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두산갤러리,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un-less》

14 July 2021 - 18 Aug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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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갤러리는 신진기획자 양성프로그램인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 전시 《un-less》를 2021년 7월 14일부터 8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의 10회 참가자 맹나현, 전민지, 정해선의 공동기획전시이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2020 기획전 《un-less》는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란 상태, 즉 결여된 상태를 돌이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지구 곳곳에서 발생한 재난들은 그간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태풍, 홍수, 지진, 가뭄 등의 자연적 재난 뿐만 아니라 9·11테러,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사회적 재난은 인류의 삶을 끊임없이 위협하였고, 사회에 본질적인 균열을 가져왔다. 이처럼 인간은 오래전부터 예기치 못한 재난에 봉착할 때마다 기존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해 왔다. 전례 없는 전염병으로 재난과의 거리가 그 어느 때보다 좁혀진 지금, 우리는 이전과 달리 무언가 결여되거나 결핍된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장대한 역사의 변곡점에서 기획자 3인이 질문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세상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로 간주되었던 것들이 ‘낭만적 과거’라는 이름의 불구덩이로 떨어지고 나면, 그 후에는 무엇이 남는가? 동시에, 무엇이 (불)가능해지는가? 결핍된 상황을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다면, 이를 어떠한 태도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인간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후퇴하는 대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이로써 본 전시는 결여된 상황 그 자체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아직 공백 상태로 남아 있는 그 ‘이후’의 세계를 상상해보고자 한다.


《un-less》는 현재 인류가 처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결여된 상황을 단순히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결여나 결핍의 인과에 주목하기보다는 그 안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와 가능성에 집중하고자 한다. 역사 속에서 무수히 반복되어온 변화가 인간을 통제하고 구속할 때, 능동적 주체는 이를 반추하고, (반성적으로) 타개하며, 이로부터 각성한다. 그러므로 전시장에 펼쳐진 대안적 상상은 헛된 꿈, 또는 공허한 것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인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금껏 사용해본 적 없는 근육을 단련시키는 동시에, 유연하고도 첨예한 관점을 신체화하고 있다. 따라서 전시 《un-less》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선례가 되기를 제안한다. 우리가 여기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이 사실을 인지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