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미술전문가

[인터뷰] 세계 미술시장의 1%가 채 되지 않는 한국 미술시장을 국제화하는 일

posted 2021.12.08


1995년 설립된 크리스티 한국 사무소는 26년간 크리스티의 지사로서 역할을 유지해왔다. 2017년 크리스티 코리아(Christie’s Korea)로 개칭했다. 2017년 대표직에 취임해 현재까지 지사의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학준 대표를 만났다.


크리스티 코리아 이학준 대표. 이미지 월간미술 제공.

크리스티 코리아 이학준 대표. 이미지 월간미술 제공.

2017년 대표직을 담당하면서 크리스티 코리아가 한국미술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발판이 되겠다는 기관의 목표를 밝혔다. 한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홍콩 경매에 출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리스티 코리아는 2019년 크리스티 홍콩 이브닝 경매에 김환기의 〈05-IV-71 #200(Universe)〉(1971)를 올려 구매자 수수료 포함가인 153억 4930만 원에 낙찰시켰다. 올해 5월에는 김창열의 〈CSH Ⅰ〉(1978)이 14억 원에 낙찰되어, 자신의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 유명 작가를 미술시장의 바로미터라 볼 수 있는 이브닝 경매에 올리는 것은 국제 시장에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과정이기에 실상 수익보다 중요하다. 김환기, 이우환, 김창열, 단색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아야 이후세대 작가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김환기의 작품이 성공적으로 판매되기 전까지 그를 아는 크리스티 직원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은 직원이 작가를 안다. 크리스티는 국제적인 회사이기에 그 안에서 직원들에게 한국미술을 홍보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정보를 고객에게 전하는 일이 된다.


2021년 5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 연단에 선 일레인 곽(Elaine Kowk)의 모습 제공 : Christie's'. 이미지 월간미술 제공.

2021년 5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 연단에 선 일레인 곽(Elaine Kowk)의 모습 제공 : Christie's'. 이미지 월간미술 제공.

크리스티 아시아의 본거지가 홍콩이기에 크리스티 코리아의 경매 역시 홍콩에서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크리스티 아시아를 이루는 하나의 지사로서 크리스티 코리아의 특성은 무엇인가.
우리를 포함해 자국의 특성을 지니면서도 세계적인 주제를 담아낸 작품 목록을 본사에 소개하고, 경매에 중개하는 크리스티 지사는 아시아에 열 군데다. 그러나 그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크리스티 재팬은 크리스티의 주요 작품 위탁 센터다. 일본에 분포하는 중국 고미술이 일본 지사를 거쳐 크리스티에서 다수 거래된다. 싱가포르 지사는 중국으로 통하며, 보석 등 럭셔리 경매가 활발하게 중개된다. 크리스티 코리아는 미술의 변화 추이를 과감하게 흡수하는 한국 고객의 성격을 반영해 순수미술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다. 아시아 경매는 상하이에서 일 년에 한 번,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경매를 제외하고 전부 홍콩에서만 진행된다.


한국 미술시장은 여타 국가에 비해 작은 규모이고, 거래 품목도 동시대 미술 위주다. 그럼에도 크리스티가 한국 지사를 유지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
우리는 홍콩 경매에서 좋은 반응이 예상되는 한국의 수작(秀作)을 본사에 추천해 협의한다. 협업 과정에서 본사는 한국 트렌드를 읽게 된다. 또한 미술품은 국민들이 자국의 미술품을 사면서 국제화된다. 일례로, 활황을 맞은 베트남 미술계는 빠르게 시장을 성장시켜왔다. 5월 홍콩 이브닝 경매에서 한국 지사는 김창열의 작품 한 점을 올렸는데, 베트남 작가들의 작품은 8점이 올라갔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베트남 사람들이 구매했다. 구매 이력이 생기면 각국 컬렉터의 관심을 끌게 되고, 국제 시장에서 명성을 쌓을 수 있다. 그래서 장기 노출은 중요하다. 꼭 동시대 미술이 아니더라도 2018년 4월 뉴욕에서 열린 한국 고미술 경매에서 분청사기가 한화 약 30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이에 같은 해 크리스티 런던에서 도자기 경매를 진행할 때, 한국이 도자기의 역사가 깊은 것을 알고 본사에서 우리에게 연락해왔다. 당시 크리스티 코리아는 권대섭의 달항아리를 출품해 국내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7만 달러 후반에 거래를 마쳤다. 이러한 일화가 쌓여 지역 미술의 잠재력을 인증하게 되기에, 크리스티에서도 각 지사를 꾸준히 지켜보는 것을 회사의 전략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크리스티가 변경한 경매 방식이 있을까.
크리스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응찰하는 하이브리드 경매를 만들고, 런던 뉴욕 홍콩이 동시에 릴레이 경매를 했다. 릴레이 경매는 전 세계 크리스티 직원들이 시차에 관계없이 함께 경매를 이어가는 시스템이다. 크리스티는 이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NFT아트, 프리즈 설립 확정을 비롯한 이슈들이 출몰했다. 크리스티 코리아가 경매로서 드러내고자 하는 세계 및 지역미술의 변화는 무엇인지 알고 싶다.
크리스티는 뉴욕에서 NFT 아트를 세계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등장시킨 공로가 있다. 크리스티는 상업 경매 회사이지만, 문화사업을 한다는 개념이 그 중심에 뿌리내려 있어 여러 지역의 다양한 미술품을 적극 알리고자 한다. 2021년 상반기를 보내고, 크리스티는 크리스티 글로벌 경매 판매액의 39%를 차지한 아시아 구매자들의 참여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상황도 반영된다. 크리스티 본사에서도 프리즈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사실에 관심이 많다. 국제적인 1차 시장이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흡수하면 국제적인 경매에도 한국 작가가 다수 등장하게 되어 한국미술이 한층 도약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이 원고는 월간미술 2021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월간미술이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