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미술시장을 진단한다 (1) – 미술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posted 2020.04.29


이번 특집은 글로벌 아트 마켓 동향 점검의 차원에서, 한국 미술시장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본다. 21세기 한국 미술시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현황은 어떠한가? 우리 화랑은 마켓의 글로벌화와 유통 구조의 다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경제 불황에 맞서는 갤러리의 ‘비전’과 ‘전략’은 무엇인가? Art는 미술시장의 청사진을 그리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미술시장의 ‘키 플레이어’ 갤러리 15곳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묻고 답한다. 미술시장,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앙케이트 갤러리바톤,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금산갤러리, 더페이지갤러리, 리안갤러리, 바라캇컨템포러리, 박여숙화랑, 아라리오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제이슨함, 조현화랑, 학고재갤러리, PKM갤러리, P21


줄리안 오피  알루미늄, 나일론, 라이트 290×300×12cm 2019_2020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 리손갤러리 출품작.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줄리안 오피 알루미늄, 나일론, 라이트 290×300×12cm 2019_2020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 리손갤러리 출품작.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Issue 1. 미술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지난 3월호 특집 <아트마켓 ‘핫이슈’>는 미술시장 전문매체 『아트프라이스(Artprice)』의 2019년 리포트를 분석했다. 그 이슈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트마켓이라는 생태계에도 글로벌화가 가속되고 있다. 국가와 인종, 지역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20세기에는 북미와 서유럽이 주도했던 아트마켓은 21세기에 들어 아시아의 ‘동풍(東風)’으로 큰 지각변동을 겪었다. 중국이 일약 시장 점유율 2위에 뛰어올랐다. 『아트프라이스』는 근자에 아프리카(혹은 아프리카계) 작가의 약진을 이슈로 내놓았다. 둘째, 제2차 시장인 경매시장의 호황이다. 컨템퍼러리아트의 점유율이 계속 상승해, 2019년에는 연간 경매 매출액 역대 3위, 낙찰 작품수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미술시장은 2006, 2007년의 대호황 이후 2008년 리먼쇼크로 급속한 하강 곡선을 그려왔다. 그럼에도 메이저 갤러리의 선전, 경매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작년에는 정부의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 강화 방침에 따라 경매시장의 낙찰액이 줄어들었다. 경매 총액 2,000억 원을 돌파했던 2018년에 비해 지난해의 낙찰 총액은 약 28.7% 감소했다. 이밖에 기업의 미술 분야 지원 감소,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점 휴업 장기화 등도 미술시장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Q.21세기 한국 미술시장의 현황과 트렌드는 무엇인가? 해외 미술계와의 교류 확대, 시장의 다변화, 젊은 컬렉터와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은 미술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A.미술시장의 탈국가적, 탈장르적 변모
ㅤ미술품 유통 플랫폼의 다변화
ㅤ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 고조


최근 한국을 포함한 세계 미술시장은 탈국가적, 탈장르적 면모를 보이며 다양한 국적의 작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환경을 주제로 한 영상, 뉴미디어와 공간 전체를 작품으로 연출하는 설치작업을 비롯한 다매체 장르가 호황을 맞이했다. 이러한 주목과 동시에 아트페어, 온라인 미술시장의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회화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갤러리바톤)


한국 미술시장은 최근 5년 동안의 글로벌 동향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3~4년간 국내외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군 ‘단색화 열풍’이 지나가면서, 한국 작가의 작품에 대한 국내 시장의 수요가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 ‘단색화’의 프레임에서 조명된 원로작가들의 구작은 공급이 제한돼 있고, 신작의 작품 가격에 대해 컬렉터들의 확신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측면은 해외에서 특정 그룹이나 미술 운동이 아니라 개별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작가마다 섬세한 전략을 짜서 프로모션을 해야 한다. (갤러리현대)


2011한국국제아트페어 (KIAF) 개막식 장면.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2011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 개막식 장면.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 단색화 특별전이 있었던 이래 한국미술은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받아왔다. 최근 들어 그 관심은 1960년대 후반에 있었던 아방가르드 전위 예술로 이어지고 있다. AG의 선두주자인 이건용은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 영역인 몸과 그 주변의 공간을 회화로 표현하면서 1960~70년대 당시 개인의 억압된 자유와 권리를 역설적으로 표현해왔다. 이를 누구나 기억하기 쉬운 기호 형태(하트, 동그라미, 사람, 부채 등)로 표현하여 대중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있고, 최근 페이스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렇게 전 세계가 한국 미술을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의 미술 컬렉터들은 작품의 시장성 또한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리안갤러리)


한국 미술이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외국 작가의 작품을 국내 화랑에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세계 유수 화랑에서 한국 작가를 섭외하고 전시를 개최하는 것이 외국 화랑의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화이트큐브, 페이스, 페로탕, 데이빗즈워너 등 세계 유수의 화랑뿐만 아니라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호평받은 악셀베르부르트, 토미오코야마 등 주요 갤러리들이 한국에 방문해 한국 작가를 찾고, 유럽과 중국의 미술관에서도 한국 작가의 전시를 열거나 계획 중이다. 예를 들면 유럽의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남프랑스의 마그파운데이션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 이배의 전시를 개최했으며(2018년), 올 11월 중국 상하이 파워롱뮤지엄에서 지난해 단색화 전시에 이어 한국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조현화랑)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 11월에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1971)가 132억 원에 낙찰되어 화제가 됐다. 한국 미술품 중 최고가다. 올해 뉴욕현대미술관, 데이빗즈워너 등 해외 유수의 미술 기관이 한국 작가 개인전을 선보인다. 백남준 회고전은 런던 테이트모던을 거쳐 암스테르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 순회를 앞두고 있다. 작품이 다수 유찰되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된 탓이다. 경제 불황의 여파로 고가 미술품 거래가 줄었다. 한편, 중견 및 청년 작가에 주목하는 젊은 컬렉터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국내외 동향에 민감하며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한다. 투자 목적보다 소장 가치에 주목하는 편이다. 여성 작가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 여성주의의 대모로 알려진 윤석남스미소니언 내셔널포트레이트갤러리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오는 5월에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뮤지엄 단체전 참가를 앞두고 있다. 9월에는 학고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학고재갤러리)


한국 미술시장은 인구가 적고, 그만큼 시장 규모도 작아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 그럼에도 화랑들은 그 상황에서 나름의 성장을 위해 지금껏 노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미술시장이 크고 작은 타격을 입었다. 국제갤러리 역시 부산점의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을 일주일 앞당겨 종료했고, 3월 개최 예정이었던 제니 홀저박서보의 개인전을 잠정 연기했다. 그러나 단색화 작가들은 여전히 건재하며, 김수자, 양혜규, 함경아와 같은 여성 작가들의 국제적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양혜규는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신작으로 구성한 개인전을 전시 중이며, 올해 영국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대규모 개인전(5월),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개인전(8월)을 앞두고 있다. (국제갤러리)


현재 한국 미술시장은 전반적으로 불황이다. 사람들이 작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첫째 컬렉터의 필요에 의해서, 둘째 작가나 작품이 좋아서, 셋째 투자 가치 때문이다. 앞의 두 경우는 컬렉터 개인의 취향에 의존하기에 한계가 있다. 투자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현재 한국 미술시장은 극심한 침체기이지만, 해외 화랑은 작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성황이다. 해외에서 투자 가치가 있는 한국 작가의 작품은 소수 인기 작가에 한정되고 청년, 신진 작가의 수요는 전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국 작가의 작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익 발생을 기대하기 힘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축소되긴 했지만 국내외 아트페어의 활발한 참여가 최근 트렌드다. 이는 기획 및 대관 전시의 한계를 인식하고 해외 미술시장에 작가와 작품을 소개해 수요를 늘리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한국 화랑의 작품 판매 50% 이상이 전시 판매라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금산갤러리)


한국화랑협회가 2010년 뉴욕에서 개최한 코리안아트쇼.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한국화랑협회가 2010년 뉴욕에서 개최한 코리안아트쇼.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한국 작가의 경우 블루칩 작가 몇 명에 시장의 수요가 경도되어 있다. 해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중견 작가와 신진 작가의 시장은 아직도 매우 열악하다. 공공성을 띤 협업 작업이 증가하는 것 또한 눈에 띄는 변화다. (PKM갤러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술시장은 소수의 이들에게만 접근이 허락된 불가침 영역처럼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비교적 다양한 연령대와 직군의 사람들이 화랑과 아트페어에 방문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감상자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것이 바로 작품 판매량의 증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나, 시장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이러한 변화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폭발적인 활성화와 연관이 있다. 시장뿐만 아니라 미술계 전반이 소셜미디어로 폭넓은 관객층을 획득했다. 실제로 더페이지갤러리의 방문객 상당수도 인스타그램에서 전시 및 행사 소식을 접하고, 갤러리 또한 인스타그램을 홍보 채널로 적극 활용한다. 2010년대 이후 새롭게 변화한 갤러리 지형도에도 주목해야 한다. 동시대 현대미술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화랑들은 이제 삼청동과 인사동을 벗어나 청담동, 한남동, 더 나아가 홍대 인근과 성수동에 이르기까지 서울 다양한 지역에 고르게 분포해 있다. 이러한 아트마켓 플랫폼의 확산은 새로운 고객층의 형성에 기인한다. 오늘의 화랑은 새로운 고객들의 니즈를 다방면으로 충족할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더페이지갤러리)


외국계 갤러리의 유입 및 국제적 감각을 갖춘 2세대 갤러리의 성장으로 해외 미술시장과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또 해외 경험과 정보력을 갖춘 신흥 컬렉터 층의 출현으로 미술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해갈 가능성이 보인다. (바라캇컨템포러리)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기준 5천억 원 정도로 조사되었고, 2019년 상반기에는 전년도 대비 경매 매출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미술품(고서화, 서예, 도자기, 공예품) 거래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갤러리도 증가했고, 미술품 유통 플랫폼이 다각화되었다. 해외 주요 미술씬에서 한국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미술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미술품 유통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시기이다. 현재 미술시장에서는 여성 작가가 떠오르는 추세이고, 미디어아트, 디지털 페인팅, 설치, 퍼포먼스 등 기술과 융합한 작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박여숙화랑)


2019년 미술시장은 전년 대비 갤러리 작품 판매와 경매 매출 축소를 경험하며 마감되었다. 그리고 그 불황의 여파는 2020년으로 연결될 것이라 예견되었다. 현재는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져 시장은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아마도 올 한 해는 특별한 반등 없이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특정 작가로의 편중이 심하다. 원래 한국 미술시장이 블루칩 작가에 편중하지만, 지난 1~2년을 지나면서 점점 더 소수의 특정 작가로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의 미술시장은 전시를 통한 판매 외 아트페어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확실히 향상되었다. 그 결과 국내외 아트페어에 대한 중요도와 몰입도가 커졌다. 동시에 미술품 공동 투자 플랫폼, 온라인을 통한 유통 구조 고안 등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아라리오갤러리)


2019년 아트바젤홍콩 인카운터 섹션의 템플론갤러리 부스. 시오타 치하루의 거대한 설치작품이 보인다.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2019년 아트바젤홍콩 인카운터 섹션의 템플론갤러리 부스. 시오타 치하루의 거대한 설치작품이 보인다.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한국과 외국의 미술시장을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의 상용화가 급격하게 이어짐에 따라 글로벌 미술시장에 한국 미술시장이 편입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최근 미술시장에서는 작가의 국적과 관계없이 글로벌하게 통용될 수 있는, 마치 만국 화폐 같은 작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구매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분위기도 있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 경매에서 억 단위의 작품이 많지 않았던 반면, 요즘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가격이 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이슨함)


젊은 컬렉터들이 새로 유입되었지만 그것이 미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장담할 수 없다. 젊은 컬렉터 중 다수가 컬렉션 자체에 의미를 갖기보다는 인테리어용으로 생각하거나 재테크의 일환으로 컬렉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단순하게 취향에 맞는 작품을 선택하거나 투자의 목적으로만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최근의 동향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많은 컬렉터가 미술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고민, 또는 가치에 대한 과감한 실험이나 도전을 하기 어려워한다. 최근 두드러지는 경향으로 보이는 것은 젊은 컬렉터들이 대중문화의 가벼운 캐릭터 이미지를 찾는다는 것이다. ‘가벼움의 시대’라는 말이 와닿을 정도로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작품들을 종종 찾는다. 하지만 이것도 취향의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소비일 뿐 미술시장에 기여하는 컬렉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준이거나 시장을 크게 좌우할 만한 경향은 아니다. 근 10년간 변함없이 미술시장을 좌우하는 작가들은 여전히 단색화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원앤제이갤러리)


현재 미술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장기 침체를 계속해온 한국 미술시장에서 중소 갤러리는 갈수록 더욱 입지가 좁아진다. 글로벌 초대형 갤러리는 미술시장의 지형을 바꾸어놓았고, 외국 갤러리가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등 커지지 않는 파이 안에서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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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원고는 아트인컬처 2020년 4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아트인컬처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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