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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단체전을 말하다 1

posted 2019.09.30


올해 30주년을 맞은 송은문화재단은 2021년 개관 예정인 신사옥 건립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7월 7일부터 9월 28일까지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하는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이하 《Summer Love》)은 2015년 송은 아트스페이스 설립 5주년을 기념하여 시작한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선정 작가 단체전의 세 번째 전시다. 올해 전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신진작가 16인(구은정, 기민정, 김준명, 김지선, 박희자, 송기철, 신이피, 양승원, 오제성, 유영진, 이병찬, 이정우, 이주원, 이채은, 한상아, 황문정)의 신작으로 구성되었으며, 김성우 큐레이터가 전시 자문으로 참여했다. 그는 「전시에 대한 짧은 소고」에서 ‘한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져야만 하는 전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미술세계』는 《Summer Love》의 기획자와 작가뿐만 아니라 《젊은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이하 《젊은모색 2019》,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9.6.20~9.15), 《솔로 SOLO》(이하 《솔로》, 하이트컬렉션 2019.4.26~7.13)의 기획자들과 함께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단체전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우 독립큐레이터, 《Summer Love》 기획 자문
김연우 로렌스 제프리스
백지홍 『미술세계』 편집장
양승원 《Summer Love》, 《솔로》 참여 작가
이성휘 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 《솔로》 기획
최희승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젊은모색 2019》 기획
황문정 《Summer Love》 참여 작가


일시: 2019.8.8
장소: 송은 아트스페이스



Summer Love/솔로/젊은모색


백지홍 오늘은 《Summer Love》 관계자뿐만 아니라 《젊은모색 2019》, 《솔로》의 기획자를 함께 모시고 젊은 작가 단체전을 중심으로 전시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Summer Love》에서 구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겠다.


《Summer Love》 전시 포스터

《Summer Love》 전시 포스터

김연우 송은문화재단과 전시 기획을 협력하는 (주)로렌스 제프리스에서는 송은문화재단의 두 전시 공간인 송은 아트큐브와 송은 아트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송은 아트큐브는 공모를 통해 1년에 8명의 젊은 작가를 선정해서 개인전을 지원한다. 올해로 3회차를 맞이한 《Summer Love》는 송은 아트큐브에서 전시했던 젊은 작가들을 초대하여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신작을 선보이는 전시다. 《Summer Love》의 가장 큰 취지는 작가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갤러리의 소속 작가 개념은 아니지만, 송은에서 한 번이라도 전시를 했으면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가고자 한다. 삼탄빌딩 사옥에 위치한 송은 아트큐브보다 규모가 더 크고, 다양한 관람객이 찾는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작가들의 작업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는 김성우 큐레이터를 기획 자문으로 모셨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성우 큐레이터가 참여 작가와 전시명 등 여러 조건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도 구현하려 했던 콘셉트와 전시 서문에 담긴 전시의 형식에 대한 질문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성우 《Summer Love》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올 봄에 《Summer Love》를 기획해달라고 제안 받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획의 성립에 있어 충족되지 않는 몇 가지 부분이 있어 기획이 불가능했다. 거칠게 말하자면, 첫째, 특정 조건 아래 작가가 선정되어 있었고, 둘째, 주제를 만들기 전에 전시명이 정해져 있었고, 셋째, 전시 준비 기간이 2개월 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자 했고 전시를 준비·진행하는 과정에서 고민할 수 있는 어떤 맥락을 짚어보고자 했다. 영문으로는 그저 큐레이토리얼 어드바이저(curatorial adviser)인데, 번역하니 ‘기획 자문’이라는 무거운 직함이 되었다(웃음). 내가 생각하는 기획에서는 공간 제공 같은 물리적 차원에서 연속된 작가 지원, 더 많은 관람객 노출 같은 요소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동시대 작가들이 무엇을 마주하고, 거기에서부터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하고자 하는지, 그 입장이나 태도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시를 준비하며 16명의 작가와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강령 같은 키워드를 제시할 수도 있었겠지만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큐레이터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동시대적인 주제를 정해 발언하고 외부와의 접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질문을 바깥으로 돌리지 않고 내부로 돌리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인데, 이번에는 후자를 택했다. 16명의 참여 작가는 각자의 타임라인과 궤적 안에서 작업을 잘하고 있다. 그 작업들이 《Summer Love》라는 전시 때문에 모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전시라는 시간이 무엇을 담보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 생각했다. 그렇게 보았을 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기관과 제도가 만들어놓은 틀과 형식들에 대해 질문을 하면 그 답을 더듬어가는 과정에서 좀 더 큰 외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시의 토양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전시라는 것이 어떤 시공간을 바탕으로 조직되는지 말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시공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시간들이 하나의 공간에 조직되고 관객들에 의해 어떤 시공으로 확장해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러한 방식은 언어화된 하나의 주제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시를 감각하는 과정에서 파편적으로 엮이며 관객 각자에게 서서히 질문의 형태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큐레이터의 입장에서 보여준다는 것은 단순한 실천이기보다는 수행적인 차원의 일이다. 결국 내가 발딛고 있는 것들에 어떤 책임감을 갖고 입장과 태도를 취하여 외부와의 접점에서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니까. 키워드나 주제가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행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효력과 효과를 갖고 어떤 좌표값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


《Summer Love》 전시 전경. 미술세계 제공

《Summer Love》 전시 전경. 사진ⓒ 미술세계

백지홍 전시에 참여한 두 작가는 전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성우 큐레이터의 말대로 단순히 전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 이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황문정 작년에 개최된 두 번째 《Summer Love》를 꼼꼼하게 봤다. 송은 아트큐브에 선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도 《Summer Love》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트큐브 선정으로 시스템에 속하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송은은 가족적이고 조금 특이하지 않나. 작년 《Summer Love》도 약간 명절 같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모여서 잔치를 만든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음번에 내가 참여할 때도 추석 같을 거라 생각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은 평소의 작업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아트큐브 전시 이후 델피나 레지던시에 가게 되었는데, 레지던시에 보내주는 것도 송은의 상징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이지 않은가. 그런 시스템과 맞물려서 레지던시에 대한 걸 보여주는 게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번 《Summer Love》가 델피나 레지던시 기간과 바로 이어져서 《Summer Love》 맞춤형 작업을 했다. 델피나 레지던시의 시스템을 게임으로 보여주고자 했는데, 게임이 미완성이어서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양승원 2017~18년 사이에 총 3회의 개인전을 했고 그 중 두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의 기금 제도 안에서 만들어진 전시였다. 자문이나 도움 없이 혼자서 전시를 만들었는데, 전시를 하고 나니 스스로가 소모되고, 휘발된다고 느껴졌다. 전시를 개최해도 피드백을 받지 못했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도 어려웠다. 때마침 하이트컬렉션의 《솔로》에 참여하게 되었고, 《Summer Love》에도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미술세계』 8월호에 수록된 《젊은모색 2019》 인터뷰에서 최희승 학예사가 기관의 시스템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바로 그 경험을 올해 하게 되었다. 《솔로》를 준비한 몇 개월 동안 이성휘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김성우 큐레이터는 정해진 시간 내에 16명의 작품으로 《Summer Love》를 구성하기 위해 작가들과 3~4회 이상 대화했는데, 전시를 통해 작업을 어떻게 보여주었으면 하는지 집요하게 물어보았고, 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많이 정리하게 되었다. 하이트컬렉션, 송은 아트큐브, 송은 아트스페이스와 같은 기관에서 전시하며 혼자는 알기 힘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백지홍 두 작가 모두 기관의 시스템을 경험이 생산적인 자극을 받은 것 같다. 양승원 작가가 자연스럽게 《솔로》와 《젊은모색 2019》으로 이야기를 확대했다. 기관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정해진 시스템 내에서 단체전을 기획했다는 점은 유사한데, 기획 과정에서 어떤 점이 어려웠고, 성취하고자 한 점은 무엇이었는가?


《솔로》 전시 포스터

《솔로》 전시 포스터

이성휘 《솔로》는 하이트컬렉션이 지난 몇 년간 진행해온 젊은 작가전의 다섯 번째 전시로 개최되었다. 그동안 하이트컬렉션의 젊은 작가전을 하면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래서 이번에는 무엇을 바꿀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전시를 준비했다. 《솔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4인(양승원, 윤호진, 최지욱, 허요)의 개인전을 콘셉트로 만들었기에 그룹전이라 생각하고 기획한 전시는 아니다. 이전까지는 그룹전으로 기획했다. 2014년 첫 전시에는 특정한 주제가 없었지만, 2015년에는 ‘회화’, 2016년에는 ‘스토리텔링’, 2017년에는 ‘매체’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전시를 개최하지 못한 작년을 넘어서 올해에는 ‘개인전’이라는 형식을 다뤘다. 젊은 작가가 혼자서 채우기에는 부담되는 규모인 하이트컬렉션 공간을 네 개로 구분하고 작가를 초대했다. 그 외에는 참여 작가들에게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작업만 하라고 했다. 주제나 소재도 던지지 않았다. 현재 작가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가장 잘하는 것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공감해주길 바랐던 것은 개인전의 문제였다. 젊은 작가를 위한 기금을 받은 경우 전시 경험이 적은 이들도 주변의 케어나 소통 없이 전시를 여는 경우가 많다. 나는 작가와 큐레이터가 커뮤니케이션한 결과물이 전시로 나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대화를 큐레이터가 주도할 때도, 작가가 주도할 때도 있지만, 둘 사이에 오고가는 긴장이 전시를 만든다. 젊은 작가들에게 케어나 소통 상대가 있는 전시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젊은모색 2019》 전시 포스터

《젊은모색 2019》 전시 포스터

최희승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분류는 ‘단체전’이나 ‘그룹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보다는 대체로 거장들을 소개하는 ‘개인전’, 미술관 소장품으로 꾸리는 ‘소장품전’, 그리고 특정 주제를 다루는 ‘주제전’으로 나뉘는데, 《젊은모색 2019》는 주제전으로 분류된다. 미술관에서는 작가를 초청하여 지원금과 공간을 제공하고, 큐레이터와 소통해나가는 것 모두를 큰 틀에서 작가 지원이라 생각하고, 이런 지원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를 기대한다. 선순환이란 예를 들면 전시를 통해 만들어진 신작이 심의를 거쳐 미술관 소장품으로 소장되는 일을 포함한다. 그리고 미술관에는 작가들을 생애주기별로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젊은모색 2019》의 작가 선정 기준에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지 않은 작가, 대형 전시에 출품하지 않은 작가를 추천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새로운 젊은 작가를 발굴한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들이 국립기관의 시스템을 경험하는 것이 전시 준비 기간 중 중요한 요소였다면, 전시가 진행되는 3개월 동안은 작가들을 조명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작가들의 인터뷰나 전시 리뷰가 매체에 실리는 걸 가장 바랐고, 전시가 끝날 때 작가들의 작업이 미술관 소장품으로 소장되는 일이 생겨서 다음 작업에 대해 물질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상황을 기대한다. 작가들이 《젊은모색》을 통해 많이 알려지고, 작품이 미술관 소장품이 되고, 나아가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되고, 《현대차 시리즈》로 넘어가고, 이 구조를 《젊은모색》의 선순환이자 지속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전지적 미술관 시점이다(일동 웃음).



작가 선정


백지홍 《Summer Love》, 《솔로》, 《젊은모색 2019》 모두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것이 전시의 중요 목표인 만큼 작가 선정이 전시 성격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세 전시 모두 큐레이터가 직접 작가를 선정하지 않았다. 어떤 과정을 거쳐 작가를 선정하는가?


김연우 올해는 김성우 큐레이터가 《Summer Love》의 기획 자문으로 참여했지만 작년까지는 아트큐브 담당자가 《Summer Love》를 진행했기 때문에 전시 큐레이터가 작가 선정에 관여했다. 물론 처음부터 아트큐브 공모가 《Summer Love》를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며, 기획전의 작가 선정과는 성격이 다르긴 하다.


이성휘 지금까지 하이트컬렉션의 젊은 작가 전시는 큐레이터가 직접 작가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추천인을 선정하고, 추천인들에게서 참여 작가를 추천받는 포맷이었다. 예를 들어 《언더마이스킨》(2016.2.26~5.21)은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에 맞는 젊은 작가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식이다. 추천받은 작가들을 정해진 기간 안에 최대한 소화하여 전시로 잘 보여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고민되는 부분은 이렇게 간접적으로 작가를 선정하면 작가에 따라 의사소통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 《솔로》 같은 경우 네 개의 개인전이 콘셉트인 만큼 네 작가에게 똑같이 에너지를 쏟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여러 이유로 어긋나는 문제들이 존재했기에, 서문에 써놓은 기획이 100% 실현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희승 《젊은모색 2019》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들이 각자 생각하는 젊은 작가를 추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33인의 작가 리스트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선정 과정을 거쳤다. 미술관에서는 《젊은모색》을 통해 젊은 작가들의 각각의 작업 세계를 조명하는 것 외에도, 동시대 미술의 동향을 보고 흐름을 진단하고자 했다. 《젊은모색》이 개최되지 않은 5년 동안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는 갈증이 컸다고 생각한다. 작가를 좁혀갈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반복됐다. 지금까지 선보여온 작품의 완성도가 충분한가, 커미션의 많은 과정을 끝까지 끌고 나갈 경험과 능력이 있는가, 작가의 작업이 동시대 미술 흐름을 보여주는가. 이러한 질문들 속에서 어떤 경향이 감지되었기에 ‘액체 유리 바다’라는 주제를 뽑아낼 수 있었고, 이 주제는 다시 작가 선정 과정의 기준 중 하나가 되었다. 총 5번의 회의를 거쳐 9인(김지영, 송민정, 안성석, 윤두현, 이은새, 장서영, 정희민, 최하늘, 황수연)의 작가를 선정했다. 신작을 제작하는 것이 《젊은모색 2019》의 참여 조건이라고 말하면서 작가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신작을 제작하며 어떤 작가는 ‘액체 유리 바다’라는 주제를 굉장히 크게 느껴서 작품에 온통 액체, 유리, 바다가 등장하기도 하고, 어떤 작가는 ‘응, 그러시든지’(일동 웃음) 하고 신경 안 쓰곤 했다. 그래도 ‘액체 유리 바다’라는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전시가 주제전으로서 통일감이 있었던 것 같다.


《젊은모색 2019》 전시 전경. 미술세계 제공

《젊은모색 2019》 전시 전경. 사진ⓒ 미술세계

백지홍 이미 많은 것이 정해져 있다는 점은 전시 기획에 있어 일종의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황문정 작가는 《Summer Love》 전시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예상하고 작품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와 큐레이터 사이에도 긴장이 있지만, 전시 제도 자체와 작가 사이의 긴장 역시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려면 포맷이 지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김성우 정해진 시스템이 싫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시스템이 지금, 여기에서 무슨 의미를 갖고 어떤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사실 제도가 있고, 틀이 잡혀 있는 것은 편리한 부분이 있다. 다만 존재하는 제도가 직업 윤리적으로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가끔은 제도에 의해 전시나 작가가 도구화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토양이라면 그것 자체를 대상으로 내부 비판을 하고, 거기에서 확장된 프로토콜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제도는 단순히 불편하다, 편하다의 문제가 아니다.


이성휘 제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말했는데, 나는 반대로 《솔로》를 준비하며 작가 추천 방식을 유지하는 게 옳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 포맷은 2013년에 김선정 선생님과 함께 만들어서 2015년부터 내가 운영하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공모로 진행하라는 의견도 많다. 추천이라는 게 인맥, 학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보니까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공모의 경우 작품들에 등수를 매기는 느낌이 들지 않나? 나는 전시가 정답을 내리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은 의견이다. 큐레이터의 관점을 담는 것만으로도 좋은 전시를 만들 수 있다. 매해 추천인들의 성향을 보여줌으로써, 미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변화를 염두에 두는 것은 간접적으로 선정한 작가들의 경우 전시에 대한 욕망의 정도가 서로 다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선정한 작가들과 전시하는 경우에는 그런 문제가 없었다. 내년부터 작가 선정에 변화를 주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백지홍 작가를 직접 선정하게 되면 오히려 명료해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제도라는 것은 그 작동 방식이 명료하게 보일 때 기준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희승 《젊은모색》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젊은 작가들이 작은 공간들에서 주로 익숙하게 활동하다가 갑자기 큰 기관에서 전시할 때 거리감을 느끼거나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미술관의 너무나 견고한 시스템을 갑자기 만나는 것이다. 공간 계획이나 조성, 장비, 보험 등 전시 오픈까지 이어지는 절차와 빠른 데드라인에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송은이나 하이트컬렉션에서 진행하는 것과 같은 중간 규모의 전시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문정 프로그램과 제도가 지속되면, 작가들이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해 진단해서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준비할 수 있다.


김성우 제도의 안정성이란 점에서 어떤 완고함이 있을 수 있다. 완고하지만 그래도 상황이 납득된다면 그 안에서 발버둥을 치면서 그 완고함 사이의 틈을 확보하고, 가능한 무언가를 탐색하고 큐레이터로서 뭔가 만들려고 한다. 그마저 차단되면 큐레이터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열식 전시


백지홍 단체전에 관한 평가 중 가장 흔하게 만나게 되는 것이 ‘나열식’이라는 표현이다. 특정 기획이나 주제가 명확하지 않고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줄 뿐이라는 비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에서는 주제가 강하게 드러나는 것보다는 개별 작품을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솔로》 같은 경우는 네 작가의 작품을 잘 보여주는 게 목적인 만큼 나열식 전시라는 비판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이성휘 공간을 구분하여 네 개의 개인전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꾸몄기에 《솔로》를 나열식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부정적 의미의 나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에서 각 작가의 작업을 얼마나 충실히 보여줄 것인지가 가장 중요했다. 전시를 기획할 때에는 전시가 참여작가의 다음 걸음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솔로》와 같은 젊은 작가 전시는 그러한 부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들과 내 의견이 다를 때는 그냥 해보라고 한다. 왜냐면 해봐야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시뮬레이션해봤자 소용없다.


《솔로》 전시 전경. 미술세계 제공

《솔로》 전시 전경. 사진ⓒ 미술세계

김성우 전시라는 시공을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에 있어 의도적으로 나열하여 보여줄 수도 있다. 조금 더 스펙터클하게 보여줄 수도 있지만, 어떤 전시에서는 그런 방식이 매력적이지 않다. 《Summer Love》에서는 개별 작업들을 따로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벽을 설치하기도 하는 등 전시 디자인을 하며 여러 장치를 만들기도 했는데, 흔히 나열식 전시라 말할 때는 이런 특징을 가진 전시를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해당 전시의 전략과 전술을 짚어가며 고민해볼 문제이지 나열식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또한, 가끔은 작품들이 연동되고 교차하면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을 그리 깊이 살펴보지 않는 것 같다. 입구와 출구가 있는 이상 기본적으로 모든 전시는 나열이 된다. 그러면 그 안에서 어떻게 주어진 시공을 작동시킬 것인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욕심이겠지만 우선은 16명의 개인전처럼 전시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몇 가지 장치가 있다. 이를테면 작가들의 그루핑(grouping)이다. 양승원 작가의 경우 사진을 매체로 사용하는 박희자, 유영진 작가와 함께 묶었다.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입장과 태도가 분명한 세 작가를 사진이라는 매체로 엮는 거다. 황문정 작가가 다룬 델피나 레지던시라는 특수한 공간에 대한 문제는 박희자 작가의 스튜디오, 오재성 작가의 어긋난 시간을 내재한 공간과 함께 묶는 식이다. 전시 전체로 보자면, 전시장으로 처음 들어올 때 이병찬 작가의 작업을 올려다보게 설치하여 작품의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인상, 더 정확히는 화려한 색감만 남도록 했다. 그리고 전시장을 나갈 때에는 송기철 작가의 굉장히 어두운 작업을 배치하여 대조적인 인상을 남기고자 했다. 나열식이란 것은 결국 선형적이란 것인데, 전시 관람 후 일어나는 시각적인 감상 작용은 비선형적이고 파편적이다. 이미지들이 한데 엮이거나 흩어진 것들이 재배열되는 식이다.


양승원 전시를 준비하며 김성우 큐레이터와 참여 작가들이 전시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 것인지 형식에 관해 지속적으로 논의했었다.


최희승 가나다로 나열되는 게 아닌 이상, 단순한 나열식 전시가 될 수는 없다. 《Summer Love》 역시 나열식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룹핑이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작품이 공간과 만나는 이상 단순한 나열이 되기 어렵다. 큐레이터는 전시라는 것을 공간 안에서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또한 《솔로》나 《송은미술대상》, 《올해의 작가상》처럼 네 명 정도의 작가면 단순히 작업의 구현을 우선으로 배치해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섯 명이 넘어가면 기획하는 사람도 감상하는 사람도 그루핑이나 소주제를 요구하게 된다. 개별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좌담회 사진. 미술세계 제공

좌담회 사진. 사진ⓒ 미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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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단체전을 말하다 2」, 미술세계 2019년 9월


※ 이 원고는 미술세계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미술세계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미술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