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미술전문가

분리 혹은 연결 – WESS 인터뷰

posted 2020.06.30


지난 2010년대에 ‘콜렉티브’와 ‘신생공간’은 한국 미술계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였다. 예술적 태도, 혹은 지향점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결국 그 만남이 공간의 문제로 이어져 다양한 실험을 위한 공간이 곳곳에 생겨나기도 했다. 2010년이 마무리되어가던 무렵,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11명의 기획자가 모여 WESS(웨스, We Show Separate)라는 공간을 오픈했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각자가 원하는 활동을 위한 물리적 공간의 확보와 주체적이고 지속적인 큐레토리얼 실천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 공간/플랫폼을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WESS는 한국의 부동산 임대차 계약 기간에 맞춘 2년 동안 한시적 운영을 고려하고 시작했으나 이는 단지 공간을 지속하기 위한 어려움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그 이후의 활동에 대한 유연성을 담보하는 긍정적인 태도로 보인다. 2020년의 첫 상반기가 지났고 WESS의 첫 번째 전시인 김성우 큐레이터의 《아나모르포즈: 그릴수록 흐려지고, 멀어질수록 선명해지는》이 지난 26일 막을 내렸다. 첫 전시의 종료와 함께 WESS의 구성원들에게 운영 기간의 1/4이 지난 현재에 자신들의 활동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를 요청했다.


진행 이지원(더아트로 에디터)


《아나모르포즈 : 그릴수록 흐려지고, 멀어질수록 선명해지는》전시전경 / 전시기획 : 김성우 (사진: 조준용)

WESS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한다.


WESS WESS(웨스)는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들의 전시/프로젝트가 연속적으로 하나의 공간에서 일어나며, 각 기획자들의 관심사와 태도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획자 공동 운영 플랫폼'을 시도한다. 공동 운영자 11명(장혜정, 송고은, 김정현, 김성우, 김선옥, 권혁규, 맹지영, 박수지, 신지현, 이성휘, 최희승)의 전시/프로젝트는 각자의 연구에 기반한 독립적 기획이며, 공동운영자의 프로젝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준비 과정과 결과물은 개별성을 갖는다. WESS(웨스)는 하나의 공동 주제 의식이나 미션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한 솔직하고 깊이 있는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나아가 또 다른 동료 기획자, 예술가, 비평가, 연구자들과 대화를 확장하고, 그들의 창조적 생산물에 대한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비평과 감상이 이어지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조직 구성 방식에 대해 듣고 싶다. 구성원들이 WESS에서 어떻게 역할을 나누어 활동하는가?


WESS 기본적으로 WESS의 모든 구성원 11명은 공동운영자(Co-curator)로 역할을 수행하며 각자 정해진 일정에 따른 개별 프로젝트의 기획과 진행에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단, 운영을 위해 공동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 비정기적인 운영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이외, 이 프로젝트를 최초 제안한 송고은과 장혜정은 공동운영자이자 공동조직자(Co-organizer)로서 일반적인 공간의 관리, 개별 프로젝트 외에 WESS 내부 프로그램 등을 제안하고 진행한다.


WESS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국내외의 콜렉티브/단체/조직을 참고한 사례가 있는가? 있다면, 레퍼런스의 어떤 장단점을 통해 WESS가 지니고 있는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WESS 콜렉티브가 조직한 국내 외의 다양한 예술공간들을 훑어보긴 했지만 특정한 미술 공간이나 기관을 구체적으로 참조하기보다는 오히려 공유 오피스 시스템 정도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단, 전시를 위주로 한 공간활용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실제 공간을 나누기보다는 시간을 나눈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왼쪽 《웨스 웜업 프로그램 : 웨스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전경 오른쪽 《웨스 웜업 프로그램 : 웨스 후도록》 전경 (사진 : 최윤석)

초반의 프로젝트 중 출판과 관련된 프로젝트(포트폴리오 아카이브, 전시후도록)가 눈에 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달라.


WESS WESS의 첫 전시가 시작되기 전 Warm-up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WESS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 《WESS 전시후도록》은 내부 운영자들의 개별 프로젝트 외에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고민들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하고자 한 시도였다.


먼저, 작가와 기획자 사이의 더 많은 교류와 다양한 리서치 방식을 고민하며 기획된 《WESS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은 상대적으로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적은 졸업 후 3년 이하의 작가를 대상으로 온라인 참여 신청을 받아 제출된 모든 포트폴리오를 온/오프라인으로 공개 열람하는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 진행 중에는 참여 작가와 WESS의 공동운영자 사이에 사전질문지를 받아 소규모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WESS 전시후도록》은 예술가나 기획자가 독립적으로 전시를 기획/진행하는 경우 도록, 특히 후도록 배포에 대한 한계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공통된 목소리에 주목하며 WESS를 전시 관련 출판물 배포를 위한 일시적 플랫폼으로 공유한 프로젝트였다. 실질적인 오프라인 도록 배포와 함께 a.docs((https://adocs.co)와 협력하여 온라인 공유도 진행했다. 연계프로그램으로는 전시 도록이라는 출판물을 매개체로 지나간 전시에 대해서 되짚어 보고, 휘발되는 전시와 대신 남겨지는 출판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함께 하는 큐레이터들이 앞으로 진행할 전시/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답변 : 전시 순)


김성우 이 답변을 하는 시점에서 내가 기획한 전시 《아나모르포즈 : 그릴수록 흐려지고, 멀어질수록 선명해지는》는 종료에 다가서고 있을 것이다. WESS의 첫 전시를 맡게 된 나는 해당 공간의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최초에는 아주 개인적이고 내밀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싶었으나, 첫 전시라는 것이 개인적임에 충분히 치우칠 수 있을 만큼 썩 자유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막상 전시를 시작할 당시 이미 몇 번의 프로그램이 있기는 했지만, 하나로 모이지 않는, 물리적 공간은 있지만, 정체성을 얘기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였던, 무색무취에 가까운 해당 공간의 조건과 상태, 그 중립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은 WESS라는 갤러리 공간을, 그리고 작품을 보다 중립적인 차원으로 이해하기 위해 사물이라는 위상에 올려놓고 바라보게 하였으며, 그것에 특정 맥락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오늘날의 여러 지적 도구들에 대해 질문하고자 하였다. 그렇게 본 전시는 사물을 인식/ 개념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누락과 생성에 초점을 맞추고, 오늘날의 사물이나 현상의 가시적 존재 방식에 질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수지 사실 예술은 입증되고 승인된다. 7월에 시작될 전시 《7인의 지식인》은 예술을 둘러싼 이들의 믿음체계와 정신승리에 대한 것이다. 반성과 논쟁은 비생산적인 회의주의자의 몫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예술이 끝내 기댈 것이기도 하다. 더 나은 비관주의를 열망하는 태도로 전시에 대한 전시를 만들고자 한다.


이성휘 올해 8월 중순부터 한 달간 모 미술대학 3~4학년 십여 명과 전시/프레젠테이션을 할 계획이다. 각종 기관들의 공모나 기금 제도에 아직 진입하지 않는 이들과 진행하는 프로젝트며, 이들에게 제안자인 이성휘를 도구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타인이 제시하는 기준이나 평가가 아닌, 참여자 스스로의 판단과 만족을 1순위에 놓은 프로젝트다. 작업 결정, 프레젠테이션 방식, 과정 기록을 참여자들이 주도해서 진행하며 제안자의 판단은 최소한만 작용할 수 있게끔 노력하려고 한다.


신지현 오래된 매체의 (비평적) 확장의 가능성을 매개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본다’는 행위를 반영하여 평면과 신체가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는지 탐구하고 지극히 평면 안에 머물며 그 안에서 창출 가능한 시각장의 깊이에 대한 질문을 품는, 새로운 회화/이미지 읽기에 대한 전시가 될 것 같다.


김정현 올해 11~12월 중 한 해 동안 연구한 주제, 협업 프로젝트, 공동 제작 중인 작업의 중간발표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을 공유하려고 한다. 일정 기간 동안 지속하는 전시 형식이 필수가 아니며, 창작 기금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프로그래밍 중이다.


최희승 작가 김지영의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시는 《빛과 숨의 온도》(가제)라는 제목으로 12월 28일부터 2021년 2월 1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김지영 작가가 준비하고 있는 신작 회화와 영상, 사운드 작업들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의 한 시리즈를 완성하는 전시이기도 해서, 폐막일에 맞춰 전시의 도록이자 김지영 작가의 자료집을 출간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고 진행 중이다.


맹지영 한국의 예술 현장에서 매개자(큐레이터)의 역할과 그 다양한 유형에 대한 현장리서치와 연구를 올해 진행하고, 내년 초 해당 기간 동안 그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송고은 가상이 몸을 통해 현실이되는 대한 여러 철학적 견해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전시를 위해 이에 관한 다양한 작품들을 리서치 중에 있다.


권혁규 안티(anti)와 파라(para) 큐레이팅의 흐름 속에서 전시만이 공유할 수 있는 경험과 감각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 큐레이팅을 사소하게 만들거나 기각해버리지 않는 ‘전시’를 생각하고 있다. 회화, 조각 매체와 함께 축소할 수 없는 전시의 본질을 말해보고 싶다.


장혜정 아직 고민한 시간적 여유가 있어 충분한 고민과 리서치를 하며 기획의 방향을 구체화 해나가려고 한다. 모든 것이 불확정적인 시대에 유일하게 확인되는 신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


김선옥 내년 8월에 전시를 하게 되어서 짧지 않은 준비 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전시를 기획할 때 여러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조급하게 준비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긴 호흡으로, 참여 작가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외부 연구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충분한 리서치 시간을 갖고 주제를 확장하고자 한다. 표면적인 전시 사전 리서치에서 벗어나 참여자 모두에게 생산적인 활동이 되었으면 하는데, 전시가 끝난 후에도 이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유효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웨스 웜업 프로그램 : 웨스 후도록》 전경 (사진 : 최윤석)

참여 큐레이터들 중에서는 독립큐레이터도 있지만, 다양한 성격의 기관에 소속하여 근무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기존의 본인의 자리에서 진행했던 전시와 WESS에서 진행하게 될 전시 사이에 어떤 점이 다르며 새로울 것으로 기대하는가? (답변 : 전시 순)


김성우 운영했던 공간을 벗어나 외부의 다른 공간이나 공공의 영역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이러한 상황은 언제나 대안에 대안을 낳게 했다. 큐레이터로서 전시 그 자체도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계획이 결과물로 산출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상황과 조건에 대응하는 접근법과 방법론 역시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러므로 WESS를 단순히 전시가 열리는 물리적 공간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공동 운영이라는 체제를 바탕으로 한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다수의 큐레이터, 비평가가 맺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황과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공동 운영이 곧 공동의 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지, 혹은 각자 다른 생각 안에서 어떠한 교집합이 성립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곧 오늘날의 미술 생태계의 일각을 비추어 낼 수 있는지 등과 같은 것이다.


박수지 WESS에서의 전시는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하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비추어도 불편한 기획을 하는데도 마음이 놓이는 양가감정이 생기는 곳이다. 이유는 WESS가 기획자 중심의 공간이라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전시를 생산하는 데에 있어 기획의 외연을 확장하되, 전시 공간이라는 곳 자체에 늘 따라붙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왜곡을 원천적으로 피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한 장점이다.


이성휘 소속기관에서 진행해온 전시나 WESS에서 진행할 전시나 낯선 것을 대면하는 괴로움을 즐기는 편이라,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선호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다만 WESS에서 진행할 프로젝트에서의 본인의 역할은 기획자라기보다는 제안자, 또는 도구라고 칭하고 싶다. 어떤 일을 하든 나(큐레이터)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 궁극적으로는 참여자들의 자율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 것을 추구한다.


신지현 독립 기획자로서 기획하는 경우 개인 연구의 일환으로 생각하며, 일관된 관심 주제를 중심으로 지속하는 과정 중에 있다. WESS에서도 역시 그 연장으로서의 전시를 준비 중이다. 이 경우 기관이나 몸집이 큰 프로젝트에서 일할 때와는 다른 트랙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전과 다르지 않고 또 이후와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김정현 비평가로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그간 창작지원금을 받거나 기관 초대로 퍼포먼스 기획을 해왔다. WESS에서는 기존의 프로젝트와 달리 결과물이 전시나 공연 등의 특정한 형식을 갖추거나 사전에 구상한 내용을 필수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등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개인 연구나 공동 프로젝트에 있어서 개방적인 태도로 임할 수 있다. 2년간 사용 가능한 공간이기에 단발적이지 않은 구상과 실현이 가능하다고 기대한다.


최희승 기관에서 기획되는 모든 전시와 프로그램은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해당 기관이 세운 기조와 구조에 맞추어 만들어진다. 그 견고한 틀 안에서 얼마큼 개인의 관심사를 발현할 수 있는가가 기관 큐레이터의 과제가 되기도 한다. WESS에서의 전시는 늘 의식해야 했던 틀거리가 걷어진 채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나의 주관성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다. 기관에서 응당 염두 해야 하는 공정성, 형평성, 공공성 등 다양한 잣대들도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그래서 아마 전시를 가장 기대하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맹지영 신진 작가와 큐레이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10여 년간 기획, 운영해오면서 현장에서의 한계나 필요한 부분을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 왔다.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가진 기획자들로 모인 WESS를 통해 기존의 시스템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송고은 전시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 스스로의 자율적인 선택과 흥미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후에 더 구체적인 피드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권혁규 주로 기금을 받아, 그것의 속도와 (비)효율성에 타협하며 전시를 만들어왔다. 알다시피, 기금은 ‘지원’이기도 하지만 ‘관리’이기도 하다. 전시의 ‘언제’와 ‘어디서’가 이미 결정된 WESS에서 조금 다른 리듬과 속도의 기획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장혜정 확정된 공간을 두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만들어지다 보니, 참여자들과 오랜 대화를 기반으로 한 열려있는 가능성을 가진 프로젝트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선옥 소속된 공간에서 했던 전시와 WESS에서 할 전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물리적인 조건이나 형식은 다를 수 있지만, 기획자로서 고민하는 지점이나 태도는 변함없다는 의미이다. 물론, 공간의 고정된 정체성으로만 전시를 보는/평가하는 일부 편향된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내가 전시에서 어떤 생산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공간이 바뀐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WESS 전시에서도 질문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2년 동안 운영하는 WESS의 1/4분기라 할 수 있는 기간(6개월)이 흘렀다. 지난 6개월의 활동을 점검하며 잘한 점, 아쉬운 점 등을 말해달라.


김성우 불과 몇 개월의 시간과 몇 개의 활동으로 평가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예술을 실천하는 특정 맥락에서 마주하는 장벽에 대해 논하고 감정적으로나마 약간은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박수지 WESS에는 ‘Separate’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나는 ‘Separate’을 개인성(Individuality)로 해석했다. 공고한 연대에 이어 느슨한 연대를 외치는 지금 갈라지고 분리된 개별성을 말 할 수 있는 것은 논쟁을 가능하게 한다는 차원에서 또 다른 반가움이기도 했다. WESS는 분할된 시간에서 서로의 시간을 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6개월의 짧은 성취보다 모두의 시간을 꼬박 지나왔을 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성휘 처음 참여를 결정할 때부터 관망 또는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을 해뒀었다. 개인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활동을 보면서 에너지를 얻고 싶다.


신지현 그동안은 말 그대로 앞으로에 대한 예열기간이었고 이제부터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 여러 공식/비공식 프로그램들을 통해 동의하는 혹은 그렇지 않은 현장의 현상과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김정현 서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획자들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큐레토리얼 프랙티스의 사례들을 연구해보고 싶어 참여를 결정했다. 기대했던 대화와 연구가 조금씩 가능해지고 있는 듯하다.


최희승 아직 무엇인가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닌 것 같다. 다만 6개월 동안 진행했던 WESS Warm-up 프로그램들의 경우 ‘우리에게 이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에 대한 응답을 참가자, 관람자들을 통해 확인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송고은 지난 6개월 사이 본격적인 개별 프로젝트 이전 WESS Warm-up 프로그램이란 카테고리를 통해 앞서 소개한 《WESS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WESS 전시후도록》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장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데 그치기 보다 현실 안에서 가능한 범위의 실천을 동료들과 자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온다.


권혁규 작년 연말쯤 WESS 공간을 소개하는 일종의 집들이를 가졌었다. 여럿이 모이는 게 힘들어진 요즘이라 그런지 더 특별하게 기억된다. WESS에는 여러 명의 기획자가 모인 만큼 다른 의견을 마주할 때가 있다. 동의하지 않음의 모임은 앞으로 좀 더 나은 것으로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 막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장혜정 공동운영자의 첫 번째 전시가 열리기 전까지 WESS는 설립의 취지와 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Warm-up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4 분기를 보냈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겠지만, 개인들의 점유를 위함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민스러운 지점들을 함께 나누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성격을 보여주는 기회를 삼을 수 있었던 점이 의미 있었다.


《웨스 웜업 프로그램 : 웨스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전경

2년의 활동(임대)기간이 끝난 뒤 WESS의 활동이 (동시대 한국 미술 신에서) 어떤 결과/현상으로 남기를 바라는가? 가능하다면 참여 큐레이터들 각각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김성우 아직은 지켜볼 일이지만, 적어도 그 결과가 곧 다른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수지 우리는 늘 근과거의 무언가를 책으로 사진으로 낮은 해상도의 영상 같은 것으로 보며 경험하지 못한 열망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러니 남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특히나 요즘 같은 속도 과잉, 생산과잉의 시대에서 멈추는 사람이 없는데 무언가를 남길 수 있을까? 뭐라도 남는다면 박수를 치고 싶다.


이성휘 어떤 유쾌한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신지현 큐레이터쉽에 고민과 나름대로의 실천이 이루어졌던, 출몰극장 같았던 곳. 정도로 기억되면 좋을 것 같다.


김정현 물리적 공간에 매인 2년에 그치지 않고 서울의 예술가들이 서로 신뢰를 쌓아갈 수 있게 지지하는 플랫폼.


최희승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 ‘큐레이팅’에 대한 의미 있는 고민으로 이어지길.


맹지영 미술 현장에 어떤 식으로든 자극이 되길 바라며, 건강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


송고은 큐레이터들의 독립적인 활동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하나의 방식.


권혁규 동시대 큐레이팅의 한계와 가능성이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나길 바란다.


장혜정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발생하는 너무 많은 희생과 그로 인해 휘발되는 최초의 취지와 즐거움을 잃고 싶지 않아, 2년 후를 기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WESS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 또한 아니다. 아직 섣불리 말할 수 없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선옥 기획자들이 현재(2020-2021) 어떤 고민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지 나중에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는, 11개의 ‘지루하지 않은’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



WESS 홈페이지
주소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 320, 2층(02866)
Contact wess.seoul@gmail.com

이지원

더아트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