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갤러리에서 11월 6일부터 11월 30일까지 박윤지, 이상민 작가 개인전 ≪Public Vision≫이 진행됩니다.
《Public Vision》은 감각 단위의 경험을 재연하는 박윤지와 이상민의 작업을 조명한다. 이들이 활용하는 전화기, 금속 소재의 조형물, 그리고 혼합 현실 스크린과 같은 매체는 그것의 창작자와 작품을 살피는 사람 사이를 잠재적으로 잇는 장치이자 사건으로 기능한다. 작가들의 작업이 매개하고자 하는 감각은 개인적인 시간 속에서의 시선(박윤지)과 가장 고립된 시공간 속에서의 사유(이상민)다. 감각이라는 단위와 그 내용이 개인에 가까이 있을 때, 우리는 종종 그것을 부정적인 의미에서 무질서하고, 모호하며, 사적이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Public Vision≫은 감각을 복수의 공적 영역을 생성할 가능성을 가진 상태로 바라본다. 전시가 담는 작업들은 감각을 서사로 탈바꿈하는 이양적 방법이 아닌, 감각을 또 다른 감각으로 번역하는 탈중심적 방법을 취한다. 물은 파도를, 파도는 곧 재난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은유와 비유의 단계를 거친 연상 감각들이 느슨한 공동체를 이룬다. 그 감각은 번역의 번역의 번역을 지나 타인의 일부와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윤지의 오브제 설치 작업 (2021)의 금속 표면은 거울처럼 주변 환경을 비춘다. 시시각각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햇빛과 관람자의 동선에 따라서 작업이 반사하는 빛의 반짝임은 계속 모습을 바꾼다. 눈이 감지할 수 없는 순간에도 눈 앞의 풍경은 변화하고 있다. 이때 관람자는 지금 당장 연속 발생하고 있는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지만 그 찰나의 사건들은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매일 마주하는 빛 그리고 현재라는 시간은 그것의 보편성과 반복성 때문에 종종 비생산적이고 비사건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박윤지의 작업은 사건으로 가득 찬 생산적 시간과 역사적 서사의 바깥에 있는 감각을 조용히 담고, 또 반사하며 ≪Public Vision≫의 전시 환경을 비추고 있다.
이상민의 설치 작업 (2021)는 작가가 죽음을 떠올릴 때 전화기가 울리는 작업이다. 전화벨이 울릴 때 작은 빛이 함께 깜박거린다. 언제 울릴지 알 수 없는 전화를 받게 될 이는 잠시나마 작가와 침묵의 대화를 나누게 되겠지만, 전시장이 닫힌 후 걸려온 전화는 수신자가 없는 상태에서 무용한 신호로 전시장을 채우게 될 것이다. 작가의 내적 상태를 암시하는 이 간헐적인 울림은 공적 공간인 전시장 안에서 처리하기 곤란한 어떤 신호가 된다. <0%>(2021)는 전시에 함께 참여하는 박윤지의 작업에 대한 단상을 기점으로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감각의 경로를 탐색하는 작업이다. 이는 박윤지 작업의 빛나는 상으로부터 떠올린 가정 공간의 침식, 그 가운데 피어오른 물 아지랑이의 비침을 상상하며 제작되었다. 작가는 머릿속에 그리는 장면을 타인에게 온전히 전하는 이상적 연결을 상상하지만, 그 현실적 불가능성에 부딪히는 경험을 이 작품에 담고자 했다. 작업에 등장하는 텍스트는 영화 감독 김예솔비와 함께 쓴 한 편의 시로, AR/VR 환경 속에서 관객과 독자 사이를 오가는 시선을 중첩시키려 했다. 카메라가 실행되면서 ‘투명’해진 스크린은 닿고 싶었던 것으로의 경계를 흐리는 환영적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