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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 이대형

posted 2020.06.16


더아트로는 한국미술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집 기사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How to Win the Global Art Market)’을 준비했다. 이대형 큐레이터의 글을 시작으로 전세계의 언론, 컨설팅, 미술시장, 마케팅 전문가들로부터 지난 10년간의 글로벌 아트 마케팅 전략과 한국 미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 등을 묻는다. 글로벌 매체인 아트리뷰ArtReview) 발행인 카스텐 렉식(Carsten Recksik)과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의 총괄 편집장 제인 모리스(Jane Morris), 아트 컨설턴트인 퓨처시티(Futurecity) 파트너 셰리 도빈(Sherry Dobbin)과 아트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주도하는 아트 마켓 마인드(Art Market Minds)설립자 루이스 햄린(Louise Hamlin), 미술시장 전문가인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디렉터 제임스 그린(James Green)과 인디아 아트 페어(India Art Fair) 디렉터 자그딥 자그팔(Jagdip Jagpal), 아트마케팅 전문가인 서튼(Sutton) 전(前) 디렉터 데이비드 필드(David Field)와 서펜타인 미술관(Serpentine Galleries)의 콘텐츠 수석 제시 링햄(Jesse Ringham)이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 전세계 미술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글로벌 인사이트를 통해 한국 미술의 한 단계 높은 도약을 기대해본다.



본질은 우물 밖에 있다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 Myun Esik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 명이식,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연구, 세미나, 전시, 출판, 전시, 컬렉션, 홍보, 펀드레이징 등이 한자리에서 일어나는 곳이 미술관이다. 그래서 미술관은 미술계의 작은 축소판이다. 그런 맥락에서 미술관의 구조변화와 전략 방향을 읽으면 미술계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지금 미술관의 본질이 컬렉션에서 관객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안으로는 지역 커뮤니티의 참여를 촉진 시키고, 밖으로는 미술관 관객의 글로벌 외연을 넓히는 기술적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큐레이터, 작가가 가지고 있던 저자 (author)힘이 관객의 해석과 참여로 옮겨가게 하는 촉매져 역할도 한다. 결국 텍스트는 이미지로, 이미지는 영상으로, 영상은 3D 가상현실로 현실을 묘사하고 복제하는 프로세싱 역시 가속이 붙었다.


한국 현대미술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내용은 제대로된 미술사, 예술철학의 지원이다. 시장 경쟁력을 강화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역사와 철학이 동행해야 한다. 철학이 결핍된 즉 스토리텔링이 안되는 예술이 휘발성으로 반짝하고 사라지는 사례는 많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스토리텔링의 방식, 이야기 만들어지고, 전파되는 방식의 변화는 물론이고, 저자(author)의 관점까지도 바꾸어 놓았다. 이번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How to Win Global Art Market” 인터뷰 시리즈는 1)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달라진 미술계의 흐름을 읽고, 2)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 방향을 고민하며, 3) 한국미술사와 한국 미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인 지원은 어떤 방식 이어야 하는지 진단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정론 미술잡지를 지향하는 <아트 뉴스페이퍼>, 디지털 전략을 통해 비지니스를 확장하고 있은 <아트리뷰>, 다양한 클라이언트에 문화정책을 자문하는 아트컨설팅회사 <퓨처시티>, 아트 비지니스 컨퍼런스를 주도하는 <아트 마켓 마인드>, 온라인과 출판부서를 강화한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 인도 지역의 강소 아트페어 <인디아 아트 페어>, 글로벌 홍보 대행사 <서튼>, 미술관 디지털 전략의 선봉에 선 <서펜타인 갤러리>의 디렉터 및 시니어급 책임자를 한 자리에 모았다. COVID 19 사태만 아니었다면 직접 한국에서 얼굴 마주하는 세미나 개최가 가능했을 것인데 못내 아쉽다.


“세계화”란 기회


글로벌리즘은 분명히 기회다. 그러나 글로벌리즘이란 거대 파도는 규모와 힘의 경쟁에서 승리한 주류의 물길은 키우고, 지역에서 잔잔히 흐르는 지류는 말라 버리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글로벌리즘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사회 시스템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바뀐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질적, 양적 성장이 가져온 커뮤니케이션 환경 변화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결핍된 글로벌리즘의 한계를 노출시킨다. 그 결과 지류가 모이면 충분히 주류와 경쟁할 수 있는,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도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Google, Facebook, Amazon 등 정보를 다루는 기업들이 주도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정보 산업의 급성장은 옛 굴뚝 산업 공룡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공간을 하나씩 점령해 나갔다.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개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의 간격을 좁히고, 개인화에 최적화된 서비스와 정보들을 연결시키는 일들이 지구촌 곳곳에 신경망처럼 뻗어 나간 지류에서 활발하게 벌어진다. 그리고 최근 AI, 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과학과 관련 응용 기술들은 지류 수천 개 혹은 수십 만개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취합하고,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해진 새로운 형태의 포식자를 예고한다. 이제 주류와 지류를 신속하게 넘나들며 거시적이며 동시에 미시적인 전략 아래 실시간으로 시장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게 되었다.


Installation view of 《Korean Abstract Art: Kim Whanki and Dansaekhwa》, Powerlong Museum, Shanghai, China, 2018, Photo by Chunho An,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Installation view of 《Korean Abstract Art: Kim Whanki and Dansaekhwa》, Powerlong Museum, Shanghai, China, 2018, Photo by Chunho An, 사진제공 국제갤러리

그렇다면 미술시장은 얼마나 순발력 있게 이 같은 시대 변화에 반응하고 있을까? 음악, 영화 등 다른 대중문화 장르와 비교했을 때, 한국현대미술은 국제 미술계에서 그 역량에 비해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백남준, 이우환, 김수자, 서도호, 이불, 양혜규 등 소수의 예술가들 이름이 반복적으로 거론될 뿐이다. 그나마 최근에 박서보, 윤형근 등 단색화 대표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앞에서 언급한 작가들의 경우 글로벌 주류 미술관, 베니스 비엔날레 등을 통해서 노출된 결과이고, 단색화의 경우 국내외 화랑들이 연대해서 프로모션 한 결과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어떤 경우에서든 글로벌 연대와 협업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사례이다. 그래서 한국 현대미술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글로벌 연대를 위해 지급 어떤 파트너십 전략이 필요할지 고민해야 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8명의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를 인터뷰하였다. 1) 아트리뷰(ArtReview) 발행인 카스텐 렉식(Carsten Recksik), 2)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의 총괄 편집장 제인 모리스(Jane Morris), 3) 퓨처시티(Futurecity) 파트너 쉐리 도빈(Sherry Dobbin), 4) 아트 마켓 마인드(Art Market Minds) 설립자 루이스 햄린(Louise Hamlin), 5)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디렉터 제임스 그린(James Green), 6) 인디아 아트 페어(India Art Fair) 디렉터 자그딥 자그팔(Jagdip Jagpal), 7) 전 서튼(Sutton) 디렉터 데이비드 필드(David Field), 8) 서펜타인 미술관(Serpentine Galleries)의 콘텐츠 수석 제시 링햄(Jesse Ringham) 등 각 분야의 브레인들이 각자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그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지난 10년 글로벌 아트 마케팅 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변화를 야기한 요인은 무엇인지? 테크놀로지가 미술계와 시장에는 어떤 변화를 야기하고 있는지? 한국미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지?


한국현대미술 영문 지식체계


지난 십 수년 동안 여전히 거북이 행보를 보이는 부분이 한국현대미술 영문 출판이다. 여러 학술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강조해 온 핵심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영문 출판 이야기가 나오면, “이미 여러 국공립 미술관에서 다양한 형태의 도록을 영문으로 출판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부터 “한국현대미술을 영문으로 출판한다고 해도 그것을 사줄 시장이 부재하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필요성은 알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자포자기가 많다. 지난주 영국에서 꽤나 유명한 미디어 관계자(Culture Shock)가 새롭게 시작하는 인 하우스 출판 사업에 한국현대미술을 연구하는 작업을 해보겠다며,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공모한 “Publishing Korean Art” 사업(3월 12일 공지)과 함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신뢰할 만한 기관인지 물어왔다. 지금까지 그들이 접촉해 온 클라이언트들이 구겐하임, 테이트, V&A, 바젤 등 글로벌 핵심 주류세력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문의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기관 지원의 수혜자를 대한민국 국적으로 한정해 온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드디어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Korean Art from 1953: Collision, Innovation and Interaction』 The Publication is supported by ‘KAMS Publishing Korean Art: Overseas Publication Support Program’ ⓒ Phaidon

Korean Art from 1953: Collision, Innovation and Interaction 해당 도서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국미술 해외출판 지원사업'으로 출판되었다. ⓒ Phaidon

글로벌 문화예술계에서 새로운 지식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누가, 어떤 주제로 글을 쓸 것인가? 둘째 어떤 배급망을 통해 글로벌 배포를 할 것인가? 셋째 주요 콘텐츠에 대한 온라인으로 접속 경로를 어떻게 마련해 줄 것인가?


보다 세부적으로 3가지 단계를 살피면, 첫째, 국적을 초월해 누구든 저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가능하면 업계의 영향력과 전문성이 검증된 인물이면 더 좋겠다. 그리고 주제에 있어서는 순수하게 한국미술사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큐레이토리얼 방법론까지 아우르며 전체 생태계를 고려해야 한 확장성을 염두해야 한다. 둘째 배급망, 배급전략은 출판 콘텐츠 이상으로 중요하다. 각 도시의 주요 미술관 북 스토어부터 각 주요국가의 미술대학에 비치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고급 종이에 인쇄된 읽히지 않는 지식이는 되어서는 안된다. 셋째 하이라이트 콘텐츠에 대한 온라인 접속을 마련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한국미술을 글로벌 지식체계에 편입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지식체계에서 자주 인용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 경계를 넘어서


테이트, 서펜타인, 데이비드 즈워너, 가고시안 등 미술관, 상업화랑 할 것 없이 자체 인 하우스 출판팀과 콘텐츠 팀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 덕분에 이들 기관들은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관객에게 자신들의 메세지를 전달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동시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쉽게 새로운 관객과 연결되는 탁월한 조건이다.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출판산업에서 에디터를 축소하는 동안 현장에서 작품과 관객/컬렉터를 연결시키고 있는 미술관과 화랑에서는 에디터를 보강하고 있는 셈으로, 이는 온라인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이 그 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SNS 기반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에디터 역량을 요구한다. 관객(이용자)까지도 새로운 콘텐츠와 지식을 생성하는 ‘에디터’, ‘저자’로 실시간으로 기여할 수 있는 포용적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미술계만의 전문용어를 소통 가능한 언어로 재해석하는 능력은 기본이다.


『ekphrasis』 series published by David Zwirner Books. Photo by Kyle Knodell. Courtesy David Zwirner.

ekphrasis series published by David Zwirner Books. Photo by Kyle Knodell. Courtesy David Zwirner.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검색 최적화(SEO), 개인 취향을 반영한 알고리즘이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영향을 끼치며 미술의 외연을 넓히기 유리한 기술적인 여건을 마련하였다. 한국 역시 이 같은 큰 움직임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한 저변 확대 노력의 좋은 예로 Artsy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트 게놈 프로젝트(The Art Genome Project) 를 들 수 있다. 장르, 주제, 스타일, 디자인, 컬러, 재료, 기법, 시대, 지역을 기반으로 이미지와 작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범주화, 큐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도이다. 이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진단하고 거기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용자 주도의 콘텐츠의 생산, 배포, 공유가 지식체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차원의 큐레이팅 전문가 참여를 요구하는데, 이들은 콘텐츠 자체에 대한 전문성 이외에도 그 콘텐츠가 생산, 배포, 공유 될 수 있는 컨텍스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한국현대미술의 시장 경쟁력을 위해서는 콘텐츠에 해당하는 한국현대미술 자체에 대한 연구와 함께 한국현대미술을 중심에 두고 1) 인접 장르와의 파트너십, 2) 산업 내에서의 협업체계, 3) 타겟 국가, 타겟 시장과의 파트너십 등 컨텍스트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콘텐츠가 성장할 수 있는 외연이 넓어지며, 그 만큼 콘텐츠가 성장할 수 있다.


nowness.com

nowness.com

이는 비단 텍스트 중심의 콘텐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진(Instagram), 영상(Youtube, Vimeo…)까지 확장해야 한다. Youtube에 57만명의 구독자 (참고로 ArtReview 구독자는 4만명)를 자랑하는 NOWNESS는 대표적인 성공케이스이다. 미술, 디자인, 패션, 뷰티, 음악, 문화, 음식, 여행까지 다양한 장르를 함께 담아내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 지구촌 누구든 접속해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Publishing Korean Art” 공모 사업 이후의 지원사업과 제도는 이 같은 복잡한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 즉 변화된 생태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미술시장에서 거래하는 대상은 물리적인 작품 자체를 넘어 창의적인 오리지널 스토리를 소비한다는데 있다.


컬렉션을 통해 컬렉터(개인, 기업, 기관)의 정체성까지 고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짧은 역사의 스타트업 창업주의 경우 실험적인 작품이 아닌, 역사적으로 검증된 전통적인 견고한 헤리티지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반대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커미션 작품을 통해 보수적인 기업 이미지를 상쇄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핵심은 강력한 스토리, 신뢰할 만한 지식체계, 매력적인 메세지를 만드는데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그런 지식체계가 지속가능하게 생산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COVID 19 이후 세상은 글로벌리즘과 네셔널리즘의 심화된 갈등을 목격할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새로운 시장을 낳는다. 오프라인 행사가 온라인으로 컨버팅되는 이 시점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AR, VR 등 테크놀로지는 전통적인 의미의 예술의 본질을 대체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그래서 전통적인 미술시장을 몸 담고 있는 관계자들의 경우 테크놀로지가 새로운 장르가 아닌 단순한 재료가 되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맥락에서 AR, VR 등의 실감형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단지 “예술”을 물리적인, 시간적인 제약 없이 체험하고 학습 가능하게 해주는 유인책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VR 작품 “육체와 모래 (Carne y Arena)를 체험해 본다면 작품의 스토리에 대한 감동, 기술적인 완성도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동시에 전통적인 예술작품의 위기를 전망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 AI, 로봇, 가상현실…우리는 어느 순간 4차 산업혁명 이라는 물결 한 가운데에 서있다. 정보의 생산, 배급, 소비 되는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답은 “미술계라는 우물” 밖에 항상 있었다. 온라인 플랫폼 전략과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반 초연결성 등 기술기반전략 자산이 풍부한 대한민국에게 있어 온라인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비중이 높아진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학교의 교육과 현장이 따로 놀고, 쉽게 돈 벌 수 있는 해외 “명품” 작가 수입에만 열을 올리는 화랑만 살아 남는 왜곡된 시장구조에서는 희망이 없다.


경계를 초월한 협업과 연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


지금까지 이들 8인의 전문가들이 공유한 미술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을 종합 요약하면, 1) 한국현대미술 영문 지식체계 구축, 2) 민주적 정보 접속과 공유, 3) 한국 혼자가 아닌 글로벌 연대 그리고 파트너십, 4) 한국현대미술 연구 글로벌 다국적 인재 후원, 5) 지속가능한 중장기적 연구지원 제도화, 6) 큐레이터, 작가, 평론가, 컬렉터, 갤러리, 미술관, 아트페어, 옥션, 비엔날레 등 협업의 힘, 7) 관객 외연 확장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협업체계와 글로벌 연대 없이 혼자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곳이 글로벌 미술시장의 지형도이다. 총성만 없을 뿐 전쟁터이다. 총알을 대신한 자본의 포화 속에서 예술이 마땅히 가져야할 진정성을 지켜내며, 한국현대미술의 철학적 가치를 세련된 스토리로 연결해 주류에서도 보편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10년을 내다 보는 정책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시장 그 중에서 미술시장은 매우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생명체이다. 두뇌, 심장, 간, 폐, 신경망, 혈관, 뼈, 피부 등 다양한 장기가 섬세하게 결합되어야 비로서 기능하는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예측할 수 있으나 한 편으로 그 돌출 행동은 번번히 수학적 예측을 벗어나며 우리를 당황시킨다. 논리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논리적 비약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모호한 상징과 은유에 움직이고, 명확한 논리와 이성에 움직이지 않는 일이 다반사이다. 도시 안에서, 도시와 도시 사이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다양한 충돌과 화해를 반복하며 제도를 만들고 또 그 제도를 전복한다. 예술은 그 제도의 전복과 반복의 역사 속에서 태동한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시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신뢰에 기반한 상호약속이 중요하다. 특히 예술작품이 가지고 있는 추상적인 상징가치를 거래 가능한 경제적 가치로 전환시키는 것이 미술시장이기 때문에, 신뢰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만큼 어려운 일이다.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공통된 문제점은 아직까지도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지극히 개인적인 인맥에 의존하는 수준의 파편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단색화에 대한 인지도 역시 그들에게 익숙한 미니멀리즘을 기준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이해하는 수준이지 한국의 근현대미술사, 문화사에 대한 큰 맥락에 대한 이해에 기반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결핍된 지점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19년 11월 베이징 대학교. 베이징 포럼의 일환으로 ‘동아시아 현대미술’의 중흥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협업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당시 필자는 4가지 질문과 함께 발표를 시작했다. 첫째 아시아의 경계, 동아시아의 경계, 그 안에서 한국, 일본, 중국의 경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둘째 아시아적 특수성이 글로벌 문화예술계에서 의미를 가지고 소통되기 위해서는 어떤 정도의 보편성이 필요한 것인가? 셋째 결과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커뮤니티를 논하는 이 시점 아시아적인 정체성이 가능한가? 넷째 그럼에도 동아시아의 중흥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지원과 연대가 필요한가?


이 역설적인 질문들의 해답은 네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찾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현대미술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다. 특정 한국인 몇명을 지원하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얼마나 포용적인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 얼마나 포용적인 글로벌 연대를 촉진시킬 것인가의 목표의식을 가지고 정부 지원의 전략 방향이 세워져야 한다. COVID 19 위기 극복 과정 속에서 글로벌 리더 한국이란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졌다. 한국의 상징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미술분야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초월한 지원체계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전세계 누구라도 환영해야 한다. 상징가치는 상호 소통(유통)을 통해 견고해 진다. 그리고 그 소통의 범위가 넓으면 넓을 수록 상징가치의 힘은 강해진다. 명심하자. 우리는 여전히 글로벌리즘의 물결 속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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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이대형은 에이치존 대표이자 백남준문화재단 이사로,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예술 감독,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 활동한 바 있다. 4차 산업시대 인간-예술-테크놀로지-사회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연구하며, 예술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글로벌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CONNECT, BTS›를 통해 5개 도시 22인의 작가들과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를, <코리아 리서치 팰로우 10x10>을 통해 글로벌 큐레이터와 국내 큐레이터의 연구 네트워크를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