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트로는 한국미술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집 기사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How to Win the Global Art Market)’을 준비했다. 이대형 큐레이터의 글을 시작으로 전세계의 언론, 컨설팅, 미술시장, 마케팅 전문가들로부터 지난 10년간의 글로벌 아트 마케팅 전략과 한국 미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 등을 묻는다. 글로벌 매체인 아트리뷰ArtReview) 발행인 카스텐 렉식(Carsten Recksik)과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의 총괄 편집장 제인 모리스(Jane Morris), 아트 컨설턴트인 퓨처시티(Futurecity) 파트너 셰리 도빈(Sherry Dobbin)과 아트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주도하는 아트 마켓 마인드(Art Market Minds)설립자 루이스 햄린(Louise Hamlin), 미술시장 전문가인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디렉터 제임스 그린(James Green)과 인디아 아트 페어(India Art Fair) 디렉터 자그딥 자그팔(Jagdip Jagpal), 아트마케팅 전문가인 서튼(Sutton) 전(前) 디렉터 데이비드 필드(David Field)와 서펜타인 미술관(Serpentine Galleries)의 콘텐츠 수석 제시 링햄(Jesse Ringham)이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 전세계 미술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글로벌 인사이트를 통해 한국 미술의 한 단계 높은 도약을 기대해본다.
Q : 지난 십 년간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는 어떤 주요한 변화가 있었는가? 글로벌 매체와 지역 매체는 어떤 역할을 공유하고 협업하는가?
제임스 그린 (이하 JG) : 지난 십 년 동안 글로벌 마케팅 측면에서 미술 시장의 핵심적인 변화는 마케팅 전략의 세계화 방안이었다. 과거 갤러리들은 갤러리라는 물리적 공간과 관계된 커뮤니티를 중시했다. 아트페어와 (미술관, 파트너 갤러리 등의) 외부 아티스트 프로젝트가 새로운 시장이나 지역으로 진출하는 주요 통로였다. 하지만 기존 웹사이트와 뉴스레터 방식 위에 구축된 스마트폰과 SNS 확산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누구든지 전세계 구석구석에 닿을 뿐만 아니라 직접 관계가 없었던 사람들(이전에 이메일이나 주소 등을 통해)과도 연결될 수 있다. 과거에는 값비싼 광고나 미디어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및 로컬 플랫폼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정의는 모호해졌지만 마케팅의 변화에 끼친 영향은 중대해졌다. 여전히 초기에 도달하는 범위는 글로벌 플랫폼이 더욱 넓다. 하지만 글로벌 채널(웹사이트나 SNS 플랫폼)을 통해 로컬 미디어를 확장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로컬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다.
Q : 우리는 오프라인 홍보에서 디지털과 모바일 마케팅으로 가는 급속한 플랫폼 변화를 겪고 있다. 디지털 전략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당신은 그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JG : 앞으로 모든 홍보와 마케팅 전략은 디지털 전략을 따르거나 오프라인과 디지털 전략을 병행하게 될 것이다. 과거 디지털 전략은 기존처럼 콘텐츠와 메시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콘텐츠를 어떻게 받게 될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 핸드폰인지 태블릿인지, 여행 중인지 직장인지 집인지, 나아가 하루 중 언제 이 콘텐츠에 접근할지가 중요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제품에 발맞추어 디지털 마케팅 전략도 발전할 것이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갤러리 전시를 디지털 마케팅 전략에 따라 홍보할 때, 그 전략은 전시 콘텐츠에 국한된다. 반면 온라인 전시나 온라인 뷰잉룸은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부수적인 일들을 추진하는 데 더 성공적일 것이다. 한 예로, 데이비드 즈워너의 ‘온라인 뷰잉룸’은 연결 링크 옵션을 통해(더 많은 클릭과 참여를 유도하면서) 실제 홍보 페이지로 연결하는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사용했다. 이는 비(非) 디지털 프로젝트나 전시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Q : 데이터, AI 등의 기술 발전이 미술시장에 주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JG : 가상현실(VR)은 향후 미술시장의 큰 발전을 이끌 요소다. 사람들이 편안한 장소에서, 집이나 사무실, 또는 이동 중에 갤러리와 미술관, 아트페어를 방문하거나 미술품 경매 프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아트페어나 갤러리, 미술관, 경매장에서 VR 장비를 이용하면 해당 장소에서의 미술품이나 전시의 실제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 무지한 구매자에게 여러 번 팔린 예술작품이나 논란거리가 된 타이틀 관련 스캔들에 비추어 보면 모든 갤러리와 딜러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훨씬 더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이미 경매회사도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Q : 오랫동안 한국 현대미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학술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영어로 된 간행물, 저널, 채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 정부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정책 및 제도 지원을 해야 하는가?
JG : 한국 현대 미술의 학술연구에서 한국미술에 대한 글로벌한 이해와 감상을 발전시키려면 모든 채널에서 영어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 영문으로 이용 가능하지 않은 주요 문서나 서적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것에 우선적이고 집중적으로 재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결과물을 세계 주요 장소에 비치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정부 지원이든 한국 미술시장 참가자 컨소시엄의 지원이든, 재정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콘텐츠 생산을 위한(마케팅 또는 한국 연구 여행 기획을 통한) 해외 작가와 출판물을 요청할 수 있다. 이는 영어권의 주요 미술 관련 잡지나 신문의 예술 섹션의 기고자들을 초청하는 업무의 기반이 될 것이며, 기사 콘텐츠 생성뿐 아니라 나아가 더 진지한 학술연구도 이끌어낼 수 있다. 한편, 이미 한국 국내에 학계나 문필가들이 한국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벌어지는 주요 논의에서 유의미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Q : 가격대가 한정된 ‘어포더블 아트페어’부터 사진 중심 페어까지 아트페어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새로운 종류의 아트페어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는 어떤 종류의 아트페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JG :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성공한 사업모델이지만 미술계(본격적인 컬렉터와 미술관, 연구소 등)의 메인 채널이 될 만큼 확장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부분에서 더욱 성공을 거둔 것은 중요한 신생 갤러리들을 지원하고 재능 있는 인재들을 육성 및 지원하는 페어(예를 들면, 스위스 바젤의 ‘리스테’ 페어나 뉴욕의 ‘인디펜던트’ 페어)나 선도적인 갤러리와 아티스트, 컬렉션, 협회의 만남의 장으로 기능하는 주요 아트페어들이다. 아트페어는 여전히 많은 컬렉터의 주요 진입로이며, 특히 신생 마켓에서는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또한 페어의 성장과 함께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컬렉터들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페어 유치는 대단히 중요하다. 온라인 페어는 이제껏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아트 바젤이나 홍콩 페어의 취소로 수혜를 입을 것이다. 기술은 아직 충분치 않지만 곧 체제에 편입될 것이다. 3번 질문에서 답변했듯이 VR기술이 미술시장에 널리 도입된다면 거대한 도약이 있으리라 예상한다.
Q : 한국 미술사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어떤 한국 작가들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게 되었는가?
JG : 아메리칸 미니멀리즘, 특히 도널드 저드(Donald Judd)를 통해 단색화 운동을 알게 되면서 한국 미술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단색화에 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미니멀리즘 지식을 활용해 단색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한국 미술사 이해와 친밀도의 폭을 확장하는 방식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한국의 아티스트나 사조를 이론적·미학적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아티스트나 미술 사조에 연결지어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한 국가나 지역 미술사를 이해하기 위한 통로와 같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나 사조와 일맥상통하는 한국 현대미술계의 아티스트나 집단, 사조를 찾아보는 일은(4번 질문의 답변에서 제시한 연구 아이디어로 추가한다.) 매우 중요하며, 단색화처럼 한국 미술사를 이해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이다.
Q : 당신이 현재 하는 일은 전체 예술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어떤 분야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JG : 우리 데이비드 즈워너갤러리는 물리적인 갤러리 공간이 없더라도 페어, 언론, 디지털 미디어, SNS 등 다양한 채널과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세계 어느 곳에나 존재할 수 있으며, 우리의 아티스트와 고객 모두를 위한 진정한 글로벌 갤러리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 그곳이 어디가 됐건 핵심은 협업이다. 협업을 통해 현지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거나 아티스트 교류를 할 수도, 현지의 주요 미디어 파트너를 통해 콘텐츠에 접근할 수도 있으며 이를 통해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근년간 인도 등지의 새로운 시장에서 일하면서 우리 존재가 현지 시장을 성장시키는 한편 세계 시장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6번 질문의 답변처럼) 미술사를 훑어보며 적절한 연관성을 찾아보듯이, 우리는 사람들이 해당 지역이나 시장으로 진입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
Q : 미술계에서 기술적 발전이 일어나면 어떤 새로운 형태의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보는가? 아티스트와 갤러리 간 협업이 디지털 방식으로(예를 들면 데이비드 즈워너 팟캐스트, 뷰잉룸)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가?
JG : 내 생각에 SNS 플랫폼이나 팟캐스트, 온라인 뷰잉룸과 같이 미술계가 활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협업은 점점 더 확고해질 것이다. 디지털 세계는 이를 위한 뛰어난 촉진제이자 가속장치다. 이런 플랫폼에서 생성한 무제한적이고 저비용 방식을 통해 협업이 물리적인 전시 공간이나 아트페어, 인쇄 출판물로 제한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콘텐츠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에 대한 사고가 더욱 개방될 것이다. 모든 디지털 수단에서, 가능한 새로운 관객은 최우선의 목표이다. 따라서 새로운 관객이나 지역에 도달할지 모를 모든 협업을 고려해야 한다. (비록 갤러리가 물리적인 전시나 프로젝트를 통해 목표로 삼은 것보다 중요도나 상업적 이익이 부족해도) 또한 갤러리들은 전통적으로 독자적인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지만, 디지털 공간에서는 다른 곳에서 시작하는 아이디어나 프로젝트가 더 매력을 끌 가능성이 있다.
Q : 새로운 컬렉터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국제 컬렉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국 현대미술의 어떤 측면을 강화해야 하는가? 컬렉터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에서 변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JG : 갤러리가 성공을 거두는 새로운 지역(아시아, 남아시아 등)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는 그들의 언어나 메시지를 통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사람들이다. (또는 해당 지역의 맥락 안에서 의미를 지니고 이해되는 아티스트다.) 그러므로 한국 현대미술의 강화를 위해서는 같은 방식을 적용하되 외부에 닿아야 한다. 이는 한국 미술 생태계 전반에도 적용된다. 컬렉터와 갤러리, 미술관 프로그램, 아트 페어의 초점이 세계적이 될수록 더 많은 한국 현대미술이 매끄럽게 세계적 담론의 일부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새로운 컬렉터들은 스스로를 투영하는 작품을 찾는다. 그리고 모두가 전지구적으로 연결된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들의 순간, 즉 동시대성을 표현하여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는 예술을 원한다.
Q : 지역 및 국내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으로 어떻게 소통하는지 예를 들 수 있는가? 데이비드 즈워너에서는 아티스트와 컬렉터들의 세계적인 대화를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있는가?
JG :현재 아티스트들은 개개인이 SNS와 뷰잉룸 같은 온라인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또한 그런 플랫폼을 통해 집단적으로(지역이든 학교든, 또는 연결된 아티스트들의 집단이든) 협업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으며, 관객도 이 플랫폼을 이용한다. 현재 모든 갤러리가 이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여 그동안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던 오프라인 공간이 위치한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 새로운 관객과 컬렉터들을 만나고 있다. 아티스트와 관련해, 데이비드 즈워너를 포함한 주요 갤러리들은 비용 문제를 이유로 외부 프로그램이나 지역 전시, 갤러리 공간 내 프로젝트에서 유명하지 않은 아티스트나 아티스트 집단의 제안에 그 동안은 비교적 보수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뷰잉룸과 전시가 인기를 더해가면서 갤러리들은 처음으로 새로운 아티스트들과 작업할 선택권을 갖게 되었고, 아티스트들은 갤러리와 접촉하여 자신을 선보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첫 작업이 성공을 거두면 갤러리 공간에서 벌어지는 프로젝트나 전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대형,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 이대형」
카스텐 렉식,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 카스텐 렉식(아트리뷰 발행인) 인터뷰」
제인 모리스,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 제인 모리스(컬처쇼크 미디어 편집자문) 인터뷰」
셰리 도빈,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 셰리 도빈(퓨쳐시티 파트너) 인터뷰」
루이스 햄린,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 루이스 햄린(아트마켓마인드 설립자) 인터뷰」
자그딥 자그팔,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 자그딥 자그팔(인디아 아트 페어 감독) 인터뷰」
데이비드 필드,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 데이비드 필드(전(前) 서튼 디렉터) 인터뷰」
제시 링햄,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 제시 링햄(서펜타인 미술관 콘텐츠 수석) 인터뷰」
제임스 그린(James Green)은 데이비드 즈워너갤러리의 디렉터로, 판매와 고객 개발은 물론 영국과 유럽을 넘어 전세계 아트페어 참여를 진두지휘한다. 또한 데이비드 즈워너 런던 갤러리의 전시 큐레이팅 책임자로 폴란드 예술가 안드제이 브루블레프스키(Andrzej Wróblewski)의 영국 첫 개인전과 브라질 화가 고(故) 아마데우 루시아누 로렌자투(Amadeo Luciano Lorenzato)의 첫 해외 전시, 그리고 최근에는 인도 현대 화가 베노드 베하리 무커리지(Benode Behari Mukherjee)의 첫 해외 전시를 기획했다. 2015년 데이비드 즈워너에 합류하기 전에는 스티븐 프리드먼갤러리에서 근무하는 등 상업 미술계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