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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광주

posted 2012.12.14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코스 (GBICC)는 (재)광주비엔날레가 2009년부터 전시기획 및 실행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하여 개설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신진 큐레이터와 관련 분야 활동가, 전공자들에게 약 한 달 간 집중적인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현대미술 관련 전문지식과 큐레이터로서의 실행력을 높이는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4기 코스의 참가자로 독립 큐레이터이자 미술사학자인 인도출신의 오인드릴라 마이티 수라이(Oindrilla Maity Surai)의 후기를 통해 국제큐레이터코스의 생생한 현장을 경험해보자.




비엔날레, 광주 그리고 그 밖의 것들에 관하여

전시기획 및 연구를 위한 기관이 전무하고, 큐레토리얼의 역사가 길지 않은 국가 출신인 나에게 지난 한 달간의 큐레이터 코스는 시의 적절한 기회였다. 올해 4기를 맞이한 이번 프로그램에서 나는 참가자 중 유일한 인도인으로, 전 세계 총 18개국에서 선정된 운 좋은 24명의 젊은 큐레이터 중의 한 사람으로 초대되었다. 또한 이번 프로그램은 최초로 공동 지도교수 체제로 진행되었는데, 옌스 호프만(Wattis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s, 디렉터)과 캐롤 잉화 루(2012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옌스 호프만(Wattis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s, 디렉터)과 캐롤 잉화 루(2012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가 선정되어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우리를 리드해주었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목격한 다양한 국적의 큐레이터들의 다층적인 관심사는 이 프로그램의 미래적 지향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국제큐레이터코스는 크게 참가자 워크숍, 초청강의, 현장 방문, 광주비엔날레 행사 참여, 그룹 스터디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참가자 워크숍은 참가자 전원이 자신이 진행했던 대표적 전시나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이에 관해 토론하며 지도교수의 코멘트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큐레이터들이 발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며 공통의 관심사를 찾는데 도움을 주었다. 비어있음(the void), 리조마틱(the rhizomatic), 경계(the edgy), 예상불가능성(the unpredictable), 젠더 이슈(gender issues), 정체성의 문제(identity), 작가 경력에서 반복되는 요소 등 실로 다양한 주제들이 펼쳐졌고, 상업 갤러리의 전시 형식 등과 같이 바깥에 놓인 새로운 큐레이토리얼 모델의 제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참가자 워크숍을 바탕으로 그룹 스터디를 위한 멤버구성이 이루어지는데, 그룹별로 각각의 주제를 위한 사례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프로그램 마지막 날 최종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4기 그룹 발표에서는 광주 비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등 주요 비엔날레와 관련된 연구가 이루어졌다. 협업을 통해 나온 발표 자료는 오늘날 비엔날레에서 보여지는 시각문화의 주된 이슈에 관한 첨예하고도 다양한 담론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올해 큐레이터 코스의 주제는 ‘소셜 미디어로서의 비엔날레(The Biennale as a Social Media)’ 로 광주 비엔날레와 같은 거대한 규모의 예술 행사에서 시민들의 위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함축하는 주제로 읽혀진다. 즉 ‘비엔날레가 예술적이며 지적인 생산을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문화적 실행의 한 형태로 존재하는가?’, ‘비엔날레가 실험성을 담보하고 레지던시와 같은 대안 공간을 포괄할 수 있는 급진적 구조인가?’와 같은 질문들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매일 비엔날레 전시 공간을 찾아 그 공간을 형성해나가는 모든 예술가와 큐레이터들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코스 강의시리즈_와산 알 쿠다하리(Wassan Al-Khudhairi) [사진제공]광주비엔날레재단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코스 강의시리즈_와산 알 쿠다하리(Wassan Al-Khudhairi) [사진제공]광주비엔날레재단


이밖에, 큐레이터 코스의 지도교수였던 옌스 호프만과 캐롤 잉화 루는 물론이고, 외부의 큐레이터, 작가, 연구자들 그리고 국내외의 다양한 기관의 학자들이 찾아와 코스를 위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도교수들은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해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한 두 달 전부터 코디네이터를 통해 미리 읽어야 할 책과 논문들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주 전시, 프로젝트 등을 포함한 지도교수의 경험을 녹아낸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비엔날레는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어떤 사람들이 비엔날레를 방문하는가?’ 하는 문제 제기에서부터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 수치와 같은 양적 평가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었다. 지역 작가들로부터의 압력,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만한 내용과 소수 전문가의 취향을 만족시킬만한 내용 사이에 놓인 깊은 단절감, 그리고 재현의 정치학에 이르기까지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되는 비엔날레들을 둘러싼 많은 이슈들이 논의된 자리였다. 이러한 논의들은 비엔날레 설치 현장으로 이어졌고 현장에서 여섯 명의 디렉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이번 비엔날레의 발전방향에 대해 서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코스 현장탐방 @무각사 [사진제공]광주비엔날레재단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코스 현장탐방 @무각사 [사진제공]광주비엔날레재단


큐레이터 코스 중 현장탐방이 빈번하게 이뤄지기도 했는데, 공식적으로는 광주?전남 지역 이틀, 서울?수도권 지역 이틀로 크게 나뉘어 진행되었다. 미술관, 갤러리와 같은 예술 공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서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도 함께 탐방 하였다. 현장탐방은 각 기관마다 관계자들이 나와 공간에 대한 설립 취지나 운영 방식 등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공간을 둘러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대안공간 풀’을 방문한 서울에서의 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공간이 정치?사회적 배경 속에서 대안적 미술 운동을 꾸준히 진행해 옴과 동시에 역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분석을 수행해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 왔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이 뿐만 아니라 각 방문지마다 한국미술의 현장과 관련된 짧은 강의들이 준비되어 있었으며 기관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 방문을 통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것 또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코스 현장탐방 @리움 [사진제공]광주비엔날레재단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코스 현장탐방 @리움 [사진제공]광주비엔날레재단


거의 한 달간 펠로우 큐레이터들과 함께 지내면서, 나는 그들의 생각과 행동, 관심사를 보다 근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함께 큐레이터 코스에 참가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미켈란젤로 코사로(Michelangelo Corsaro)와 나는 종종 우리가 하나의 공통어, 즉 영어에만 의탁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곤 했다. 동료들과 나눈 다양한 논의들은 내가 가진 장점과 한계점들을 되돌아 보고, 그 지점을 넘어 어떤 식으로 사고해야 할지에 대해 인식하게 된 소중한 시간으로 남아있다.
나의 출신 배경인 인도 동부 지역은 지난 32년간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시각 문화와 산업을 포함한 대부분이 후퇴 상태에 놓여있었고, 2년 전에야 비로소 체제 전복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나에게는 실험적이고 동시에 경험론적인 광주 비엔날레 큐레이터 코스와 같은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했고, 이번 큐레이터 코스는 나와 바깥 세계가 연결되는 다리를 놓고, 결합하고 나누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 인도로 돌아와서도 지난 한 달간이 소중했던 순간들이 여운이 되어 남아 있을 것이다.

오인드릴라 마이티 수라이(Oindrilla Maity Surai) / 독립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1978년 생. 최근에 한국의 자연의 신비 그리고 인도 도시 사회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기획한 전시 ≪Whose History? Which Stories?≫(뉴델리, 인도, 2012)를 큐레이팅했다. 그리고 아시안 디아스포라 예술가들의 두려움과 불안, 관습적 경향들을 보여주는 ≪Anxieties of the Periphery≫(2010, 고치, 인도), ‘국민정서’를 다룬 ≪ The Way We Are ≫(2010, 콜카타, 인도), ≪ Portraits of a People ≫(2009) 등 다양한 전시들을 기획하며 자신의 큐레토리얼 실험을 펼쳐왔다. 그녀는 2011 년 ‘Art Scribes Award’를 수상하였고, 같은 해 광주시립미술관의 연구 레지던시에 참가한 바 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진행하는 국제 큐레이터 코스에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