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불타는 미술시장 핫이슈는?
김복기×김예지×김종근×서진수

posted 2021.12.15


왼쪽 2021아트바젤에는 아시아, 유럽, 북미 등 33개국 273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전시장 메세플라체의 야외 행사로 몬스터 체트윈드가 퍼포먼스와 대형 설치작업을 마련했다. 오른쪽 프리즈 런던 2021 전경_홍콩 기반의 블라인드스폿갤러리 부스에는 보이밴드 캐릭터를 콘셉트로 차용한 신와이킨의 영상작업이 설치돼 이목을 끌었다. 2022년에는 프리즈 서울이 개최될 예정. 이미지 월간미술 제공.

왼쪽 2021아트바젤에는 아시아, 유럽, 북미 등 33개국 273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전시장 메세플라체의 야외 행사로 몬스터 체트윈드가 퍼포먼스와 대형 설치작업을 마련했다. 오른쪽 프리즈 런던 2021 전경_홍콩 기반의 블라인드스폿갤러리 부스에는 보이밴드 캐릭터를 콘셉트로 차용한 신와이킨의 영상작업이 설치돼 이목을 끌었다. 2022년에는 프리즈 서울이 개최될 예정. 이미지 월간미술 제공.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MZ세대가 새로운 키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온라인 유통도 강세다. 10월에 열린 KIAF SEOUL 2021(이하 키아프)이 코로나 펜데믹 상황 속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 미술시장의 현황을 진단하고, 내일을 예견하는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키아프 리뷰에 이어 MZ세대의 새로운 컬렉션과 투자 문화, 젊은 인기 작가의 부상, 옥션의 최근 동향, 온라인 마켓의 확산 등을 분석한다. 내년에 키아프는 프리즈와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한다. 최근 외국 갤러리의 한국 진입도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가 한국 미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조망한다. 건강한 미술시장을 정착하기 위한 제언도 덧붙였다.


KIAF SEOUL 2021 전경. 역대 최고 매출을 갱신한 키아프. 5일간 팔만 팔천여명의 관객이 방문했고, 65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미지 아트인컬처 제공.

KIAF SEOUL 2021 전경. 역대 최고 매출을 갱신한 키아프. 5일간 팔만 팔천여명의 관객이 방문했고, 65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미지 아트인컬처 제공.

김복기(아트인컬처 편집인) 반갑습니다. 미술시장 분석에는 여러 잣대가 있지만, 크게는 1차 시장인 갤러리, 2차 시장인 옥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근자에는 아트페어가 핫 플레이스죠. 연초에 화랑미술제를 시작으로, 아트부산이 성황을 이루었고, 10월에 열린 키아프도 성공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키아프는 출범 20주년을 맞아 10개국 170여 개 갤러리가 출전했는데, 올해가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키아프 사무국의 발표에 따르면, 매출 실적은 650억 원. 2019년에는 300억 원이 조금 넘었는데, 2배가 늘어난 수치죠. 입장객은 8만 8천 명으로, 7% 상승했습니다. 먼저 키아프 리뷰로 논의를 열어가지요.


최근 5년간 KIAF 매출, 방문객 추이.

최근 5년간 KIAF 매출, 방문객 추이.

서진수(강남대 교수) 키아프는 지난 3~4년간 부스 디자인, 전시 동선 등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올해는 A, B홀 부스 위치 배정도 주최 측이 주도적으로 잘 정리해 관람의 편의성이 굉장히 좋아졌다고들 합니다. 조명도 이전에는 개별적으로 추가하고 싶어도 제한이 있었는데, 올해는 스테인리스 바를 설치해 독특한 조명을 설치한 부스도 있었습니다. 키아프가 20회까지 오는 동안 국내 갤러리들도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경험이 축적되어, 개선이나 성장 속도가 빠른 것 같습니다. 내년에 키아프가 프리즈와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면, 선진적인 점을 많이 배워 더 좋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매일 늘어선 키아프의 긴 관람객 대기 줄을 보며 아트바젤 홍콩의 분위기가 생각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또 하나는 아트페어 개막 며칠 전부터 미리 출품작을 볼 수 있게 한 온라인 뷰잉 룸에 접속이 증가한 점입니다. 온라인으로 작품을 미리 살펴보거나 예약해 놓고 오프라인에서 작품을 구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팬데믹이 발발한 작년을 기점으로 미술품의 온라인 거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VVIP, VIP 데이도 이번에 과감히 실행했어요. 판매 우선 전략으로 바꾼 것이지요. 고객 입장에서도 VIP 카드를 받으면 프레스티지를 느끼고, 좋은 작품을 선점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VVIP 제도 도입이 판매량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서구 유수의 아트페어는 프레스보다도 VVIP를 더 우대하더군요. 앞으로는 VIP 카드를 이메일이나 핸드폰에 보내 QR코드로 소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많이 접근했다고 평가합니다.


김종근(홍익대 겸임교수) 올해 키아프는 무엇보다 볼거리가 풍부했습니다. 부스 세팅 등도 전반적으로 무난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말 키아프가 한국 미술시장의 부흥을 혼자 이끌어낸 걸까요? 주최 측이나 갤러리가 부스 세팅을 하면서 좋은 작품을 가져온 결과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미술시장에 일어났던 붐, 특히 옥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키아프의 대성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절대 간과해선 안 되는 지점입니다. 물론 키아프의 마케팅 전략도 훌륭했지만, 아트페어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미술시장이 커진 건 아닙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온/오프라인 옥션 시장과 MZ세대 컬렉터의 대두 속에서 커왔다고 봅니다.


김예지(아트시 아시아팀 서울 담당) 저는 이번에 키아프에서 그야말로 ‘열일’했습니다. 아트시(Artsy) 파트너 중에 60개 갤러리가 키아프에 참여했습니다. 그중 30개 갤러리가 한국, 다른 30개는 해외였죠. VVIP 오프닝 날은 원래 3시부터 입장이었는데, 아트시 측은 2시부터 60개의 파트너 갤러리 부스를 찾아다니며 온라인 뷰잉 룸에 파트너사가 따로 업로드할 수 있는 QR코드를 배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중 처음 키아프에 참여한 유럽의 한 갤러리는 첫날에 작품을 전부 판매했다는 겁니다. 근데 현장에 온 VVIP가 산 게 아니라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문의해 온 영 컬렉터들이 아트페어가 열리기도 전에 리스트만 보고 미리 구입한 걸 자랑하면서 한국이 정말 핫하다고 얘기했어요. 중요한 건, 미술시장이 MZ세대와 연결되면서 새로운 활기를 얻고 있습니다. MZ세대는 온라인 컬렉팅을 당연시하다 보니깐, 키아프 시작 전부터 인스타그램으로 갤러리들에게 이번엔 무슨 작품을 들고 나오는지 물어봤다는 거예요. 그러면 갤러리에서 넘겨받은 리스트를 미리 보고 구매를 한 다음, 오프닝 날에는 본인이 산 작품을 관람하러 가는 거죠. 참 신기한 현상입니다. 미술에 별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키아프에 갔다 와서 SNS에 인증 샷을 올립니다. 아트페어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투자에 집중하면서요. 이번 키아프의 특징을 요약하면, 첫째는 해외 갤러리 부스에서 한국 컬렉션의 파워를 실감했고, 둘째는 MZ세대가 미술시장에 들어와 불이 붙었구나를 확인했습니다.


김복기 김예지 씨 지적에 공감합니다. 나는 키아프가 열리기 전, 유독 전시를 많이 보러 다녔는데 갤러리로 계속 전화가 오더라고요. ‘이번 키아프에 나오는 어떤 작가 작품을 지금 예약할 수 있습니까?’라는 문의가 여러 화랑에 빗발쳤다고 들었습니다. 키아프 개막 전부터 조짐이 달랐습니다. 역시 쟁점은 최근 미술시장에서 MZ세대의 급부상입니다. 기존 6070의 안정 자산가에서 3040의 신흥 자산가로 급격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거죠. 이번 키아프에서도 MZ세대의 영향이 크게 반영된 듯 보입니다. 미술시장에서 MZ세대는 누구인가, 이들은 이전의 컬렉터와 무엇이 다른가, 컬렉팅을 둘러싼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김수자〈연역적 오브제〉2016_제5회 아트바젤 홍콩(2017)에 설치된 김수자의 대형 설치작업. 국제갤러리/티나킴갤러리 출품작이다. 이미지 아트인컬처 제공.

김수자〈연역적 오브제〉2016_제5회 아트바젤 홍콩(2017)에 설치된 김수자의 대형 설치작업. 국제갤러리/티나킴갤러리 출품작이다. 이미지 아트인컬처 제공.

새로운 이슈, MZ세대의 급부상


김종근 C갤러리의 큐레이터로 일하는 제자가 있습니다. 이 갤러리는 오프닝 전에 인스타그램으로 작품을 다 팔았다고 해요. 작품을 포스팅하면 수없이 많은 문의 쪽지가 날아온다는 거죠. MZ세대는 작품을 직접 보지도 않고 돈을 보낸다더군요. 이런 현상이 키아프에서 아주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거고요. 저도 MZ세대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취재해 보니깐, 친한 작가의 아들이 한 의류 회사의 부사장인데 두세 달 사이에 단색화 거장의 작품 10억 원어치를 닥치는 대로 샀다더라고요. 또 키아프에서 한 갤러리 사장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MZ세대 이야기를 전해줬습니다. 다짜고짜 묻더랍니다. “몇 년 정도 지나면 이 작가 작품이 얼마나 오르냐? 가격 상승을 보증해 줄 수 있냐?”라고요. 제가 보기에, MZ세대는 몇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주식 투자도 신통치 않고 집을 살 수도 없으니, 미술에 단기 투자하겠다는 아트재테크 형태입니다. 둘째는 재벌 3~4세들. 한 기업가의 아들도 30대 후반인데 그림을 ‘묻지 마 투자’로 구입한다고 해요. 이 사람들은 미술에 대한 풍부한 상식이 없으니, 주변에 아는 사람을 끼고서 소위 핫한 젊은 블루칩 작가들(우국원, 문형태, 김선우) 작업을 싹쓸이하듯이 컬렉팅하는 위험한 투자 현상을 보입니다. 셋째, 재력이 더 막강한 일부 사람들은 비싼 작가의 작품에 겁 없이 투자합니다. 대개 3~4억 원대의 김창렬, 이우환, 박서보 급의 작품이더라고요. 이런 현상이 결코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MZ세대가 한국 미술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이들을 진정한 컬렉터 멤버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건 그림을 샀는데 1~2년 지나서 작품 값이 오르지 않으면, 이들은 작품을 옥션에 다 토해낼 것이 분명합니다. 그때 어떻게 대처할지…. MZ세대가 컬렉터로 부상하는 건 반갑지만, 역효과 또한 우려됩니다.


김복기 미술시장의 열기에 MZ세대가 기여한 건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당연히 기회와 위협의 요소가 동시에 깔려 있습니다. 궁극적인 과제는 이들이 유입된 미술시장의 파이를 어떻게 건전하게 키워나갈 건가입니다. MZ세대의 정체성에 대해 경제학자인 서진수 선생께서 분석해 주시지요.


서진수 저는 우리의 미래 세대이고 미술시장의 새로운 진입자인 MZ세대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년 세대가 기본 소득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따라서 저는 투자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식을 좋게 봅니다. 옛날에는 상경 계열 학생들만 모의 주식 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학과의 학생들이 실전 투자를 연습합니다. 학생들이 투자가 뭐고, 비즈니스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공부하고 있고, 그런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겁니다. 주변을 보면 가상 화폐에 투자해서 ‘폭망’한 사람도 있지만, 상당한 부를 획득한 사람도 분명 존재합니다. 항시 투자의 세계와 시장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과 산업은 엄청나게 늘어나 있습니다. 핵심은 제대로 수영할 줄 알고 물에 뛰어드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기성세대는 MZ세대가 물에 뛰어들기 전에 수영을 가르쳐주고 바다로 안내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MZ세대의 첫 번째 특성은 SNS입니다. 기성세대는 직접 귀로 듣고 눈으로 본 사람들입니다. 3~40년 동안 한 분야에서 일해야 전문가 대접을 받죠. 그런데 MZ세대에겐 누가 서치를 많이 했고, 잘 캐치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예전엔 양이 많아야 질이 나왔는데, 지금은 질을 찾는 길을 아는 법도 많다는 게 차이입니다. 두 번째, MZ세대는 동질성을 중시합니다. 어른들은 기분이 나쁘더라도 참는데, MZ세대는 블로그나 클럽하우스에서 서로 얘기하다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나가버립니다. 동질성이 강하기 때문에 뭉치려는 경향도 강해요. 항상 기성세대와 차별화하려고 합니다. 세 번째는 게임 세대라는 점입니다. 저는 어른 세대인 7080을 돈 벌면 저축하는 ‘축적 세대’로 분류합니다. 반면에 MZ세대는 돈을 벌면 소비하고 투자하려고 해서 이들을 ‘투자 세대’로 분류합니다. ‘라떼 세대’라고 불리는 축적 세대는 미술품을 잘못 사면 ‘아, 다른 걸 사야 했는데’라고 자책하며 잠을 못 잡니다. 그런데 MZ세대는 쿨합니다. 게임을 리셋하는 것처럼, 다시 하면 된다는 마인드예요. 매우 큰 차이입니다. 저는 한국의 두 경매 회사의 중계를 어제는 5시간, 오늘은 3시간 정도 봤습니다. 옥션에서 응찰하는 방법이 현장 비딩, 서면 비딩, 전화 비딩, 그리고 최근에 부쩍 많아진 온라인 비딩이 있습니다. 온라인 비딩을 하는 상당 부분은 손가락 노동 세대, 검색 세대라고 부르는 젊은 세대일 확률이 큽니다. 경매에서 응찰하는 것을 보면 이들은 비딩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서로 막 치고 들어옵니다. 현장 경험이 많은 ‘라떼 세대’는 주위 분위기를 살피고 심리전을 펼칩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느냐, 이건 돈 버는 속도의 차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원의 ‘일타 강사’의 연 수입이 100~200억이잖아요. 수입 중 10분의 1은 아트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겁니다. 미술 좋아하는 일반 회사원들도 한두 달 월급으로 작품을 사는 것처럼 말이에요. 요즘 이런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또 하나, 재벌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이 2~3채 정도 있는 환경의 자제라면 심리적 풍요와 소비력이 있을 겁니다. 누구나 여유 자금이 있으면 미술시장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김예지 여러 말씀에 공감합니다. 우리 젊은 세대는 모두 투자를 합니다. 주식 투자나 비트코인을 안 하면 ‘왜 안 하지’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미국 주식까지 손을 대기도 하고요. 아트컬렉팅을 할 때 ‘엑싯’, ‘아웃’ 같은 주식 용어를 사용합니다. 유튜브를 보고, 주식 투자를 하고,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는 세대가 등장한 거죠. 거기다 인스타그램까지 합세했습니다. 인스타그래머, 인플루언서, 셀러브리티가 컬렉팅을 해서 SNS에 업로드하면 언론이 많이 보도하잖아요. RM이 누구 작품을 컬렉팅했다, 손예진이 우국원을 샀다 하는 식의 아트테크를 언론이 전면적으로 기사화하니깐, 소셜 미디어를 즐기는 젊은 세대가 많은 영향을 받는 겁니다. 그렇게 얻은 정보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공유하고, 다시 함께 계획을 세우고···. 또 젊은 세대는 어느 정도까지 작품을 사겠다고 예산을 정해두면, 다른 사람이 어떻든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고(GO)’만 합니다. 오락처럼요. 제가 옥션에 근무했을 때도 느꼈지만 온라인 비딩의 유입 속도가 엄청납니다. 아트시에서도 영 컬렉터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작품 액수 자체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원래는 평균 1만 달러(1천만 원 내외) 정도였는데, 올해 리포트는 2만 5천 달러, 그러니깐 3천만 원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온라인이 너무 편한 세대이니깐, 일단 몇천만 원에서 몇억 원까지 금액을 정해놓는 투기 성향도 없지 않습니다. 물론 위험 요소도 있지만 재밌게 컬렉팅하려는 젊은 층이 많아진 건 반가운 일입니다. 쇼핑에 ‘오픈 런’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려면 문을 열자마자 뛰어 들어가서 ‘오픈 런’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키아프에서도 ‘오픈 런’을 봤습니다. 이 젊은 세대들이 그대로 아트페어에 들어온 것 같더라고요.


젊은 인기 작가의 가격 상승


김복기 MZ세대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아트마켓은 기본적으로 돈의 흐름과 밀접한데, 과거와는 달리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미술산업 자체가 MZ세대의 삶의 방식에 걸맞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날로그 시절 갤러리스트나 컬렉터 사이의 소통 방식이나 정보 취득 방식과는 다른 루트와 시스템으로 미술시장이 새롭게 세팅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키아프의 어느 갤러리 부스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요즘 MZ세대는요, 작품을 선택하고 결제하는 방식도 화끈해요. 6~70대는 살 때까지 고민, 고민을 합니다. 끝까지 깎아달라 그러고. 그런데 젊은 세대는 이거 주세요. 이것도요. 가격을 깎아달라고도 하지 않는답니다.” 한편, 이번 키아프에 참여한 여러 갤러리 부스에서 확인한 바로는 기존에 단색화 중심의 블루칩 작가와 더불어 새롭게 부상하는 젊은 인기 작가가 현재 미술시장의 키 플레이어였습니다. 아트마켓에서 젊은 작가의 부상을 짚어볼까요?


김종근 우국원, 정영주, 문형태 같은 젊은 작가의 강세를 말하자면, 손예진이나 하정우 같은 일부 연예인의 컬렉팅과 밀접합니다. 하정우도 2~3년 전에 저에게 우국원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정영주는 RM이 주목했고요. RM이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구입했다고 하면, 바로 젊은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유명인에게 컬렉팅된 일부 작가의 작품을 텔레비전 방송에서 1시간이나 비춰주면서 젊은 컬렉터나 연예인이 큰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게 꼭 나쁘다고만 할 순 없지만요. 우려하는 건 우국원의 30호 작품이 1억 몇천만 원 이상에 거래됐더라고요. 원로 작가라면 이해하지만···. 이런 현상을 굳이 비난할 이유는 없지만, 과연 바람직한가요? 작품성이 검증된 작가가 좋은 가격을 받고, 스타 작가로 부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하나는 일본 작가들이 한국 미술시장에서 엄청나게 선전합니다. 호소카와 같은 작가는 3~4년 전만 해도 거의 팔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몇천만 원짜리도 우습게 팝니다. 요시토모 나라도 2~3년 전에 목판화가 2~3천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지금은 8천만 원까지 쭉쭉 올라갑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무라카미 다카시, 매드 사키, 미스터 등 다카시 휘하에 있는 일본 작가나 그룹의 폭발적인 유입과 급성장에 대해, 누군가 원인을 진단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쿠사마 야요이 이후 이렇게 일본 미술작품이 들어오는 건 MZ세대도 많이 컬렉팅한다는 건데, 그 이유가 참 궁금합니다.


김예지 경매에서도 젊은 작가의 작품이 잘 판매됩니다. 컬렉팅을 시작하는 주위 사람들은 우선 옥션을 살펴봅니다. 가격이 공개돼 있으니까요. 갤러리에 직접 가서 물어보기엔 젊고 어리니깐 쭈뼛거리는 분위기가 있어요. 요새는 인기가 덜하지만, 무라카미 다카시의 판화나 카이카이키키의 판화가 핫했던 건 좋은 가격 때문입니다. 월급을 모아서 시작하는 컬렉터가 대략 2~4백만 원으로 예산을 잡았을 때, 눈에 익은 무라카미 특유의 꽃 모양이 끌릴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친숙하니까요. 그러면서 더욱 가격이 붙고 붙는 느낌입니다. 한국의 젊은 컬렉터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 미국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 당장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조금 비싸더라도, 그만큼 젊기 때문에 작품 가격이 올라갈 거라고 기대합니다. 젊은 작가의 미래를 보는 거지요.


서진수 제 생각에는 케이 팝이나 영화에서의 발전도 그렇고, 미술에서도 마찬가지로 흔히 작품성, 흥행성을 얘기합니다. 제가 한 TV 토크 프로그램을 보는데, MZ세대가 나와서 “너희의 음악은 왜 그렇게 가볍냐”는 질문에, “우리 세대도 나름대로 아픔과 힘듦이 있는데, 굳이 무거운 노래를 들어야 하느냐”라고 답하더군요. 20대의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대목입니다. 제가 20여 년 동안 미술시장을 조사하며 도대체 컨템퍼러리아트의 핵심 요소가 뭘까 고민했는데, 시장연구자이자 시장론자로서 제가 발견한 세 요소는 ‘재미, 의미, 돈’이었습니다. 또 컨템퍼러리아트의 속성은 가벼움의 경쾌함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인은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피곤하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미술은 깊은 철학을 담고 있긴 하지만, 집에 걸 작품을 구입할 때는 어둡고, 무겁고, 아주 난해한 작품을 살 이유가 없습니다. 제프 쿤스도 얼마나 가벼운 개념을 취합니까. 근데 그걸로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미술계나 시장의 인플루언서나 평론계가 그런 면에서 앞으로 많이 변화되지 않을까, 그리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작가들은 만화, 애니메이션을 즐기면서 살아왔습니다. 예전 사람들이 그림책, 동화책을 읽으며 커온 것과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미술시장에 다니다가 젊은 작가들에게 당신 작품을 설명해 달라고 하면, 그들은 그냥 힐끗 봅니다. ‘이게 이해 안 되면 어쩌라고요, 영화 주인공을 그린 거라니까요?’라고 답합니다. 6~70대 작가들한테 작품을 설명해 달라고 하면 자연부터 시작해서 무위, 동양 철학 얘기를 한참 꺼냅니다. 아무튼 제가 올해 경매 도록을 보면서 우국원, 김선우, 문형태 작가의 작품이 왜 갑자기 뛸까 생각했습니다. MZ세대를 보면 어렸을 때 만화를 보고 자랐으니깐, 우국원 작품을 보면 재밌고 향수까지 느낄 겁니다. 결국 지갑을 여는 사람은 구매자입니다. 미술계나 미술시장의 흐름을 보면 인플루언서 자체도 시프트를 하고 시장도 늘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젊은 작가의 작품과 그걸 즐기는 젊은 컬렉터 사이에 선호자끼리의 선 긋기가 가능해집니다. 또 경제학 측면에서 보면 수요가 늘면 당연히 가격도 오르게 되어 있죠.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많으니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김창열의 작품이 10억, 100억 하는 것처럼 인기 있는 영 아티스트의 작품도 수요자가 많으면 1억 원대를 넘을 수 있는 거죠.


김예지 2007~8년 핫했던 작가들도 시장이 무너지면서 작품 값이 내렸는데, 지금 시장의 붐이 그때와 다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비슷하게 버블처럼 꺼질 거라고 생각하는지요?


김복기 미술시장의 부침은 필연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적 있지요. 1990년대 초에 큰 인기를 누렸던 박고석, 변종하, 최영림 등 구상작가들의 작품이 지금 옥션에서 어떻습니까? 청전이나 소정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21세기의 블루칩 O작가도 반토막 나지 않았습니까. 이런 부침은 시장이기 때문에, 경기 변동처럼 늘 변화합니다. 저는 비평과 저널리즘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시장에 꾸준히 예술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21세기 미술시장이 이전과 달라진 건 확실합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연말이 되면 독일의 경제 전문지 『캐피탈』이 아티스트 랭킹을 매기는 기사를 냈습니다. 랭킹의 기본적인 목적은 미술품 가격과 예술성의 상관관계를 지표로 내기 위해서입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미술품 가격은 작품성과 일치하는 게 좋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걸 『캐피탈』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백남준은 아티스트 랭킹으로는 세계 7위까지 올랐지만, 가격에서는 랭킹이 확 떨어졌습니다. 20세기까지는 미술품 가격과 예술성의 상관관계가 꼭 들어맞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는 그 상관관계가 대단히 밀접하게 됐습니다. 특히 국제 시장이나 한국 원로 작가는 도식이 보편화됐습니다. 그러나 내수용, 젊은 작가들에게도 적용할 상황은 아닙니다. 확실한 건 젊은 인기 작가들의 명성이 비평적 평가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습니다


김종근 최영욱의 작품은 사두면 돈도 들어오고 자식들이 대학에 잘 간다는 샤머니즘적인 의미 때문에 강남의 4~50대에 인기가 많은 거 같고. (웃음) 최영욱은 내년 4~5월까지 전시 작품이 모두 예약돼 있답니다. 하태임은 내년 봄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웨이팅도 받지 않는답니다. 이렇게 3~40대 작가들이 몇천만 원에서 1억 원 훌쩍 넘어가는 가격으로 갑자기 치솟는 게 의아합니다. 미술사학자들이 그렇게 훌륭하다고 극찬하는 청전 이상범이나 소정 변관식의 가격은 어떻습니다. 3~4천만 원도 안 됩니다. 이게 과연 정상일까요? 이들의 작품성이 좋다면 앞으로 요시토모 나라,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처럼 클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러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완전 내수용이라는 겁니다. 이런 식이면, 젊은 작가와 컬렉터 모두에게 추후 닥쳐올 후유증이 염려됩니다. 작품 가격으로 재미를 못 본다면, 결국 컬렉터들은 컬렉션을 포기할 겁니다. 그리고 ‘망가 세대’이기 때문에, 무라카미류의 작품을 사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일부 컬렉터들이 연예인을 따라 작품을 사는 현상은 우려됩니다. 정영주가 그린 달동네 풍경의 뉘앙스로 봐서는, 나이 든 사람이 사는 게 정상일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지점들을 우리가 면밀하게 주목해야 합니다. 이 젊은 컬렉터들이 2~3년 뒤에도 구매 작가들에게 계속 열광할까요? 그림값이나 평판이 떨어지고, 새로운 걸 나타내지 못하더라도요? 김구림이나 이건용은 구겐하임미술관 전시가 예정돼 있고 작품 세계를 지켜왔으니 충분히 호재가 되어, 가격이 오르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3~40대 작가의 작품이 1억 원대를 넘나드는 건 추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습니다. 작가에게나 허약한 우리 미술시장에나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옥션의 두 얼굴, 온라인 시장의 확산


김복기 이 지점에서 옥션을 바라봅시다. 1990년대에 한국 미술시장의 발전 방안에 관한 앙케트를 하면,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옥션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개 거래를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2006~7년 호황 때도 옥션이 기여했고, 지금도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옥션에서는 얼마 전까지 단색화에 쏠림 현상이 있었고, 최근에는 젊은 작가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술시장의 붐을 타고 온라인 옥션도 중저가 작품 위주로 거의 매주 열립니다. 옥션의 호황을 어떻게 보는지요?


김예지 코로나19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되니까, 옥션 회사는 오프라인 경매 인력과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옮겼습니다. 해외 옥션 회사는 온라인을 시작한 지 오래고요. 요즘 옥션 중에는 필립스가 제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티나 소더비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젊은 컬렉터 층에 어필하는 작가가 많이 나옵니다. ‘뉴 나우’라는 섹션을 만들어, 필립스에서 너무 밀어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젊고 좋은 작가가 시장에 데뷔합니다. 거기서 착안해 서울옥션도 0원을 시작가로 하는 ‘제로 베이스’를 만들었고요. 처음에는 작가들에게 불리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지금 잘 정착했습니다. 콰야, 이종기 작가도 ‘제로 베이스’로 다시 데뷔해서 갤러리에 소속되었지요. 옥션이 이런 선순환을 이뤄낸다는 점에서 좋은 역할을 한다고 여겨집니다. 옥션은 갤러리보다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특히 젊은 컬렉터가 진입하기 쉽습니다. 해외 갤러리는 온라인 뷰잉 룸이 잘 되어 있지만, 국내는 아트시를 통해 프로모션하는 갤러리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아요. 국내 옥션 회사는 이전부터 온라인에 많이 투자하고 플랫폼도 잘 구축해, 지금 상승 기세를 타고 있는 겁니다.


서진수 한국의 옥션 역사는 서울옥션이 설립된 1998년부터 시작됐으니깐 23년 됐지요. 그러나 사실은 비즈니스가 잘 안 되는 해가 7분의 5, 잘 되는 해가 7분의 2입니다. 2005년만 해도 정보의 총량이 형편없었습니다. 세계 미술시장의 호황기에 케이옥션이 두 번째로 생기면서 양대 회사가 경합하고 많은 작가의 작품을 경쟁적으로 출품시켜 2006년과 2007년에 성장했으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지며 한국 경매 시장도 죽었지요. 그 후 2015년까지 회복의 동력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트페어 시장이 커가는 동안 옥션은 존재감 자체가 상당히 약했지요. 그런데 단색화, 추상미술 씬이 커지면서 2017~18년에 회복되다가 2019년 다시 줄었다가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완전히 떨어졌다가 올해 다시 급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옥션의 전체 역사를 보면 힘든 해가 더 많았습니다. 최근엔 가격 경신으로 ‘레코드 브레이킹’한 뉴스가 많이 쏟아집니다. 경매는 공시성이 강하니까 낙찰액의 총 규모가 100억을 넘거나 한 작가의 작품이 기록을 세우면 여러 언론에서 크게 다뤄줍니다. 하지만 사실 쏠림 현상이 너무 커서 고가에 팔린 몇몇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고서는, 많은 작품이 옥션에서 전시 가격보다 3~5분의 1 값에 팔려 낙심한 작가도 많습니다. 이게 옥션의 특성이지요. 요즈음 호황이라 그런지 10여 년 전에 싹 사라졌었던 단색화, 추상미술 작가들 몇몇이 리바이벌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규모가 크면 여러 섹션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을 텐데, 우리나라 경매는 근현대미술과 고미술 달랑 두 파트로 나뉘는 데다, 그마저도 물량이 많지 않아 한 번에 두세 시간 연이어 팔면 끝납니다. 엔트리도 매우 제한되어 있고요. 옥션 횟수가 조절되면 좋겠지만, 이건 회사가 판단할 일이죠. 많이 팔아서 수수료를 극대화하는 게 옥션의 경영 전략이므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옥션 시장도 어려울 때가 많으나, 대신 미술시장 관련 정보를 많이 생산한다는 게 특징이죠. 물론 경매 때마다 스타 작가의 대작 소싱과 판매 경쟁으로 스트레스도 클 겁니다.


김종근 저는 한국 미술시장의 확산에 무엇보다 옥션의 급격한 팽창과 성장이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울옥션, 케이옥션, 아트데이 등등이요. 사실 옥션은 어느 나라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화랑은 옥션을 싫어하고, 옥션은 화랑에 무관심하고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요. 갤러리 입장에선 애써 작가를 키워놨는데 큰 옥션이 데려가서 싸게 팔아먹는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1천만 원까지 키워 놔도 옥션에서 5~6백만 원에 팔거든요. 옥션은 순기능, 역기능 둘 다 가지고 있습니다. 옥션이 좋은 점은 컬렉터가 여러 이유로 그림을 되팔고 싶을 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통로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갤러리에선 되팔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유럽, 미국처럼 딜러가 활성화된 것도 아닙니다. 그때 유일한 통로가 옥션이죠. 문제는, 자기가 산 그림을 옥션에서 안 받아주면 그림이 돈이 안 된다는 걸 알아버리니깐 나중엔 작품을 아예 안 사버립니다. 컬렉터의 심리죠.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나라 컬렉터는 진정한 의미의 컬렉터라고 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유명 갤러리의 P회장이 말하길, 우리나라엔 컬렉터가 500명도 안 된다고 합니다. 말인즉슨 500명만 골수 컬렉터이고, 나머지는 그림 값에 따라 팔고 사는 투자자라고 봅니다. 그나마 그림을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는 옥션이 있어서, 시장이 커지고 컬렉터가 늘어나는 겁니다. 순기능이죠, 이건.
또한 김예지 씨 말대로 ‘제로 베이스’를 통해 인기 작가가 된 건 좋은 사례입니다. 근데 이 작가들은 아직 어리고, 작품성도 확실치 않고···. 결국 옥션의 딜레마는 작품이 아주 좋은데도 구매자가 붙지 않거나 당시 시장 분위기가 안 좋으면 작품 판매율이 반타작도 안 된다는 점입니다. 옥션이 좋은 컬렉터, 좋은 작가를 발굴해 미술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건 환영입니다. 문제는 지금 옥션 시장에 온라인 오프라인 할 거 없이 작품이 완전히 꽉 찼다는 겁니다. 팔고 싶어 하는 작품 수백 점이 웨이팅만 걸려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은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지만요. 제가 옥션 시장에 염려하는 바는 시장이 커질 때 그 사후 처리와 중저가 작가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입니다. 우리 미술계가 옥션의 순기능, 역기능을 잘 진단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적인 컬렉터에겐 쏠림 현상과 상관없이 좋은 작품을 판단하는 안목이 필요한데, 이걸 기르기 위한 가이드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진정한 컬렉터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김복기 지금 한국 미술시장은 양대 옥션이 주도합니다. 돌이켜 보면 2006~8년 무렵엔 열 개 가량의 옥션이 있었습니다. 디옥션, 별옥션 등등···. 리먼쇼크 이후 다 추락했지요. 김종근 선생께서 화랑과 옥션의 관계가 안 좋다고 말하셨습니다. 옥션은 잘 알고 있듯이 2차 시장입니다. 1차 시장인 갤러리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갤러리는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 육성, 보호하는 ‘기획’ 개념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와 협의해 작품 가격도 조정하고요. 근데 한국은 결정적으로 서울옥션, 케이옥션이 메이저 화랑과 겹쳐있습니다. 양날의 칼을 쥐고 있다고 할까, 이러한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구조가 과연 건전한가요? 대책과 대안을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잦은 경매나 지나친 쏠림 현상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이쯤에서 김예지 씨가 온라인 시장에 대해 언급해 주시죠.


Hiscox online art trade report 2021

Hiscox online art trade report 2021

김예지 히스콕스 온라인 아트 리포트 중 중요한 걸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이 확산됐는데, 이제는 그 전환이 영구적으로 정착될 거라 확신합니다. 실제로 온라인 시장이 너무 잘되기 때문인데요.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해 작품을 구매한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021년 온라인 거래량이 확연히 늘었고요. NFT아트도 자리를 잡아 디지털 작품과 실제 작품을 같이 컬렉팅하려는 움직임이 생길 것도 같네요. 온라인에서 아트시는 서울옥션처럼 다양한 옥션 회사와 협업해 경매를 엽니다. 거기서 매출액이 코로나19 이후 500% 정도 늘었습니다. 그 이유라면 온라인 옥션을 위해 아트시와 협업하는 회사의 수가 늘었다는 것도 있겠지만, 비싼 작품을 온라인에서 컬렉팅하는 구매자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온라인 컬렉터가 2019년에 비해 72%나 늘었다는 아트시 내부의 수치를 봐도 알 수 있지요.


김복기 한국 컬렉터의 온라인 시장 정보는 없는지요?


김예지 아트시가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서는 독보적이라 데이터가 많은 편인데, 올해 키아프가 열린 그 주에만 플랫폼에 100만 명의 유저가 접속했습니다. 그중 한국 고객이 어느 정도인지까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키아프 당시 60개 갤러리에 배포한 아트시 QR코드로 트래킹을 추정할 순 있습니다. QR코드를 붙이지 않은 국내 부스가 많았음에도, 당시 그걸로 3~4천명의 컬렉터가 유입된 걸 확인했습니다. 그 말인즉슨,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분들이 아트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영 컬렉터들은 온라인 미술시장에 접근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을 보이지 않습니다. 4일간 진행된 키아프만 보더라도, 괄목할 만한 데이터죠.
또한 아트시는 전 세계 3,000개 갤러리와 파트너를 맺고 있는데, 그중 한국 갤러리는 80여 개입니다. 거기서도 20개 정도의 젊은 갤러리는 온라인 플랫폼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확신하고, 아트시를 메인 세일즈 툴로 삼고 있습니다. 재밌는 지표이죠. 또 2020~21년 상반기까지 아트시에서 한국 컬렉터가 47% 이상 늘었습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빠른 성장세입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약 10% 정도 늘 때, 한국은 4배나 증가한 겁니다. 아트시 내부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맺을 한국 갤러리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리고 이번 9월 한 달간 안드로이드에서 아트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수치가 흥미롭습니다. 1위가 미국, 2위가 한국입니다. 미국이 1위인 건 미국 파트너가 대부분이니 당연한 결과이지만, 2위가 영국이나 홍콩일 거란 예상을 깨고 한국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겁니다. 데이터 팀에서 따로 연락이 와 한국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냐고 묻더군요. 국내에서 삼성 휴대폰 점유율이 높다는 걸 감안해도 한국에 영 컬렉터가 많다는 걸 반증합니다.


2016-2021 상반기 국내 경매 낙찰 총액.

2016-2021 상반기 국내 경매 낙찰 총액.

내년 서울에서 프리즈 개최, 해외 갤러리 진입


김복기 한편 내년부터는 키아프가 영국의 프리즈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합니다. 올해는 그 전초전이었지요. 그에 맞춰 해외 유수의 갤러리가 잇달아 한국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올해 타데우스로팍이나 탕갤러리 등이 서울 지점을 냈고, 독일의 페레즈프로젝트도 내년에 지점을 연다는 소식이 있더라고요. 이미 2007년부터 리만머핀, 페이스, 페로탕도 서울에 지점을 열어 활동하고 있고요. 이렇게 해외 갤러리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건 내년 프리즈의 영향도 있겠지만, 결국 한국 미술시장에 분명한 고객과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면 외국 갤러리의 국내 진입, 프리즈 런던의 서울 진출 등과 관련해 앞으로의 시장 지형을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한국이 동아시아 미술시장의 키 플레이어이자 국제 미술시장의 핫 플레이스가 될 수 있는지….


서진수 시장 측면에서는, 홍콩에서 보았듯이 국내외를 막론해 세계적으로 큰 화랑이 많이 모이는 곳이 관심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은 국내 수요만으로 시장을 운영했다면, 이런 기회로 국내외 수요를 모두 끌어들일 수 있겠습니다. 서로 경쟁하겠다는 의지만 강하면 한국 작가도 해외 컬렉터, 갤러리에 노출되어 크게 나쁠 건 없습니다. 다만 해외 갤러리 중에서도 유수의 큰 갤러리가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오면 우리나라의 메인 갤러리는 그동안 아시아 에이전트로서 작품을 중개했던 역할이 사라지면서 운신의 폭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잖으면 우리 갤러리가 틈새 작가를 발굴해야 하는데, 큰손 컬렉터는 가격 불문하고 좋은 작가와 작품을 원할 테니 그마저도 양보하거나 빼앗길 수 있습니다. 국내의 중소 갤러리는 글로벌 갤러리와 경쟁 상대가 아니니 오히려 영향이 크게 없을 거고요. 결론은 작년부터 키아프와 프리즈가 공동 주최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라, 벌써 서로 포맷과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큰 페어나 모범적인 갤러리의 운영을 보면서 국내파 갤러리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배워가지 않겠는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봅니다. 결론은 우리 미술시장의 역량에 달려있는 것이지 해외 갤러리가 들어왔다고 해서 엄청난 파급 효과나 변화가 꼭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김종근 20년 전만 해도 미술시장에선 갤러리가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갤러리 위치는 이름뿐이고 1년에 3~4개 아트페어 참여로 수익을 냅니다. 미술시장의 핫 플레이스는 아트페어입니다. 키아프, 대구아트페어, 아트부산에 이어 광주, 울산, 인천, 제주에도 아트페어가 생기고, 홍콩, 싱가포르, 베이징 등에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컬렉터의 수준을 강조해야겠네요. 컬렉터층이 탄탄해지면, 외국 시장이 들어와도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아트재테크형의 컬렉터가 우려됩니다. 1990년대 한때 변종하, 홍종명, 황유엽, 황창배 등이 미술시장을 점유했는데, 지금은 선호도가 약하고 팔리지도 않습니다. 옥션에 몇백만 원으로 나옵니다. 그러니깐 서도호, 이불, 양혜규처럼 해외 갤러리에서도 경쟁력이 강한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 작가들은 불가피하게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외국 갤러리가 들어와서 시장의 파이를 넓히는 건 매우 중요하지만 위험성에 잘 대비해야 합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아시아의 메카가 된다면 환영할 일입니다. 프리즈와 키아프의 협업은 절호의 기회입니다. 어쩌면 제2의 아트바젤 홍콩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6~7년 전에 해외 갤러리들이 장샤오강, 정판쯔, 위에민준 작품을 팔아 한 점에 5~6억, 많게는 10억까지 긁어가지 않았습니까. 독일, 프랑스 등 유명한 갤러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들어왔을 때, 한국 컬렉터들이 과연 국내 작가만 쳐다볼 것인지가 걱정입니다. 글로벌 갤러리가 들어오면 국내 작가와 한국 미술시장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경쟁력 있게 만날 수 있도록 해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한국 미술시장에 아픔이 생길 건 불 보듯 뻔합니다. 자칫하면 마당만 펼쳐주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어요. 이건 최악이지요.


김예지 이렇게까지 한국의 중요성이 대두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최근 한국 컬렉터와 갤러리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일주일에 한 번 여는 아트시 아시아·태평양 전담팀 회의에서도 한국 컬렉터에 집중하자는 의제가 올라왔습니다. 심지어 아트시 온라인 저널에서 한국 컬렉터로 특집 기사도 냈죠. 아트시를 통해 어떻게 컬렉팅했고, 이머징 블루칩 아티스트를 모았는지 조명한 기사였어요. 아트마켓에서 전통적으로 집중했던 일본, 홍콩, 중국보다 한국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온라인 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겁니다.


왼쪽 온라인 미술플랫폼 ‘이젤’에 업로드된 니키 드 생팔 개인전 VR 전경_이젤은 클라이언트 갤러리의 전시를 VR 기술로 온라인에 제공하는 업체. 오른쪽 구정아〈Prerequisites 7〉AR 2019_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구정아의 드로잉이 AR작업으로 구현됐다. 이미지 월간미술 제공.

왼쪽 온라인 미술플랫폼 ‘이젤’에 업로드된 니키 드 생팔 개인전 VR 전경_이젤은 클라이언트 갤러리의 전시를 VR 기술로 온라인에 제공하는 업체. 오른쪽 구정아〈Prerequisites 7〉AR 2019_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구정아의 드로잉이 AR작업으로 구현됐다. 이미지 월간미술 제공.

건강한 컬렉션 문화를 위하여


김복기 이제, 논의를 정리해야겠습니다. 미술시장에 관한 자유로운 제언, 건강한 미술시장과 향유 문화를 위한 방안 등 자유로운 의견 부탁합니다.


서진수 경제학자로서 생각해 보면, 공급자인 작가들에게 시장 교육이 필요합니다. 미술대학 교과 과정에 한 과목 정도는 먹고 사는 문제와 미술시장을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작가도 작품 실력과 먹고 사는 능력을 모두 겸비해야 세계적인 작가로 발전할 수 있고, 그래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요. 또 미술대학은 학생들이 전 세계의 컨템퍼러리 아트씬을 돌아보고 뉴욕, 런던, 베를린, 파리 등지의 주요 아트페어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학 차원에서 어렵다면 정부 차원에서 50~100명 뽑아서 실행했으면 하고요. 미술계도 이런 제안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한국 컬렉터를 끌고 갈 딜러 교육도 필요합니다. 또한 저는 온라인 플랫폼 이야기를 10년 전부터 한국화랑협회에 제안해 왔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는 홈쇼핑,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데, 미술계만 관심이 적더군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십시오, 작품을 실제로 보지도 않고 사지 않습니까. 언젠가 협회의 요청으로 화랑 대표를 위한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큐레이터만 오고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갤러리스트는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시장의 구조는 수요자, 공급자, 중간 거래 관계자(딜러) 세 개의 주체로 되어있어, 이들 모두에 대한 지원과 교육이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김예지 아트마켓의 다양한 역사를 함께 경험하고, 연구하고, 비평하고, 공부해 온 세대가 MZ세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MZ세대이기는 하지만 너무 투자로만 접근하는 건 지양하고 싶어요. 지금도 옥션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소수 정예이고, 강의료도 굉장히 비싸 대중적으로 열려있진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기사를 보고 컬렉팅하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 미술사부터 미술시장까지 교육할 수 있는 루트가 많았으면 합니다. 또 한국 젊은 작가가 해외 전시를 많이 열면 좋겠습니다. 해외에서 다양한 컬렉터를 만나 일을 하면, 글로벌한 경력이 쌓일 테니까요. 결국은 한국 컬렉터에게도 작가에게도 모두 좋을 일입니다. 학자들이 미술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연구해서 학문적인 성과가 쌓이면 더할 나위 없고요.


김종근 제가 강조한 게 바로 김예지 씨 이야기예요. 한국화랑협회는 컬렉터를 이끌고 안내하고 세미나를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컬렉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해외 컬렉터가 어떻게 해서 돈을 벌었고, 페기 구겐하임은 그 많은 소장품을 어떻게 기증했는가. 이런 걸 교육해야 합니다. 해외의 『아트뉴스』나 미술잡지는 100대 컬렉터 등을 소개하거나 책을 엮어냅니다. 근데 우리나라엔 그런 게 아예 없지요. 교육이 부재한 상태에서, 컬렉터가 정상적으로 클 수 있을지요? MZ세대 컬렉터는 돈이 된다고 해서 달려드는 느낌이 강합니다. 2세대, 3세대 컬렉터를 육성하고 안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김복기 저는 그간 국제 아트페어를 많이 취재했습니다. 아트바젤 스위스에 초청받아 비즈니스 클래스로 다녔습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대가 바뀌었는데, 결국 미술시장도 이 대세에 맞춰 흘러가고 있습니다. 최근 미술시장의 호황은 환영할 일입니다. 과거의 미술시장을 돌이켜 보면, 88올림픽 이후 1990년 초반에 첫 호황이 있었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대호황을 겪었지요. 그러다 급격하게 추락했습니다. 이전 호황 때도 눈앞의 돈만 보면 더 큰 가능성을 놓친다,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과거를 발판 삼아 이번 호황의 불씨를 잘 살려야 합니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규모가 연간 4~5천억 원 수준입니다. 세계 최고 갤러리인 가고시안의 연간 매출액이 조 단위입니다. 아직 열악합니다.
서진수 최근 많은 사람이 디지털 미술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화랑, 아트페어, 경매를 제1, 2, 3 미술시장, 그리고 온라인 시장을 제4 미술시장, 최근에 빠르게 성장하는 NFT와 같은 디지털 시장을 제5 미술시장이라고 부릅니다. 앞으로 디지털화나 인공 지능에 의한 생활이나 소비 패턴이 급속히 변할 겁니다. 앞으로는 많은 국가의 중앙은행이 종이 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바꿀 예정입니다. 가상 화폐와는 좀 다른 얘기입니다. 앞으로 디지털, NFT는 단순히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인류의 사고를 바꿀 겁니다. 최근 NFT미술이 급부상했는데, 저는 딜러나 작가에게 반드시 도전하라고 강조합니다. 어차피 인류의 삶이 많은 부분 디지털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미술에 대해 연구도 많이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차가 나오면 점점 차량의 내부 인테리어를 멋지게 하겠지요. 차 안에 미술품을 거는 시대가 올 겁니다. 작은 디스플레이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원본을 판매하는 게 디지털아트입니다. 여기에도 큰 관심이 필요합니다. 일찍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김복기 오랜 시간 좋은 논의 감사합니다.


이 원고는 아트인컬처 2021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아트인컬처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