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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산비엔날레 프리뷰 :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과의 대담 (2)

posted 2020.09.03


2020년의 하반기로 접어든 현재, 올 한 해는 많은 계획들이 연기되기도 하고 취소되기도 하며 예측할 수 없는 해로 우리에게 자리매김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비엔날레라는 행사는 오랜 기간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호흡을 맞추며 준비해야 하는 대규모 행사이지만, 팬데믹으로 인하여 국가 간 이동이 한동한, 혹은 기약할 수 없는 오랜 기간동안 자유롭지 않게 된 지금 이 시대에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 주었다. 일일이 언급할 수 없는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하며 준비해온 2020 부산비엔날레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번 부산 비엔날레는 덴마크 출신의 전시 감독인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의 기획으로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라는 서사적인 제목으로 오픈한다. 비엔날레라는 행사가 시각 예술을 기반으로 하며 타 장르와 자유롭게 협업해오는 종합 예술의 장이지만, 특히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시각 예술과 문학, 음악이 어느 때보다 서로 조화롭게 상호작용하며 전시의 축을 이루고 있다.
더아트로는 2020 부산비엔날레의 프리뷰로, 전시 감독인 야콥 파브리시우스와 2020 부산비엔날레 큐레토리얼 어드바이저인 김성우, 전시팀장 이설희의 대담을 준비했다. 김성우의 진행으로 야콥 파브리시우스 감독의 흥미로운 전시 방법론, 그가 생각하는 부산의 지역성과 지금 시대의 비엔날레의 동시대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리적으로 부산에 올 수 없는 독자들이 이번 프리뷰를 통해 부산 비엔날레에 대하여 한 층 더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20 부산비엔날레 ;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Words at an Exhibition- an exhibition in ten chapters and five poems)


대담 진행 및 정리 김성우(2020 부산비엔날레 큐레토리얼 어드바이저)
대담 참여자 야콥 파브리시우스(2020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이설희(2020 부산비엔날레 전시팀장)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2020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2020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는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의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파브리시우스는 스웨덴 말뫼 콘스트할 디렉터(2008-2012), 덴마크 쿤스트할 샤를로텐보르(2013-2014) 디렉터를 역임했다. 최근 아트선재센터에서의 전시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2019)를 포함하여 수많은 국제전시를 기획했다. 파브리시우스는 출판사 ‘포크 살라드 프레스’와 뉴스페이퍼 프로젝트 ‘올드 뉴스’의 창립자이다.
김성우(KIM, Sung woo)/ 2020 부산비엔날레 큐레토리얼 어드바이저
김성우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로서 주로 전시기획과 글을 쓴다. 전시라는 시공을 바탕으로 질문지를 생산하는 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개인의 주체적 삶의 모습과 형태를 담아내는 전시의 가능성을 고민 중에 있다. 아마도예술공간의 책임큐레이터로 2015년부터 2019년 초까지 공간의 기획 및 운영을 총괄했으며, 현재는 독립큐레이터이자 성북동에 위치한 기획자 플랫폼 WESS의 공동운영자로 활동 중에 있다. 큐레이토리얼 콜렉티브로 2018년도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을 공동 기획했으며, 2020년 부산비엔날레의 큐레이토리얼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이설희(SeolHui Lee)/ 2020 부산비엔날레 전시팀장
이설희는 2020부산비엔날레 전시팀장이다. 미술사를 공부했고,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코스(2016) 및 테이트모던 인텐시브 프로그램(2019)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일했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이다. 공저로 『키워드로 읽는 한국현대미술』(사회평론, 2019), 『한국 동시대 미술 1990년 이후』(사회평론, 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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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산비엔날레 프리뷰 :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과의 대담 (1)


김성우 : 코로나 19의 여파와 그에 따른 전시의 기획 과정과 절차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다. 올해 한국의 3대 비엔날레라 할 수 있는 서울, 부산, 광주의 비엔날레 중 부산비엔날레가 유일하게 오픈하는 행사가 되었다. 광주는 내년 초로, 서울과 그 외 다른 비엔날레들도 내년 중반 즈음으로 그 일정을 조정하였다. 마찬가지로 올해의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도 내년으로 조정되었으며, 그에 따라 베니스비엔날레 역시 한 해 뒤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리버풀비엔날레, 헬싱키비엔날레도 연기되었으며, 상파울루비엔날레는 취소가 되었다. 비엔날레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에서는 전시를 물질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갑작스럽게 전환하기도 하였다. 팬데믹은 우리가 공유하던 가치관을 심문하는 발화점이 되었으며, 제도와 그 절차를 시험하게끔 하고 있다.
부산비엔날레는 올해 일정에 맞춰 개최는 하지만, 그만큼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덴마크, 혹은 북유럽과 한국의 대처 방식의 차이 역시 컸으리라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이에 대한 개인적 경험, 그리고 전시를 위해 고민했던 대안 등이 있다면 얘기해달라. 그리고 전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얘기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현지에서 찾고 실질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전시팀 역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야콥 : 올해 한국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게 3월 초였다. 도착했을 때 코로나 감염자가 약 100명이었는데, 내가 떠날 때 약 5,000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당시에 코로나 19가 덴마크에선 큰 이슈가 아니었던 관계로 일본, 싱가포르를 들러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덴마크에서는 국경을 폐쇄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은 늘 코로나 모범대응 국가로 여겨졌다. 덴마크에선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익숙지 않아 문제가 있다. 덴마크는 3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국가 차원의 록 다운을 실행했고, 모든 공적/사적 기관이 닫히고, 시민들은 집에 있기를 권고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참여작가들은 리서치를 해야 하고 현장을 이해해야만 하는 등 큰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단편 소설과 같은 전시의 뼈대가 미리 만들어져 있었다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작가들이 필요로 하는 세부적인 정보와 자료, 증거들이 필요했다. 그게 큰 도전이었다. 이들은 “당신 나라에선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나?” 등 사회가 작동하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알고 싶어 하였다. 갑작스럽게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창작 방식을 바꾸거나 발명해야만 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이들을 보는 것은 경이롭고 놀라운 일이었다. 예술가의 많은 아이디어와 계획을 작가 스스로 실행할 수 없다면, 그 예술가만큼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람과 조직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있어 전시팀장과 전시팀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이 비엔날레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쩌면 몇몇 작가들은 제외했어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에 상주하는 전시팀 스태프들은 작가들의 손이자 눈, 그리고 귀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작가들의 지시에 맞춰 대신 실행해주었다. 이번 비엔날레의 전시에 실현에 있어 이들은 정말 핵심적이었다. 그리고 거의 6개월 동안 매일 오랜 시간 스카이프를 했는데,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갑작스러운 상황에 맞춰 모든 것을 조정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힘든 도전에 맞닥뜨릴 때면 우린 새로운 시스템과 방식을 찾지만, 결국 필요한 것은 유연하고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요스 드 그뤼터 & 헤럴드 타이스(Jos de GRUYTER & Harald THYS), 〈몬도 카네(Mondo Cane)〉, 2010, 키네틱 조각, 가변크기, 설치전경. 사진제공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요스 드 그뤼터 & 헤럴드 타이스(Jos de GRUYTER & Harald THYS), 〈몬도 카네(Mondo Cane)〉, 2010, 키네틱 조각, 가변크기, 설치전경. 사진제공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김성우 : 비엔날레 전시란 상대적으로 긴 과정을 거치고, 많은 조직을 필요로 하며, 그 구성원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특수한 시기에는 이마저도 유연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 전시팀의 내부인으로서 이러한 특정 상황을 맞닥뜨리며 경험했던 것을 얘기해달라.


이설희 : 올해 초 감독님이 덴마크에 돌아간 직후부터 코로나가 이슈가 되었고, 상황이 심각해져서 계획을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빨리 당겨 잡았다. 참여작가, 문필가, 뮤지션을 합한다면 모두 약 90명이 되는데, 비엔날레 타임 플랜을 앞당기지 못하면 일이 지연될 것 같았다. 작가들이 최초 커뮤니케이션하는 대상은 감독님이며, 이후에 우리에게 내용이 전달되어 진행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에 작가가 힘들어서 고사하는 경우도 있었고, 스케쥴상 안되는 경우도 있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감사하게도 전시팀원들이 작가의 작업에 협력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고, 작가를 알아가고 일을 배운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으며, 자료 조사도 꼼꼼히 했다. 예를 들면, 작가가 특정 재료를 구해달라고 했으나 한국에서 쓰지 않는 재료라면 시장조사를 나갔다. 재료 사진을 찍고, 파워포인트로 50장에 달하는 양을 만들어 작가에게 다시 보냈다. 재료는 그런 식으로 구했다. 소설을 바탕으로 새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예산을 맞추기 위해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의 가격부터 조사해야 했다.
또한 일부 작가들은 부산의 지역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하는데 상황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으니 전시팀에게 미션을 주었다. 코디네이터들이 작가의 눈과 귀가 되고, 탐험가가 되어 늘 지역의 현장에 나가 있었다. 장소 리서치를 하고, 작가가 밤길을 걷자고 하면 같이 스카이프를 하며 걷기도 했다. 작가가 영상을 요청하면 그가 요구하는 세세한 떨림까지 맞춰서 보내주었다. 영도 같은 경우는 장소성이 중요한데,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본 영도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한 작가에게 보냈으나 그와 비슷한 이미지를 구글에서 찾을 수 없었다. 작가가 구글링을 한 현장과 사진이 일치하지 않아서 전시팀에게 영도에서 비슷한 나무를 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비엔날레는 작가의 프로덕션을 어시스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작가 작업에 많이 개입하게 되었고, 작가들 역시 감사하게도 크레딧에 이름을 넣어 주었다. 그리고 킴 고든 같은 경우는 시나리오를 줬지만, 거기에 나오는 코스튬에 대한 지시는 없어서 코디들이 직접 진행했다.
배운 것이라 한다면, 비엔날레는 시각 예술 중심이라고 할법한데 문학에서 시각예술로, 그리고 여기에 다시 뮤지션이 함께 하며 공감각적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오늘날의 비엔날레를 단순히 시각으로만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장르, 접근법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공간의 문제였다. 장소가 정해졌으면, 이제 공간을 물리적으로 느끼며 작품을 시뮬레이션해야 하는데 감독님도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되어 물리적 체감이 흐려지니 우리가 직접 공간을 카메라로 찍고 (원격으로) 감독님의 시야에서 공간 경험할 수 있도록 작업을 했었다. 그런데도 직접 와보니 실제로 체감하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또한, 운송도 문제였다.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안 되는 것들이 있더라. 상황적으로 한계에 도달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코디네이터들이 작가를 현장에서 직접 만나고 그들과 함께 작업을 발전시킬 수 없었다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잘 올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님이 가진 긍정적인 기운이나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서용선, <체포된 남자>, 2003, 캔버스에 유채, 250x200츠 사진제공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서용선, 〈체포된 남자〉, 2003, 캔버스에 유채, 250x200츠 사진제공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김성우 : 말씀하신 것처럼 대비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고, 그런데도 그저 진행해야 하는 상황들이 펼쳐지고도 있다. 심지어 전시 오픈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또 코로나 19가 확산하고 있다. 계획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를 대비한 디렉션 등이 있(었)는가.


야콥 : 코로나 19 이후 한두 명의 작가들은 부산 방문이 어렵게 되어 참여를 못 하게 되기도 하였다. 그래도 대부분의 작가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이벤트가 취소되어 시간이 생기기도 했거니와, 해외로 출장을 갈 필요가 없으니 집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국, 대부분의 작가들이 참여하게 됐다. 또한, 5월에 11명의 뮤지션에게 소설을 보내 음악을 작곡해달라고 했을 때도 다들 굉장히 기쁘게 받아들였다. 결과도 굉장했다. 그들 역시 많은 일정이나 콘서트가 취소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LP로 릴리즈했다. 총 15곡 중 5곡은 부산에 거주하는 뮤지션 김일두가 작곡한 것이다. 이게 바로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상황 같다. 코로나 19의 창궐이라는 슬프고도 뒤틀린 상황이 오히려 뮤지션들에게 함께 작업할 시간을 만들어주었고, 그 덕분에 이 아름다운 LP가 나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또 다른 희망적 전환의 사례도 있다. 작가들이 직접 지역의 리서치를 못 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부산 시민의 참여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실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소리를 통해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린 부산의 목소리, 향취, 그리고 소리를 모집하는 오픈콜을 시행했고, 7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그들이 보낸 소리를 뮤지션과 공유했고, 음악가는 이를 바탕으로 작곡을 했다. 이것 역시 아름다운 과정이지 않나. 이게 이 기이한 코로나 19가 만들어내는 상황인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배운 확실한 것은 스카이프든 다른 플랫폼이든, 온라인으로 많은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번 미팅하기 위해 연료를 소비하며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집에서 인터넷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터넷과 거기서 얻는 정보들이 중요해진다. 그 점에서 우리가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더 많은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우린 이미 음악, 이미지, 그리고 소설 등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잘 활용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 19가 다음 주, 그다음 주를 어떻게 바꿀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우리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자, 의사, 그리고 정부를 믿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엔날레의 과정처럼 논의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는 서로 논의할 거리, 숨 쉬며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박물관이나 예술이나 문학이 그런 기능을 해주는 것 같다. 화초를 살리자고 커튼을 쳐서 아예 빛을 차단하는 것보다 슬픈 건 없다. 조금이라도 커튼을 걷어야 식물이 산다.


이설희 : 온라인 플랫폼을 말씀하시고, 활용하는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우리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확보는 되어있으며, 접근성과 확장성을 넓혀보고자 한다. 텍스트북 자체가 음성 가이드로 탑재가 될 예정이다. 시각적인 것에 집중하기도 했지만,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접근성을 높여 듣기로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부산 영어방송과의 협업을 통해 음성 제작도 컨셉을 고려해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언수 작가 작품 속 사투리 섞인 남성의 억양도 실제 음성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LP에 수록된 사운드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접근법을 고안하고 있다. 굳이 레코드 축전기가 없어도 가능한 방식 말이다. 그리고 부산에 오지 못한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이나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을 셀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적인 요소들에 대해 접근을 하는 방식과 콘텐츠를 생각한다. 잘 가꾸어진 형식이나 모습보다는 전시를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생활방식도 전시의 한 부분일 수 있으니 말이다.


김성우 : 마지막 질문이다. 우리가 오늘날에 대해 정확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것뿐인 듯하다. 감독 역시 우리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중요한 것은 논의할 거리, 성찰할 거리를 주는 것이 중요한 의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 당신이 주목하는 시급한 토픽, 혹은 긴급하게 제시하고 싶은 토픽은 무엇인가?


야콥 : 어려운 질문이다. 다양한 이유로 불안정한 전 세계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작은 나라일지라도 국가마다 다른 문제가 있다. 나도 덴마크라는 작은 나라에서 오지만 우리도 우리의 문제가 있다. 국제적 차원에서 보자면, 전 세계 지도자 간의 갈등과 분쟁이 지속이 되고 있다. 소위 주요 국가들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들의 지침과 행동을 따르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나는 인간적이고 소프트한 가치들을 믿는 사람이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그리고 그 소설들이 더 큰 논의로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토픽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역사를 다루는 다양한 관점과 세계관이 사람들에게 영감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으면 한다. 이상하지만 슬프게도, 역사는 반복된다. 인간은 실수하면서도 실수를 통해 배우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인간은 놀라운 존재지만, 마치 우리 안에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실수하고도 다시 또 그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다.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슬픈 오류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내가 ‘실수’라는 단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수란 좋은 것이다. 나 역시 실수하는 것을 즐긴다. 그렇지만 권력 남용의 측면, 그리고 권력 게임의 측면에서 보면 실수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거기서부터 잘못된다는 것이다.


김성우

김성우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로서 주로 전시기획과 글을 쓴다. 전시라는 시공을 바탕으로 질문지를 생산하는 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개인의 주체적 삶의 모습과 형태를 담아내는 전시의 가능성을 고민 중에 있다. 아마도예술공간의 책임큐레이터로 2015년부터 2019년 초까지 공간의 기획 및 운영을 총괄했으며, 현재는 독립큐레이터이자 성북동에 위치한 기획자 플랫폼 WESS의 공동운영자로 활동 중에 있다. 큐레이토리얼 콜렉티브로 2018년도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을 공동 기획했으며, 2020년 부산비엔날레의 큐레이토리얼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그 외 기획한 전시/ 프로젝트로는 《글라이더》(갤러리2, 프레스룸 출판, 2020), 《아나모르포즈 : 그릴수록 흐려지고, 멀어질수록 선명해지는》 (WESS, 2020), 《MINUS HOURS》 (우민아트센터, 2019), 《기억은 뒷면과 앞면을 가지고 있다》 (헤적프레스, 출판, 2019) 《검은 밤, 비디오 나이트》 (d/p, 2018), 《Different Kinds of White》 (P21, 2018), 〈sunday is monday, monday is sunday》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8), 《공포탄》 (아트선재센터 프로젝트 스페이스, 2017), 《누구의 것도 아닌 공간》 (아마도예술공간, 2016), 《platform. B》 (아마도예술공간, 201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