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미술시장의 구조(1) : 현재 상황과 구성 요소

posted 2018.06.04

2017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개최된 아트페어 <블라인드 데이트> 전시 장면. 사진제공: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7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개최된 아트페어 <블라인드 데이트> 전시 장면. 사진제공: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미팅룸은 작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연구자, 컬렉터 등 시각예술분야 관계자가 작품을 관리하고 유통할 때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미팅앤스터디: 미술품 유통과 보존>을 기획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재)예경)이 후원한 이 교육 프로그램은 미술시장과 예술법, 작품 보존(관리)의 세 분야로 구성되었고, 각 분야의 전문가가 심도 있는 강의를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했다.1)


기획단계에서 주목한 부분은 작가와 유통 관계자가 작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작품에 대해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작품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작품 거래 및 전시 출품 시 경험하는 과정 중 저작권이나 계약 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거나 교육받지 못하는 현 상황이었다. 미술대학의 커리큘럼은 창작에 초점을 맞추기에, 작가는 작품 창작 이후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을 제대로 고찰해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는 갤러리스트와 큐레이터 역시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작가와 유통 관계자가 ‘작품’이라는 대상을 다루고 유통할 때 고민해봐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프로그램이 다루는 주제는 크게 미술시장, 예술법, 작품 관리의 세 분야로 나누었고, 대상은 ‘이제 미술시장에 진입하는 30-40대 작가 및 미술품 유통 관계자’로 삼았다.


1)<미팅앤스터디>는 2017년 11월 매 주말 서울(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대구(대구예술발전소), 광주(김냇과), 부산(아트부산 사옥) 네 개 도시에서 진행되었다.<미팅앤스터디> 교육 프로그램 중 ‘미술시장’ 분야의 강사로 정재호(Gallery 2 대표), 최두수(art plus x 대표, 유니온아트페어 총감독), 최지아(대구미술관 큐레이터), 김인선(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대표) 등 미술시장 전문가가 참여했고, ‘예술법’은 캐슬린 김(예술법 변호사(NY․JD)/ 홍익대 겸임교수) 변호사가 예술시장과 법, 예술계약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작품 보존’은 조자현(미팅룸 작품보존복원연구팀 디렉터, 제나아트컨서베이션 대표), 유난이(삼성미술관 리움 수석연구원), 최지현(삼성미술관 리움 선임연구원), 안혜성(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프랑스 국립과학원 소속 연구원), 한지혜(아라리오뮤지엄 보존전문가) 등 회화, 지류, 사진, 조각 매체 보존전문가가 작품 관리 및 예방보존의 개념, 보존복원 사례와 함께 컨디션 리포트를 살펴보는 강의를 진행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미팅앤스터디 강의 장면 Ⓒ미팅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미팅앤스터디 강의 장면 Ⓒ미팅룸

교육 프로그램 종료 후 <미술품 유통 가이드북-미팅앤스터디: 미술품 유통과 관리>가 올해 3월 발간되었다. 가이드북은 미술시장, 예술법, 미술품 관리 분야의 기본 지식을 전달하는 글, 각 분야의 강의 내용을 질문과 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FAQ, 그리고 진품보증서, 위탁매매계약서, 컨디션 리포트 등 분야별 주요 서식과 해설, 그리고 참고문헌 및 웹사이트로 구성되었다. 이 가이드북은 추후 (재)예경 웹사이트를 통해 pdf로 공개될 예정이다. 2)


<미팅앤스터디: 미술품 유통과 보존> 가이드북 표지

<미팅앤스터디: 미술품 유통과 보존> 가이드북 표지

2)이 글은 가이드북에 게재된 여러 글 중 ‘미술시장의 구조’를 재편집한 글로, 미술품을 유통하는 미술시장의 기본 요소와 구조, 그리고 이를 이끄는 주체와 그들의 역할을 살피고자 한다. <미팅앤스터디> 강의에서 언급되었던 중요한 관련 내용은 강의자의 이름과 함께 인용하겠다. 『미팅앤스터디: 미술품 유통과 관리』 가이드북을 발간한 2018년 3월 이후 발표된 보고서와 개최된 아트페어의 내용을 반영하여 글을 일부 재편집했음을 밝힌다.


미술시장 구성 요소와 1, 2차 시장


2017년 9월 19일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진행된 <제145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진행 장면. 사진제공: 서울옥션

2017년 9월 19일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진행된 <제145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진행 장면. 사진제공: 서울옥션

미술시장은 크게 창작자(작가)의 작품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유통자, 그리고 작품을 구매하는 구매자(컬렉터)를 축으로 굴러간다. 그리고 작품을 유통하는 주체는 크게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다음으로, 미술품의 매매 단계에 따라 미술시장을 1차, 2차로 분류하기도 한다. 1차 시장(Primary Market)은 작가의 신작, 또는 처음 유통되는 작품을 거래하는 시장을 의미하고, 2차 시장(Secondary Market)은 이미 거래가 일어난 작품을 재거래하는 시장을 뜻한다.


1차 시장의 주체로 대부분 작가와 직접 협업하는 갤러리 또는 딜러, 그리고 이들이 참여하는 아트페어를 떠올릴 것이다. 또한 경매사는 2차 시장에서 핵심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1차, 2차 시장의 영역은 서로 혼재되어 있기에 ‘1차 시장은 갤러리, 2차 시장은 경매사의 몫’이라는 이분법을 절대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2018년 홍콩에서 개최된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면 ⓒArt Basel

2018년 홍콩에서 개최된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면 ⓒArt Basel

1,2차 시장의 공식을 깬 허스트


갤러리가 전략적으로 작가의 신작이나 구작을 경매에 출품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가 직접 자신의 주요 작품을 대거 경매에 내놓았던 중요한 사건도 있었다. 영국 yBa를 대표하는 작가 다미언 허스트(Damien Hirst)는 자신의 주요 작업을 소장해왔던 광고재벌이자 컬렉터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허스트의 작품을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직접 사치를 찾아가 그가 소장했던 자신의 작업을 구매했다. 자신의 작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허스트를 세계 미술계의 수퍼스타로 키우는 데 일조한 사치가 이제 허스트를 저버렸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결국 허스트의 인지도와 작품 가격이 추락할 것은 불 보듯 뻔했으며, 허스트 역시 자신의 작업이 이곳저곳에 팔려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작업을 거액에 다시 매입한 허스트는 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역전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2008년 9월 소더비(Sotheby’s) 런던에서 다미언 허스트 단독 경매 ‘다미언 허스트 – 뷰티풀 인사이드 마이 헤드 포에버(Damien Hirst - Beautiful Inside My Head Forever)’를 기획한 것이다. 이 단독 경매는 9월 15일 이브닝 세일로 시작해 다음날 두 세션의 ‘데이-애프터눈’ 세일로 이어졌다.


주요 작품 56점을 선보인 이브닝 세일은 두 점 외에 모두 낙찰되어 총액 7054만5100영국 파운드(낙찰자 수수료 포함, 당시 환율로 약 1436억 원)를 기록했고3), 이브닝 세일을 포함해 223점을 선보인 전체 경매는 낙찰 총액 1억1157만6800영국 파운드(당시 환율로 약 2271억 원)를 달성했다.4)


3)2008년 9월 15일 소더비 런던의 데미언 허스트 단독 경매 중 이브닝 경매결과.
(http://www.sothebys.com/en/auctions/2008/damien-hirstbeautiful-inside-myhead-forever-eveningsale-l08027.html)(검색일: 2018.1.5.)

4)Stephen Adams, ‘Damien Hirst sale makes £111 million’, The Telegraph, 16 Sep 2008.
(http://www.telegraph.co.uk/culture/art/artsales/3560707/DamienHirst-sale-makes-111-million.html)(검색일: 2018.1.5.)


국내 미술시장 보고서: 미술시장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경은 미술시장 활성화와 이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2009년부터 <미술시장실태조사>를 발간해왔다. 이 조사는 매해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와 구조를 중점적으로 조사, 분석한 자료로, 미술품 주요 유통 경로인 갤러리와 경매사,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하는 본조사와 국공립 및 사립미술관, 미술은행 등 미술품 유통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부가조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한다.


2017년 12월 발행된 <2017 미술시장실태조사>는 2016년 국내 미술시장을 분석한 자료로, 이에 따르면 2016년 국내 미술시장 작품거래금액은 3965억 원(전년 대비 1.6% 증가), 거래 작품 수는 3만3348점(전년 대비 17.4% 증가)으로 집계되었다. 2016년 활동했던 국내 갤러리 437곳의 작품판매금액은 2158억 원(전년 대비 10.1% 감소), 국내 경매사 12곳의 국내 경매총액(해외개최 경매 제외)은 1277억 원(전년 대비 8.4% 증가), 국내 아트페어 47곳의 작품 판매금액은 736억 원(전년 대비 1.7% 증가)으로 조사되었다.


이 거래금액은 미술품 유통의 주요 주체인 갤러리, 경매사, 아트페어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작품총액과 공공영역인 미술관 223곳, 건축물미술작품, 미술은행의 작품구입금액 추정치를 합산하고 각 주체 간의 작품거래 실적에서 발생한 중복 값을 제외한 결과다.5)


5)문화체육관광부/(재)예술경영지원센터, <2017 미술시장실태조사>(2016년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재)예술경영지원센터, 2017. (www.gokams.or.kr/05_know/data_view.aspx?Idx=959)(검색일: 2018.2.25.)


2017년 인사1길에서 개최된 아트페어 <유니온아트페어> 전시 장면. 사진제공: 유니온아트페어

2017년 인사1길에서 개최된 아트페어 <유니온아트페어> 전시 장면. 사진제공: 유니온아트페어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 1 : 아트마켓-아트바젤 &UBS 리포트


2018년 홍콩에서 개최된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면 ⓒArt Basel

2018년 홍콩에서 개최된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면 ⓒArt Basel

해마다 세계 미술시장을 분석하는 대표적인 보고서로 ‘아트마켓’과 ‘동시대미술시장리포트’를 꼽을 수 있다. 두 리포트는 분석 대상과 근거로 사용한 데이터가 다르다. 아트바젤과 UBS가 2017년 3월부터 더블린 소재 리서치·컨설팅그룹 ‘아트 이코노믹스(Arts Economics)’와 손잡고 발표하는 ‘아트마켓-아트바젤 & UBS 리포트(The Art Market-An Art Basel & UBS Report)’의 분석 대상은 고미술부터 동시대미술을 모두 아우르고, 경매를 포함하여 갤러리와 딜러, 아트페어,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의 거래결과를 분석의 근거로 삼았다.


2018년 3월 14일 발간된 '아트마켓‘이 집계한 2017년 미술품거래총액은 6370억 달러(약729조 원)로6), 2016년에 비해 12% 증가했다. 전 세계의 모든 미술품거래총액은 2014년 6820억 달러(약781억 원)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6년까지 2년 동안 감소하다 2017년 다시 상승했다. 또한 미국이 42%, 중국이 21%, 영국이 20%를 차지해 세 국가가 전 세계 미술시장 거래액의 83%를 차지했다.7) 이는 세 나라가 81%(미 40%, 영 21%, 중 20%)를 차지했던 2016년 결과보다 더 높은 비율을 점했으며, 중국과 영국의 순위가 바뀌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6)참고로, 이 글에서 언급하는 달러는 미국 달러이며, 1달러는 2016-2017년 매매기준율 평균환율인 1달러당 1145원을 적용했음을 미리 밝힌다.
7)Dr Clare McAndrew, The Art Market-An Art Basel & UBS Report, Art Basel and UBS, 2018, pp.10-41.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 2 : 동시대미술시장리포트


한편 미술시장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아트프라이스닷컴(artprice.com)이 분석하는 '동시대미술시장리포트(The Contemporary Art Market Report)’는 동시대미술작품, 즉 1945년 이후 출생한 작가의 회화, 조각, 사진, 판화, 비디오 작업 경매결과만을 대상과 근거로 삼으며, 전 해 하반기부터 당 해 상반기까지의 거래를 조사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6년 동시대미술작품의 경매 총액은 14억 달러 이상(약 1조6천억 원)으로, 상반기에 8억 달러(약 9160억 원), 하반기에는 6억 달러(약 6870억 원) 규모였다. 2017년 상반기에는 약 10억 달러(약 1조1450억 원)를 달성해 2017년 경매 낙찰 총액은 2016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대미술시장리포트 2017’이 집계한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의 동시대미술품 경매총액은 미국이 6억9050만 달러(약 7906억 원)로 43.8%를, 중국이 3억6960만 달러(약 4232억 원)로 23.5%를, 영국이 3억4840만 달러(약 3989억 원)로 22.1%를 차지했다. 미국, 중국, 영국이 89.4%를 차지하며 세 국가가 독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4위는 프랑스가 3791만 달러로 2.4%를, 5위는 독일이 1536만 달러로 1%를, 6위는 일본이 999만 달러로 0.6%를 차지했고, 이탈리아, 호주에 이어 한국이 9위를 차지하며 689만 달러(약 79억 원)로 0.4%를 차지했다.8)


‘동시대미술작품’만을 조사 대상으로 삼는 이 리포트에서 경매사 순위의 경우 한 경매사가 주최한 모든 도시의 경매결과를 합산한 것이며, 국가 순위의 경우 해당 국가에서 개최된 경매결과만을 반영한 것이다. 즉, 14위에 오른 서울옥션과 16위에 오른 K-옥션의 순위를 매긴 근거는 한국과 홍콩 경매결과를 모두 집계한 결과인 반면, 국가 순위에서 9위에 오른 한국의 경우 국내에서 개최된 경매결과만 반영된 것이며, 홍콩에서 진행된 국내 경매사의 경매결과는 홍콩, 즉 중국의 경매결과로 귀속된 결과다. 서울옥션의 동시대미술 경매총액의 68.4%가 홍콩에서 낙찰되었으며, 이 결과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경매총액에 합산된 것이다. 국내 경매사 순위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글의 뒷부분에서 언급하겠다.


8)The Contemporary Art Market Report 2017
(www.artprice.com/artprice-reports/the-contemporary-art-market-report-2017)(검색일: 2017.12.23.)


세계 미술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미-중-영


분석 대상과 데이터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영국 시장이 두 리포트에서 각각 83%와 89%를 점유했다. 이는 앞서 밝혔듯 경매가 열린 장소, 즉 도시의 경매결과가 해당 국가의 낙찰총액으로 합산되기 때문이다. 주요 경매가 뉴욕과 런던에서 열렸고, 갤러리와 컬렉터 역시 두 도시에 집중해있기 때문이다.


한편 동시대미술품 경매낙찰총액에서 줄곧 3위를 지키며, 고미술과 서예 등의 거래에 집중한다고 알려졌던 중국이 2017년 영국을 재치고 2위를 탈환하며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뉴욕과 런던에 이어 홍콩에서 주요 경매가 개최되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발휘했을 것이다. 또한 홍콩에서 아트페어가 열리고, 다국적 갤러리가 앞 다투어 지점을 여는 현상도 한몫했다. 다국적 갤러리가 뉴욕과 런던, 그리고 홍콩으로 진출하는 것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유럽 갤러리가 미국으로 진출할 때 교두보로 삼는 곳은 뉴욕이고, 아시아로 진출하는 거점은 홍콩인 셈이다.


갤러리의 역할


갤러리는 작가의 작품을 고객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갤러리의 주요 업무는 작품 유통(미술관 컬렉션 제안, 컬렉터 관리, 아트페어 참여 등), 전시 기획, 작가 매니지먼트(프로모션, 발굴) 등이다. 그 중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업무가 바로 작가 매니지먼트다.


2006년경부터 급상승하며 2007년 호황을 누린 미술시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거품이 빠지며 곤두박질했다. 외국 미술시장은 금세 경기를 회복했지만, 국내 미술시장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단색화 열풍에 힘입어 2015년에 2007년의 호황을 다시 누렸지만, 단색화 외의 미술은 여전히 거래가 힘들다. 이렇듯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에 강한 전속작가 관계를 유지하는 갤러리가 많지 않지만, 갤러리는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작가를 발굴하고, 찾고, 프로모션하며 함께 커나가는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인 관계라고 하겠다.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 또는 단체전을 여는 작가는 그 갤러리와 짧게는 전시 기간 동안,길게는 수년간 판매와 전시에 대한 계약을 통해 이해관계에 놓인다. 하지만 갤러리는 작가의 작품을 중개하고 작품 가격의 절반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는 악덕 기업으로 비춰지곤 한다.
갤러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갤러리의 중요한 역할은 바로 작가 매니지먼트로, 작품 판매 가격을 정할 뿐 아니라 작가를 담당하는 갤러리스트가 작품의 주제나 방향 등에 대해 작가와 의견을 나누고, 작가를 선보일 자체 전시를 기획하고 외부 전시를 섭외하며, 국내외 미술관, 기관, 갤러리, 기획자 등에게 작가를 프로모션하는 전략을 세우는 등 작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갤러리 없이 직접 자신을 홍보하고, 전시나 프로젝트, 커미션 제안을 받는 작가도 많지만, 갤러리는 작가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친다. 9)


9)이경민, ‘동시대미술을 이끄는 갤러리들’, 2015.
(http://meetingroom.co.kr/220480397190)(검색일: 2018.1.10.)
한편, 갤러리의 다양한 활동 중 전속작가 제도와 작가 매니지먼트에 초점을 맞춘 자세한 내용을 다룬 최지아 큐레이터의 글은 가이드북 34페이지-43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다.


미팅룸로고


※ 이어지는 ‘미술시장의 구조(2): 국내외 아트페어와 경매‘는 6월 3주차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 이 글은 <미팅앤스터디> 가이드북에 게재된 여러 글 중 ‘미술시장의 구조’를 재편집한 글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미팅룸의 협의 하에 아트로에 게재되었습니다.

이경민

글쓴이 이경민은 미팅룸의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국내외 미술시장의 주체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매체와 기관을 통해 글을 기고하고 강의한다. 최근작품 유통 중심의 미술시장 너머 기술과 주체가 다변화된 미술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 근무했고, 『월간미술』의 기자로 활동했다. 공저로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선드리프레스, 2021), 『크래시-기술·속도·미술시장을 읽는 열 시간』(일민미술관, 미디어버스, 202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