다. 부디 세계 현대미술에 어떠한 움직임이 있을지 함께 가늠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22th Biennale of Sydney
제22회 시드니 비엔날레
벌써 4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시드니 비엔날레’는 올해 3월 14일부터 6월 8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크리에이티브, 콜렉티브, 작가 총 98명이 참여하는 이번 비엔날레의 타이틀은 끝, 가장자리(edge)를 뜻하는 ‘NIRIN’이다. 브룩 앤드류(Brook Andrew)의 감독 아래 NSW의 전시 공간, 아트스페이스(Artspace), 캠벨타운 아트 센터(Campbelltown Arts Centre), 코카투 섬(Cockatoo Island), 호주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과 국립 예술 학교(National Art School) 총 6곳에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NIRIN’은 예술가들과 창조자들이 세상을 다시 세우기 위한 변화의 미래를 해결하고, 치유하고, 해체하고 상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또한 그 존재를 폭로하려고 한다. 주권은 이러한 행동의 중심에 있다. ‘NIRIN’이 종종 뚫을 수 없는 소음을 밀어내기 위해 청렴결백한 생명력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앤드류 디렉터는 밝혔다. 네팔, 조지아, 아프가니스탄, 수단, 에콰도르 출신의 작가들이 처음으로 ‘시드니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만큼, 전 세계가 더욱더 하나로 융화된 행사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Gwangju Biennale 2020
2020 광주비엔날레
인간 지성 전 영역을 살피는 예술적 접근과 과학적 탐구에 주안점을 둔 ‘2020 광주비엔날레’는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 예술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오는 9월 4일부터 11월 29일 총 87일 동안 개최된다. 올해는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이기에 이들이 내건 대주제인 지성(intelligence)에 관한 담론 생성과 더불어 저항운동과 문화, 민주화 운동 사이의 연결점까지 모두 아우르는 행사로 진행된다. 포럼, 출판 라이브 프로그램과 같이 다이내믹한 프로그램도 전시와 동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미 ‘GB 작가스튜디오 탐방’, ‘GB토크, 2020광주비엔날레 퍼블릭 프로그램’ 등을 지속해온 바 있고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GB토크: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두 번째 파트를 1월 7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의 <영원한 봄> 파빌리온에서 개최한다.
Busan Biennale 2020
2020 부산비엔날레
‘2020 부산비엔날레’는 올해 공식 출범 20주년을 맞는다. 예술 감독으로 선정된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그간 ‘부산비엔날레’가 확립해온 ‘청년성’, ‘역동성’, ‘개방성’과 같은 고유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하고 나아가 동시대 미술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전시로 만들기 위해 안팎으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 중에 있다. 올해 9월부터 열릴 행사는 부산의 도시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실험적이고 역동성 넘치는 자리로 마련될 것. 아직 정확한 전시의 주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퍼블릭아트」에 건넨 3가지 키워드로 파브리우스 감독의 생각을 조심스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Yokohama Triennale 2020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2020
잔광, 여운이란 뜻의 ‘Afterglow’를 주제로 내건 ‘요코하마 트리엔날레(Yokohama Triennale).’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백색 소음(white noise)이 우주 빅뱅에서부터 파생된 백그라운드 방사선을 포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의 시작점에서 점화된 빛의 잔류물을 어떻게 우리가 모르는 새에 경험하게 되는가를 언급하기 위해 예술 감독인 락스 미디아 콜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가 이 주제를 선정했다. 이들은 우주 빅뱅으로부터 그 파괴적인 에너지와 시간이 흐르면서 지구상의 생명체를 탄생시켰다는 것에 집중한다. 치료뿐만 아니라 독성이 있는 방사선이 방출되면서 영향을 미친 현대인의 파괴/독성 및 회복/관리의 사이클에 관심을 갖고 살펴볼 예정이다. 이러한 유해한 존재들을 제거하기 보다는 유동적으로 인간의 지속과 생존을 위한 독성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자리로 트리엔날레는 마련된다. 올해 7월 3일부터 10월 11일까지 90일간 요코하마 미술관(Yokohama Museum of Art), 플롯 48(PLOT 48)에서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와 참여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 낸 담론의 장이 펼쳐진다.
11th Berlin Biennale
제11회 베를린 비엔날레
이미 지난해 9월 그랜드 오프닝을 한 ‘제11회 베를린 비엔날레(11th Berlin Biennale for Contemporary Art)’는 올해 5월 8일까지 《exp. 3》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6월 13일부터 9월 13일까지는 에필로그가 준비되어 있으니 1년이 조금 넘는 긴 호흡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마리아 베리오스(María Berríos), 레나타 세르베토(Renata Cervetto), 리세테 라그나도(Lisette Lagnado)와 아구스틴 페레즈 후비오(Agustín Pérez Rubio)까지 남아메리카 출신의 여성 큐레이터 4인이 구성한 이번 비엔날레의 화두는 바로 ‘페미니즘(Feminism)’, ‘연대(Solidarity)’, 그리고 ‘치유(Healing)’이다. 2019년 9월 7일 선을 보인 첫 번째 전시 《exp.1: The Bones of the World》에서는 우리 각자가 이 세상에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전시로서 이는 배경이자 상호 노출의 연습 장소인 셈이다. 우리를 형성하는 이야기들과 우리가 서로 나눈 이야기들, 그리고 아직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편 《exp.2: Virginia de Medeiros - Feminist Health Care Research Group》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아마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군중이 어떤 짐승인지, 맥동하는 집단 본체가 내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압박하는지, 또 반체제 단체들은 오늘날 어떻게 고무되어 있는지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2월 22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리는 《exp. 3》의 주제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현재까지 심도 깊은 담론 주제를 전시에 끌어 들여온 만큼 세 번째 전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그래도 예술이 꽃피는 도시인 베를린이 더욱더 예술로 짙게 물들 예정이니,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인 큐레이터와 작가들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인사이트 2020 2」, 퍼블릭아트 2020년 1월호
노블레스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