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만 머핀, 《Recombinant》

03 Nov 2022 - 10 Dec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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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전경, 이근민 & 맨디 엘-사예: Recombinant, 2022
이미지제공 리만머핀.

리만머핀 서울에서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근민과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맨디 엘-사예(Mandy El-Sayegh)의 2인전 《Recombinant》이 개최됩니다. 전시의 제목은 ‘재조합 DNA(recombinant DNA)’라는 유전학 분야의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서 재조합이란 분리된 DNA 절편을 유전자상에 다시 결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물질이 발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조합되는 과정에서는 유전자, 세포, 더 나아가 유기체의 유전 정보는 상호 교환됩니다. 두 작가의 신작으로 구성된 본 전시는 둘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엘-사예는 검색 엔진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이근민의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작업과 유사한 이미지로 그의 작품이 검색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두 작가는 여러 해 동안 원격으로 교류하며 전시를 발전시켰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엘-사예와 이근민은 주로 이미지를 공통언어 삼아 소통했고, 그 과정에서 미적 취향과 각자의 작업 방식을 특징짓는 예술적 충동 등에서 접점을 찾았습니다. 《Recombinant》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추상화된 신체를 그리는 두 작가의 작업을 한데 전시하며, 개별 주체들이 사회의 구조적 틀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을 대변할 길을 모색하는지 등 더욱 광범위한 주제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근민의 작업은 유기체적 형태를 대형 화폭에 그려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작가는 살, 팔다리, 장기, 순환계를 암시하는 듯한 형상을 특유의 추상적 화법으로 담아냅니다. 그의 거대한 회화 작업을 근거리에서 마주할 때 작품은 압도적이고 불가해한 이미지가 됩니다. 이근민의 작품에는 종종 인체의 일부가 파편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 자신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시기에 경험했던 환각에서 기인합니다. 이근민의 회화는 당시의 기억에 형태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으며, 그 기억이란 지금껏 타인에게 전달 가능한 언어나 수단이 부재한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작가가 그리는 신체는 사회적 맥락이 사라진 상태로, 이 안에서 개인은 살, 근육, 혈관 등의 단위로 존재합니다. 작업 전반에 사용되는 붉은 색조 또한 작업의 추상적 특징을 강화합니다. 이처럼 작가는 날카롭고 노골적인 방식의 분출보다는 환각을 ‘정제’하기를 의도적으로 선택합니다. 개인의 고유성을 지우고자 하는 제도적 구조와 이를 마주한 소외된 개개인들이 스스로를 대변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두 작가(이근민, 맨디 엘-사예)의 공통적 지점을 살펴보실 수 있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