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행사

인사이트 2020 2

posted 2020.02.05


기획·진행 정송 기자


경자년 새해가 밝자 비엔날레와 페어를 선보일 주체와 새로운 디렉터 체제로 출발하는 기관들이 2020년 준비에 한껏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2020년을 대표하는 ‘베를린 비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를 비롯해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의 주요 기획과 감독을 소개하고 그중 몇 예술 감독에게 올 한 해를 대표할 키워드를 직접 들음으로써 2020년을 예측하는 기획을 짰다. 전임 디렉터인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의 타계로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nst)의 새 수장 안드레아 리소니(Andrea Lissoni)의 견해도 덧붙였다. 부디 세계 현대미술에 어떠한 움직임이 있을지 함께 가늠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다프네 아야스 & 나타샤 진발라Defne Ayas & Natasha Ginwala
2020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


왼: 나타샤 진발라 오: 데프네 아야스 © Photo: Victoria Tomaschko

왼: 나타샤 진발라 오: 데프네 아야스 © Photo: Victoria Tomaschko

(왼)나타샤 진발라는 큐레이터이자 예술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다. 현재 베를린에 위치한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의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2017년 도쿠멘타 14의 큐레이터 팀과 ‘제8회 베를린 비엔날레’, ’타이베이 비엔날레(Taipei Biennial) 2012’에도 큐레이터로 참여한 바 있다.


(오)데프네 아야스는 네덜란드, 중국, 미국, 러시아 등에서 여러 기관의 디렉터와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현재는 뉴욕의 퍼모파(Perfoma)의 큐레이터이자 모스코바의 V-A-C 파운데이션의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또한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터키관의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Intelligence
지능


우리는 전례 없는 지능의 발전을 마주하고 있다. 지능의 발현이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지능은 정확히 어디에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신체적, 기술적, 영적인 지능에 대한 서구 사회의 분열을 초월할 방법이 있을까? 증강지능과 인류의 공동진화 과정의 방향성에 대해, 그리고 최고의 적응성 지능을 가진 인간의 입지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고민해볼법하다. 인간의 뇌가 추구할 수 있는 지능이 인간의 마음과 어디까지 엮인 것인지, 그리고 토착 지식, 신성한 우주론, 애니미즘, 모계적 체계, 심령술이 포함된 집단 지능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다음 ‘광주비엔날레’는 2020년 9월 4일로 예정되어있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모토로 열리는 예술 축제는 정신세계의 연장선상을 탐구하는 예술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Volatility
불안정성/소멸성/일촉즉발


미래를 향한 불안감이야말로 동시대를 사는 우리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정치, 경제, 그리고 예술계에서도 공통으로 공유하는 과제이다. 그렇다면 불안정성이란 무엇일까? 공간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불안정성에 대한 한 가지 관점은 방향성이 다른 다수의 체계가 겹치는 지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다. 시국의 형세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산물인 셈이다. 상호 이타적인 체계가 같은 공간에 공존하여 발생하는 불안정성이 예술계에서도 강력한 공명으로 울려 퍼진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하다. 특히 지금의 한국에서는 말이다.


Anti-systemic kinship
반조직적 친족관계


글로벌 공동체로서 우리가 사는 정치 사회적 풍토는 갈수록 참여와 소속의 개념을 마다하는 분열적이고 전체주의적 개념을 마주하고 있다. 반조직적 친족관계의 개념은 집단적 투쟁, 우정, 보상 등을 통해 형성된 규율이 없는 소속 채널을 지칭한다. 국가나 사상 등, 순수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의 이야기를 벗어나 수시로 변하고 복제되며 혼성을 보이는 집합 관계를 통해 이분법적인 관계를 초월하고자 한다. 인사이더 아웃사이더, 남성적이고 여성적, 합법과 불법의 틀을 벗어나고자 함이다. 근대사의 식민지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형성된 선형적이고 계층화된 집단 정체성의 정의를 초월하는 반조직적 친족관계는 오늘날 보살핌, 애도, 재탄생의 활기찬 관례에 주목하고 있다.


야곱 파브리시우스 Jacob Fabricius
2020 부산비엔날레 예술 감독


© Photo: Stamers Kontor

© Photo: Stamers Kontor

Climate change
기후변화


모두가 이야기하는 주요 안건이다. 아니, 최소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FCCC)의 2019년 ‘COP25’ 당사국 총회 기간에는 말이다. 우리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고 행동의 전환도, 아마 최소한 전환된 생각에 부합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전시회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작품을 보여주면 진부할 수 있고, 전시를 통한 인식과 제고 또한 추상적일 수 있다. 그런데도 작품의 ‘생산’, 프로젝트나 전시회를 구현하는 방식을 되돌아봐야 함은 변함없다. 산업에 생산 과잉이 있듯이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하루권으로 들어온 국제화 시대, 우버처럼 국제화 전략이 통하는 시대에 세계 어디든 비행기 표를 끊어서 방문하고 문화를 맛보고 비엔날레 같은 문화행사에 참석하고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 만에 복귀하고 또 다른 비행기 표를 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기후변화라는 현상과 우리가 자원을 사용하는 행태를 고려하면, 변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미래에는 ‘마을’의 개념이 다시 유효해질 것이고, 더 국소적이고 지역에 초점을 맞춘 소규모 행사들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Ragged Education
비정형 교육


최근 젊은 학생들을 만나 협업을 하게 된 보람찬 기회가 있었다. 이러한 만남이 내가 근무하는 쿤스탈 오르후스의 전시와 프로젝트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 교육 체계에 신선한 충격이 가해지면 도식화된 영역을 벗어날 기회가 발생할 것이다. 한국, 카메룬, 덴마크, 등을 아우르는 예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기성 교육체계가 필요한 와해성 아이디어들을 공유하고 젊은 작가들이 도전을 받아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술의 정의에 이미 포함된 것이고, 작가 개인도 그런 활동을 지속해서 하겠지만, 교육 체계에서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Korean Mecca
한국의 메카


어쩌면 메카라는 표현이 부적절할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건 2020년은 한국의 미술 애호가들에게 의미심장한 비엔날레의 해가 될 것. 한국은 물론, 세계인들이 한국의 비엔날레를 관람하러 올 예정인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행사들이 너무나 기대된다. 나도 한국을 방문하여 예술 순례를 서너 회 한 바 있다. 한국의 이런 대규모 전시를 본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고 또 매우 인상적이었다. 순례라고 하는 이유는 대규모 종교행사 같은 감도 있어서이다. 내가 기획하는 ‘부산비엔날레’ 역시 흥미진진할 것 같아 기대된다. 이 비엔날레를 통해 문학, 시각 예술, 음악의 융합을 꾀한다.


안드레아 리소니 Andrea Lissoni
하우스 데어 쿤스트 신임 관장


© Photo: Alexiou Telemachos

© Photo: Alexiou Telemachos

안드레아 리소니는 피렐리 앵거 비코카(Pirelli HangarBicocca)의 큐레이터, 독립예술가 네트워크인 ‘씽(Xing)’의 공동 창립자, 볼로냐의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넷마지(International Festival Netmage)’의 공동 디렉터, 테이터 모던 인터내셔널 아트(필름)의 시니어 큐레이터를 역임하고 이번 봄에 뮌헨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nst)의 새 디렉터로 부임할 예정이다.


Attunement
조율


내가 속한 세상과 또 세상들, 그리고 바깥 세상과 함께 조화되기 위해 ‘조율’은 필수 조건이다.


Dance


‘조율’과 같이 무엇인가 함께 나누기 위한 제스처로서 댄스를 제안한다


Optimism
낙관주의


위와 같은 ‘춤’, ‘조율’과 같이 서로 함께하고자 하는 제스처를 꾸준히 취할 때의 기분으로서의 낙천주의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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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2020 1」, 퍼블릭아트 2020년 1월호


※ 이 원고는 퍼블릭아트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퍼블릭아트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정송

퍼블릭아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