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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단체전을 말하다 2

posted 2019.10.08


올해 30주년을 맞은 송은문화재단은 2021년 개관 예정인 신사옥 건립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7월 7일부터 9월 28일까지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하는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이하 《Summer Love》)은 2015년 송은 아트스페이스 설립 5주년을 기념하여 시작한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선정 작가 단체전의 세 번째 전시다. 올해 전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신진작가 16인(구은정, 기민정, 김준명, 김지선, 박희자, 송기철, 신이피, 양승원, 오제성, 유영진, 이병찬, 이정우, 이주원, 이채은, 한상아, 황문정)의 신작으로 구성되었으며, 김성우 큐레이터가 전시 자문으로 참여했다. 그는 「전시에 대한 짧은 소고」에서 ‘한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져야만 하는 전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미술세계』는 《Summer Love》의 기획자와 작가뿐만 아니라 《젊은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이하 《젊은모색 2019》,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9.6.20~9.15), 《솔로 SOLO》(이하 《솔로》, 하이트컬렉션 2019.4.26~7.13)의 기획자들과 함께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단체전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우 독립큐레이터, 《Summer Love》 기획 자문
김연우 로렌스 제프리스
백지홍 『미술세계』 편집장
양승원 《Summer Love》, 《솔로》 참여 작가
이성휘 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 《솔로》 기획
최희승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젊은모색 2019》 기획
황문정 《Summer Love》 참여 작가


일시: 2019.8.8
장소: 송은 아트스페이스


젊은 모색과 중견 탐색


백지홍 오늘 모인 세 큐레이터는 ‘젊은 작가 단체전’을 기획했다는 공통점으로 묶였다. 그런데 젊음이라는 표현은 직설적인 것 같이 느껴져도 따지고 보면 애매한 표현이다. 과연 ‘젊음’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백지홍, 『미술세계』 편집장

백지홍, 『미술세계』 편집장.

김성우 《젊은모색》에서 ‘젊음’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젊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전시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고, 국립기관인 만큼 파급력도 크다.


최희승 《젊은모색》은 《청년작가전》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는데 참여 작가의 나이 기준은 35세 이하, 40세 이하 등 회차마다 조금씩 달랐고, 이 선정 기준이 전시 담당자를 가장 고민하게 하는 문제였다. 젊음의 기준을 합의하는 것부터가 《젊은모색》의 시작이라 볼 수 있었다. 올해는 나이 제한 없이 각 학예사들이 본인이 생각하는 젊은 작가를 추천했는데, 그 결과를 보면 젊음을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진다. 어떤 사람은 1970년대생을 추천하기도 했고, 일반적으로 젊다고 하면 떠오르는 20~30대가 오히려 적었다. 올해 신설된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도 나이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다만 미술관 전시 프로그램과 달리 서울문화재단 등의 공모 제도적인 측면으로 가면 만 35세 이하와 같은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최희승,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최희승,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김성우 숫자 문제는 예민한 부분이다. 나이에 따라 지원 가능 기금도 바뀌지 않는가. 하지만 과연 나이가 젊음의 확실한 기준인지는 의문이다. 어떤 작가는 늦은 나이에 작업을 시작했는데, 대화를 해보면 동시대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고 젊음이 느껴졌다. 실제로 젊은 작가들과 함께 작업했지만, 나이 때문에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젊음이라는 것은 추상적인 것, 감각적으로 인식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성휘 하이트컬렉션은 젊은 작가를 추천받을 때, 젊음의 기준을 추천인의 자율에 맡긴다. 구체적인 나이, 경력 등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서 다소 모호할 수 있는데, 40대 초반을 가장 많이 추천받았고, 20대 중반 작가도 있었다. 이런 부분을 인위적으로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경험치가 각기 다른 작가들을 함께 전시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작품 설치나 회의 등에서 작가간의 화학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경험이 많아서 노련한 사람도, 경험이 적은 사람도 서로 영향을 주면서 들쑥날쑥하고 재미있는 풍경이 만들어진다.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김연우 사실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는 연령 제한이 없다. 아트큐브에서 말하는 ‘젊은 작가’는 신체적인 나이보다는 커리어에서 ‘젊은’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막상 선정된 작가들을 보면 나이가 어린 경우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백지홍 오늘은 ‘젊은 작가’로 선정된 당사자들도 참석했다. 여러 기금 제도의 수혜자이기도 한데, 당사자로서 젊음의 기준은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는가?


황문정 젊음의 기준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 생각한다. 비교적 어렸을 때부터 레지던시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는 40대 중반이지만 말이 잘 통하는 평론가도 있고, 20대 후반이지만 너무 꼰대라고 느껴지는 작가도 있다. 일반 회사같은 경우 나이에 따라 올라가는 단계가 있는데 반해 미술계는 그런 부분이 많이 희석되는 것 같다. 물론 또래 작가들을 만나는 것이 더 편하고 말이 통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통계적으로는 나이와 젊은 분위기가 연관될 것이다. 동시에 현재는 내가 수혜를 받는 입장임에도 40대가 되면 대다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내게 다가올 미래라는 점에서 위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황문정, 《Summer Love》 참여 작가

황문정, 《Summer Love》 참여 작가.

이성휘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젊음’의 연령 기준이 넓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어린 사람들이 피해 받는다는 것이다. 20대 중반, 이제 막 시작하는 작가들과 다양한 경험을 해온 사람들이 함께 젊음으로 묶이게 되면 위에서 기회를 막아 새로운 작가군의 성장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김성우 그런 의미에서 제도적인 측면에서 계량화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생물학적 나이 외에도 산술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예를 들면 개인전 개최 횟수 등을 계량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대략적인 평가 기준을 만들어서, 모든 것을 필요조건으로 충족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일종의 충분조건으로서 기능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최희승 젊은 작가를 주목하는 제도는 많은데 신진에서 중견작가로 자리 잡기까지의 연결고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현재 상황으로는 부족하거나 없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작가들이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무언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다. 다양한 제도가 생겨 작가군을 고루 조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


김성우 개인적으로 젊은 작가들은 경향성이라는 큰 줄기 안에서 파악될 수 있다고 본다. 자기 언어가 생기면서 경향성을 탈피하면, 젊은 작가를 넘어 중견작가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들은 경향성에서 탈피했기 때문에 흐름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그 흐름 외부에는 갈 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미술계에는 중간 세대가 없다.’ 이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너무나 큰 문제다. 일전에 백지홍 편집장과 중견작가가 보이지 않으니 젊은 작가들이 기준점 삼을 선배가 없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제도나 생태계가 중견작가를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견이 되면 가족이 생길 수 도 있는 등 또 다른 삶의 무게가 생기고, 작업 페이스도 변화를 맞이한다. 그렇게 젊음에서 탈피하는 순간 주저앉고 사라지는 이들이 너무 많다.


백지홍 중견이라 불리는 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땅히 없다 보니까. 젊음의 기준을 넓히는 식으로 보완해왔던 것 아닌가 싶다.


양승원 중견작가들을 지원하는 기금이 적다 보니까 중견작가도 기성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그러면 기성이라 생각했던 작가는 신진이라 평가되고, 그러다 보니 내 또래 신진작가들은 난 이제 대학 졸업한 사람일 뿐인가 고민하게 되더라.


이성휘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은 중견작가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있는가.


최희승 《올해의 작가상》은 김성우 큐레이터가 말한 것처럼 경향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작품세계를 단단하게 만든 작가들을 선정한다. 최근 고민했던 문제는 매해 선정하다 보니까 점차 《젊은모색》과 연령대가 겹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해의 작가상》은 작가의 나이대를 우선순위에 두고 중견작가에 대해 고민하는 전시는 아니다.


김성우 《올해의 작가상》은 ‘올해의 작가’인 만큼 나이로 접근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중견탐색》을 만들어야 한다(일동 웃음). 중견작가들에게는 다년간 지원이 필요하다. 경향성 안에서 요구될 때는 그에 맞춰서 만들면 되지만, 중견작가가 된 이후 그들 고유의 페이스, 언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다년간 지원하고 첫해나 이듬해까지는 형식적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이들에게 1년 단위, 제도의 시간에 맞춰 짧은 호흡으로 결과물을 보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 요구다.


백지홍 월간지를 만들면서 보아도 젊은 작가들은 SNS 홍보도 적극적이고 워낙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쉽게 포착되고, 원로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전시들도 주목받는 데 반해 중견작가들은 유명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성휘 미술시장이 제 역할을 한다면 중견작가는 갤러리들이 소화해야 하는 연령대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메이저 작가 몇 명에 굉장히 치우쳐져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휘발성, 혹은 피드백의 문제


백지홍 주제를 바꿔 ‘휘발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김성우 큐레이터의 전시 서문과 양승원 작가님의 언급에도 등장하는 휘발성은 김연우 큐레이터가 이번 집담회에 제안한 주제이기도 하다. 어떤 방식으로 논의되면 좋겠는가?


김연우, 로렌스 제프리스

김연우, 로렌스 제프리스.

김연우 미술계에서 일하면서 고민한 지점이 활동들로 이어지지 않고 휘발된다는 회의감이다. 이는 젊은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Summer Love》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김성우 아마 실질적인 차원에서 휘발되지 않는다는 것은 《Summer Love》 이후 참여 작가들의 목소리가 다음 전시들로 이어질 때라 생각한다. 내가 이 사람과 무언가를 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다시 연결될 때에는 휘발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큐레이터로서 휘발을 지연하기 위해 대화를 계속 이어나간다. 그리고 그 대화가 이어질 플랫폼을 찾고 실천한다. 플랫폼이 없으면 만든다. 우리가 나눈 대화의 가치를 알고 그것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작가, 비평가, 큐레이터 등과 나누는 시간을 최대한 기록하려고 한다. 이런 토크에 참여해도 보통 때는 개인 컴퓨터에 대화를 기록한다. 휘발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다.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기에 질문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질문은 굴리다 보면 덩치가 커진다. 그런데 많은 전시들이 담론을 형성하기에는 짧은 기간 동안 이뤄지고 곧 사라진다. 그렇다면 시간의 개념을 새롭게 설정해보자. 피드백이라는 것이 단 한 번의 전시나 기회로는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장기적으로 대화를 굴리는 방법을 찾는 편이다. 각 순간들을 이어서 그 점들이 선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각각의 순간들이 이어질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내가 아마도예술공간에서 활동할 때는 도록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책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에스키스와 같은 과정의 것, 또는 전시라는 시각 중심의 활동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내용의 것들을 수록했다. 출간은 전시와 다른 플랫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개최한 전시는 28일짜리 주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책은 가져가는 사람에 따라 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길게는 발간 2년 뒤에도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는 28일짜리 전시의 생애주기가 2년으로 길어진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이 휘발을 막기 위해 내가 취하는 태도이자 책임 의식 같은 것이다.


김성우 독립큐레이터, 《Summer Love》 기획 자문

김성우 독립큐레이터, 《Summer Love》 기획 자문.

이성휘 확실히 어떤 때는 다 소모되고, 아무 피드백을 받지 못한 것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김성우 큐레이터 말대로 나중에 피드백이 돌아오기도 한다. 조금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어느 궤적을 그리며 살아왔느냐에 따라 피드백 여부가 달린 것 같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지인들이 미술계 사람들이다 보니 일상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일들이 서로 연결되고 이어지더라. 이런 것도 휘발되지 않고 다음으로 연결되는 방식 같다. 저 멀리에서 피드백이 다가오길 기다리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서로에 대해 냉정하게 말해주는 편이다.


최희승 내가 있는 기관의 특성일 수도 있는데 전시는 오픈하는 날부터 휘발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일동 웃음). 그런데 그 점이 내가 전시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같다. 만들어서 휘발되고 다시 만들고. 그렇기 때문에 그 휘발되는 짧고 한정된 기간 동안 만난 작가들에게 최선을 다하게 된다. 작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피드백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가 휘발되는 와중에 가능한 많은 피드백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도록을 만들고, 작가와의 대화 같은 이벤트를 만들면서 전시가 휘발하는 와중에 조금이라도 붙잡으려고 힘을 쓰게 된다.


양승원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 봐도 전시는 무조건 휘발되는 것 같다. 그래서 딱 두 가지만 생각한다. 작가로서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어떤 기관과 함께 어떻게 공존하느냐. 이 둘을 생각해야 휘발하지 않는다고 본다. 전시 중 많은 수가 지인들의 잔치가 되고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는 평을 받기 힘들다. 이는 우리 사회의 특징 같기도 하다.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기획자에게 연락하여 카페에서 만났다. 각자 커피를 3잔씩 마시면서 3시간 동안 전시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문제를 인식했고, 올해는 개인전을 개최하지 말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로 했다. 때마침 하이트컬렉션 《솔로》전 제의가 들어온 거다. 마지막에는 평론을 받아야 했는데, 보통은 전시 기획자가 직접 쓰거나 평론가를 선정하기 마련이다. 이성휘 큐레이터는 내게 비슷한 또래에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획자, 평론가에게 글을 받으라는 미션을 줬다. 고민하다가 2018년 송은 아트큐브에서 같이 준비했던 정푸르나 선생님에게 글을 부탁했다. 내 작업을 몇 년간 봐오기도 했고, 열심히 활동하지만 아직 글을 청탁받은 경험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문제인식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면 경험이 휘발되지 않고 교훈을 얻고, 아쉬운 부분을 보안할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양승원, 《Summer Love》, 《솔로》 참여 작가

양승원, 《Summer Love》, 《솔로》 참여 작가.

이성휘 도록은 다음 주에 나올 예정이다(웃음). 《솔로》의 참여 작가들에게 당신들에게도 관객층을 개발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 관객, 아직은 경력이 짧더라도 앞으로 작업을 지켜봐줄 전문가 관객을 개발하는 노력해야 한다. 기관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나는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스스로 필자를 개발해보라고 한 후 리스트를 만들어서 평론을 요청했다.


김성우 작가는 자신과의 싸움인데, 큐레이터, 비평가는 잘 만나면 스파링 파트너다(일동 웃음). 혼자 싸우다가 스파링 파트너가 생기면 실전의 감을 느낄 수가 있다. 비약적으로 깊이가 생겨나기도 하고, 제삼자의 시선이 생기기도 한다.


양승원 작가는 설령 실패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기획자, 비평가, 기관과 만나야 하는 것 같다. 작가들끼리 모이면 각자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너는 하이트컬렉션에서도 전시하고, 송은에서도 전시하고 잘 나가네”라고 말하는 작가도 있다. 그런데 보면 그 작가가 전시 경험은 더 많다. 문제는 기금을 받으면 전시하고, 기금이 떨어지면 좌절하는 걸 반복한다는 점이다. 김성우 큐레이터 말처럼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나도 오랫동안 깨닫지 못하다가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다짜고짜 전화해서 “몇 년간 전시를 했는데 피드백이 없으니 속 시원하게 욕이라도 해달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런 노력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작가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거기에 더해 전시 기획이나 비평을 잘 하는 작가도 있겠지만 그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도 있다. 이를 보완해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런 집담회 역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김성우 휘발이라는 것은 작가에게는 ‘고갈’됨을 의미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새로움이나 실험에 대한 강박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양승원 작가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 설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업데이트 하면서 외부와 조우하고 스스로 좌표를 찍어나가야 하는데, 외부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에 강박적인 실험과 막연한 새로움의 추구로 나아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 결과는 고갈이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방어막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의 반응에만 휘둘린다면 자신에게 남는 것이 없다.


김연우 선을 이어간다는 표현에 공감이 된다. 이번 집담회를 제안한 것 역시 《Summer Love》를 통해 무언가 연결하고, 남기고 싶어서였다.


이성휘 《솔로》의 경우 참여 작가들에게는 죄송하게도 활자화된 리뷰가 없었다. 그런데 유튜브에 올라온 ‘격주로 리뷰토크’라는 프로그램에 《솔로》 리뷰가 올라왔다. 네 사람이 전시를 보고 리뷰하는데 영상의 길이가 1시간 40분이나 되었다. 서문부터 모든 것을 샅샅이 돋보기로 들여다보듯이 보더라.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내 결과물을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봐준 사람이 없었기에 감동 받았다. 그들이 전시를 리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젊은 작가의 개인전이 이뤄지는 현실에 대한 공감이었다. 전시에 대한 기대와 구현된 전시 사이에 어긋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지원금 제도의 문제의식에 대한 논의들은 이어졌다.


이성휘, 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

이성휘, 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

김성우 피드백이 활자화되어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휘발성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SNS 상에 드러나는 단기적 감상에 집중하게 되는 상황 탓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그것의 바깥에서도 피드백은 있다.


백지홍 월간지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매달 책이 발간될 때마다 피드백이 없다는 쓸쓸함을 느낀다. 그런데 피드백이 늦게는 4~5년 뒤에도 오더라. 장기간에 걸쳐 피드백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미술 분야는 ‘존버’가 필요한 것 같다(일동 웃음).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투입된 활동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이 휘발된다는 느낌의 원인이라 생각된다. 반대로 전시가 끝났다해도 변화를 가져온다면 휘발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현장을 기록하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여 여러 활동이 휘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체의 기본적인 역할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제도를 바꾸는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여 오늘과 같은 자리를 계속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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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단체전을 말하다 1」, 미술세계 2019년 9월호


※ 이 원고는 미술세계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미술세계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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