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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e into Korean Art, Gwangju(Part2)

posted 2023.07.26


Dive into Korean Art, Gwangju(part2)


광주에서 일주일, 한국 예술과 광주 비엔날레에 빠지다


4월 5일 수요일, 셋째 날


임용현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가볍게 오르막길을 오르며 셋째 날을 시작했다. 임용현 작가의 스튜디오는 광주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가파른 골목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스튜디오에 도착한 후 우리는 사무실로 이동하여 임용현 작가의 발표를 들었다. 영화 연출과 방송사 PD로 미디어 방송 경력을 시작한 임용현 작가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크린 앞에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과 스크린 뒤에서 실제 벌어지는 과정 사이의 간극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으며, 그때의 작업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미디어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임용현 작가의 작업은 미디어의 이중성, 특히 사회로서 우리가 미디어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적인 플랫폼을 어떻게 탐색하는지, 우리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에 이런 플랫폼이 사회적으로 어떤 여파를 미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의 발표를 들으면서, 현실과 물리적 공간에 대한 인식을 약화시키는 기기와 소셜 미디어에 대한 우리의 의존성을 통해 임용현 작가가 21세기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과 문제를 제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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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임용현 작가의 발표


오후에는 몇 개의 전시를 더 관람하고 네트워크 세션에 참여하기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er, ACC)으로 향했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ACC가 연구와 창제작 활동을 통해 국제 예술 교류에 힘쓰고 있다는 소식을 익히 들었으며 2021년에는 ACC의 온라인 스튜디오 방문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어, 이번 ACC 방문을 고대하고 있었다. ACC에 도착해 건물 투어를 하면서, 특히 어린이 전용 학습 공간과 아시아 전역의 문화유산 데이터를 수집, 전시하는 도서관 겸 아카이브 센터를 인상 깊게 둘러보았다.


ACC에서 두 개의 전시를 관람했다. 먼저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크게 유행했던 아날로그 VHS 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 대여 문화를 잘 보여주는 아카이브 전시인 《원초적 비디오 본색》을 보았다. 이어서 뉴미디어 예술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동아시아 철학을 재해석하는 《사유 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를 감상했다.


개인적으로 ACC 방문의 백미는 단연코 네트워크 세션으로, ACC 전당장과 예술경영지원센터(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KAMS) 대표의 개회사로 세션이 시작되었다. 이어서, 각국의 대표단에게 이번 광주 여행에 대한 짤막한 소감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며 광주에서 만났던 작가들도 모두 함께 자리한 덕분에 가벼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2021년에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분들뿐만 아니라 2022년에 연락을 주고받았던 교육팀과도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이메일과 화면으로만 소통하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되니 매우 기뻤다. 그날 저녁 호텔로 돌아가면서, 나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임용현 작가의 탐구부터 우리를 연결하는 얽힌 실타래에 대한 명제를 담고 있는 《사유 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에 이르기까지, 하루 동안 마주했던 여러 순간과 아이디어들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소속감을 공유하고 추구하려는 열망은 하루의 끝자락에서 인간이 갖게 되는 공통된 경험인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예술은 소셜 미디어와 유사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기술인 동시에 서로를 연결하고 이해하는 테크놀로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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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스튜디오를 방문했던 모든 작가와 함께 찍은 단체 사진


4월 6일 목요일, 넷째 날


안개가 자욱하고 비가 내리는 아침, 대표단은 광주 비엔날레에 도착했다. 이전 사흘 동안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던 것과는 달리, 넷째 날은 광주 비엔날레에 참석하는 일정만 있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우리는 각자 갤러리와 비엔날레 전시관을 돌아다녔다. 제14회 광주 비엔날레의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모순과 역설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물의 능력을 말하는 도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 전시장은 비엔날레의 4가지 소주제에 맞춰 4개의 갤러리로 전시 공간을 구획하여 민주화, 불평등, 지역/토착 문화의 재해석, 탈식민주의, 이주 및 생태 보존 등의 주제를 탐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다양하고 폭넓은 전시 작품 가운데 내가 정말 감동한 부분은 작품의 재료를 사용할 때 환경 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었다. 모든 예술 작품과 작품 라벨을 골판지에 프린팅하고 천연 섬유를 패널로 활용했으며 저녁 리셉션에서는 과자를 접시로 이용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지속 가능성이 더 높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대단한 혁신은 아니지만 이러한 선택이 개인으로서 그리고 이런 전시를 주최하는 예술 전문가로서 얼마든지 달성 가능한 방법임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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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광주 비엔날레 전시 작품 재료에서 엿볼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


광주 비엔날레 전시 프리뷰를 끝으로 이번 광주 여행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다음 날 아침 나를 포함한 대표단 일부는 광주를 떠나 다시 인천으로 갔다. 이번 여행은 세계 각국의 예술 전문가들과 만나고 광주에 기반을 둔 한국 예술계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고무적인 기회였다. 여러 한국 작가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인도네시아 큐레이터로서, 협업했던 한국 작가들과 이번 광주 여행에서 만난 6명의 작가 사이에서 몇 가지 유사점과 특이점을 볼 수 있었다. 한국 작가들의 철학에 대한 강한 관심, 특히 이데올로기적 추진력으로 존재하는 자연 상태에 대한 동아시아 사상과 서구 지향적 접근법의 융합점을 관찰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의 원초적 감각에 대한 심도 깊은 개인적 탐구가 예술, 과학, 테크놀로지, 개인의 역사, 공동의 기억을 한 데 융합한 최첨단 작품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강조는 글로벌 맥락에서의 지역성이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하며, 이 개념은 이번에 방문한 스튜디오와 전시장, 심지어 광주라는 도시 자체에서 내게 강한 공감을 일으킨 개념이다.


아마도 이는 광주에 머물기로 한 자신의 결정과 고향인 광주를 글로벌 허브로 보는 김상연 작가의 말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매리 작가, 강운 작가, 이이남 작가 또한 예술 작업을 통해 의미를 찾을 때 각자 나름의 개인사와 고향과의 관계에 깊은 뿌리를 두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자신을 재창조하는 우제길 화백의 모습과 과거 자신의 전문적인 경험에서 발전해 온 임용현 작가의 작업 방식 자체가 우리의 상호 연결된 공동체에서 자신을 재창조하는 길이자 더 광범위한 서사와 연결되는 길이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광주 작가를 주목하다’ 프로그램을 통해 광주 여행을 시작하면서 주목한 또 다른 측면은 예술가와 예술계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었다.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를 휩쓸었던 지난 20년 동안 정작 예술과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문화 교류와 프로젝트를 촉진하며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형태의 지원책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적으로 호응하는 역동적인 한국 예술계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과 해외 예술 전문가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광주 작가를 주목하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 작가들과의 만남은 매우 흥미로웠으며 언젠가 예술계의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하도록 신예 작가들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닌 자니(Nin Djani)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누산타라 현대 미술관에서 주관하는 교육 및 공공 프로그램의 큐레이터이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인도네시아의 큐레이터 단체 ARCOLABS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