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행사

제48회 아트바젤 The 48th Art Basel

posted 2017.07.20

올해 아트바젤에서는 35개국 291개 갤러리가 약 4000명에 달하는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언론 및 VIP대상 사전 공개일을 포함하여 6일(6.21-18)에 걸친 아트바젤 기간, 9만 5000여명의 관객이 아트바젤만을 찾은 것은 아니다. 다수의 아트페어가 아트바젤 개최 시기에 맞춰 행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아트페어 클러스터화 현상이라고 볼수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 리서치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을 찾은 필자가 아트페어들 간의 경쟁과 협력을 들여다본다.




아트페어 클러스터화 현상의 출발점이자 변곡점

<언리미티드> 섹터에 출품된 수 윌리엄슨(Sue Williamson)의 작품 <대서양 항해로부터의 메시지(Messages from the Atlantic Passage)>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작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라이브 쿠킹 설치작업 <갤러리아 콘티뉴아(Galleria Continua)>를 출품했다.​

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국제교류 리서치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 후원을 받아 아트페어 클러스터화 현상, 특히 클러스터에 속한 아트페어들 간의 경쟁/협력 전략을 연구하기 위해 48회를 맞이한 <아트바젤>를 찾았다.


“가장 중요한 아트페어”, “No. 1 아트페어” 등은 <아트바젤>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이다. 하지만, 호수의 백조가 우아하게 떠있는 것은 결코 멈추지 않는 수면 아래 물갈퀴질 때문인 것처럼 <아트바젤> 또한 끊임없는 변신과 차별화 노력을 통해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만6,000㎡ 면적의 전시장에서 76개의 대형 작품을 선보인 <언리미티드 (Unlimited)> 섹터는 그 자체로 중소 비엔날레 전시를 넘어서는 규모를 자랑하며, 젊은 작가 중심의 스테이트먼츠(Statements, 18개 갤러리) 섹터 또한 작가 구성에서 이머징 아티스트 아트페어를 표방하며 같은 기간 개최된 YIA 아트페어(15개 갤러리)의 존립 이유를 희석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것이 꼭 <아트바젤> 중심의 외연 확장이나 시장 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아트바젤> 기간에 열리는 <리스테(Liste)>, <볼타(Volta)> 및 <포토바젤(Photo Basel)> 등의 관계자 및 참여자 중 다수는 아트 바젤의 위상과 ‘낙수 효과’를 긍정하는 편이다. 실제로 아모리 쇼(The Armory Show)와 계열사 관계인 볼타바젤의 창립자이자 현 디렉터인 아만다 컬슨(Amanda Coulson)은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트바젤>을 중심으로 묶인 바젤 아트페어들 간의 클러스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포토바젤> 디렉터 스벤 아이젠후트(Sven Eisenhut) 또한 “전 세계에 이미 220여 개의 아트페어가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아트페어인 <아트바젤>과 같은 기간에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볼타>나 <포토바젤>이 어떤 경쟁에도 노출되지 않은 채 이른바 <아트바젤>의 ‘위성 아트페어’ 위치에 안주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포토바젤에 참여한 파리의 갤러리 Dix9(Galerie Dix9) 디렉터는 “바젤을 찾는 컬렉터 대부분이 <아트바젤> 외의 다른 아트페어를 찾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으며, 창동레지던시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던 스위스 작가 퀸동(Quynh Dong)은, “나는 <아트바젤>과 <리스테> 딱 2개의 행사에만 간다”며, 그 외엔 바이엘러 재단과 같은 바젤 지역 미술관, 갤러리 전시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렇듯 제한된 낙수효과에 직면한 위성 아트페어들은 결국 <아트바젤>을 찾은 컬렉터들을 어떻게 자신들과 연결시킬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개념미술 작가인 존 발데사리가 <언리미티드> 섹터에 출품한 <귀 소파: 코 꽃꽂이(Ear Sofa; Nose Sconces with Flowers)> <언리미티드> 섹터에 출품된 수 윌리엄슨(Sue Williamson)의 작품 <대서양 항해로부터의 메시지(Messages from the Atlantic Passage)>​​

<언리미티드> 섹터에서 아트페어화하는 세계 비엔날레에 대한 도발 의식을 읽어내자면, 스위스 바젤시의 특정 구역을 택해 장소특정적 예술(Site-Specific Art)을 표방하는 조각이나 퍼포먼스 작품을 갤러리들과 공동으로 선보이는 <파쿠르(Parcours)>(8회째인 올해의 경우 22점을 선보였다) 섹터는 경쟁과 독점이라는 본질적 생태에 스스로 제동을 걸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파는 것이 존립 이유인 아트페어에서 기본적으로 팔기 어려운 ‘장소특정적 예술’을 내놓은 것이 아닌가? 물론 <파쿠르> 섹터의 작품들이라고 ‘안 파는 것’이나 ‘못 파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철 나무(Iron Tree)>로, 파쿠르 전시 공간의 중심인 스터 광장에 설치된 대형 금속조각이다. 시간의 흐름 속 역사와 문화의 뿌리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성찰할 회를 준다는 설명이지만, 정작 장소특정적 예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바젤 지역과 작품 간계성은 거의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멀쩡한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이나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과 은 경우다. 바젤 한복판에 심어 놓아도 멋져 보이는 이 육중한 철 나무는 말 그대로 파쿠르 섹터의 물오른 프로모션 감각을 한껏 내뿜고 있다. 입장권이나 VIP 티켓 없이 관람할 수 있으나, 바젤이나 근교 도시 거주민을 제외하고 <파쿠르> 작품만을 보러 ‘바젤’을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상황에서, 이 나무의 주된 관람자들은 철로 된 나무도 쉽게 ‘조경’ 플랜에 포함시킬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바젤의 공공 공간까지 아트페어의 브랜드 가치 향상과 작품 판매 증진을 위해 망설임 없이(unlimited) 활용한다는 상업화 비판은 여기서 출발한다.


<언리미티드> 섹터에 출품된 닉 케이브(Nick Cave)의 작품 <스피크 라우더(Speak Louder)> 미국의 개념미술 작가인 존 발데사리가 <언리미티드> 섹터에 출품한 <귀 소파: 코 꽃꽂이(Ear Sofa; Nose Sconces with Flowers)>

다만 <파쿠르> 섹터 참여 작가들의 면면이나, 그 작품들이 던지는 메시지에 대한 관객(컬렉터)들의 ‘공감’이 열린 공간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뮌스터 광장의 위치부터, 작품 설명 안내판에 이르기까지 <파쿠르> 섹터의 운영은 다른 아트페어들이 열리는 전시장들을 포함한 광역 비엔날레의 그것에 가깝다. <아트바젤>이 운영 중인 강연 중심의 섹터 ‘ 컨버세이션’이나 춤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 리스테의 ‘퍼포먼스 프로젝트’ 또한 이러한 열린 운영에 초점이 맞춰진 행사라 할 수 있다. 자기 브랜드만의 색깔을 강조하여 특정 계층의 이목을 독점하기보다는, 바젤 아트페어 클러스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들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토바젤>의 사진 특화 전략이나, <볼타>의 세컨드 아트페어 전략 모두 이러한 클러스터 생태계에서 유리한 전략이다. 물론, 판화나, 종이 매체 기반의 예술에 특화된 싱가포르의 비영리 예술기관이며 이번 <아트바젤> 에디션(Edition) 섹터에 참여한 STPI의 디렉터 에미 우(Emi Eu)의 말처럼, 바젤은 철저히 유럽, 미국 스타일이 주도하는 시장이며, 이런 식의 아트페어 전략이 반드시 아시아의 방식, 혹은 우리의 방식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미 5년째인 <아트바젤> 홍콩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아트페어 클러스터가 홍콩에 생겨난 지금, 각자도생에 가까운 한국 아트페어 시장의 향방을 읽어내고 대책을 강구하는 데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인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작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라이브 쿠킹 설치작업 <갤러리아 콘티뉴아(Galleria Continua)>를 출품했다. <언리미티드> 섹터에 출품된 닉 케이브(Nick Cave)의 작품 <스피크 라우더(Speak Louder)>​​

정필주 / 예술사회학

정필주는 예술사회학을 기반으로 전시기획, 평론활동을 한다. ‘다이얼로그 프로젝트’(일년만미슬관), ’시각난장 234‘(장안평 중고자동차매매단지) 등을 기획했다. 도시재생과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예술 불공정상담센터 코디네이터로도 일하며, 1인 예술기획사 예문공 대표이다. 예술인복지/여성미술/문화예술 디지털화에 관한 다수의 논문과 기고글이 있다.https://artkoreablog.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