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편집부

Q 경매사의 업무 루틴이 궁금하다. 주 업무는 무엇이며 스페셜리스트와 어떻게 다른가.
경매사는 경매 당일 진행을 총괄한다. 회의를 통해 영업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진행 스텝들과 리허설을 통해 세팅 상황을 체크한다. 150여 점 정도 되는 경매 작품들에 대한 조건이 변동되는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므로, 이를 사전에 확인한다. 경매 시작 시 진행하는 안내 멘트, 각 작품의 시작가와 호가 등을 확인하고 단상에 올라 작품 하나하나를 경매로 진행하고 매매를 중개하는 일을 맡는다. 반면 스페셜리스트는 경매 준비 및 진행에 있어 특화된 직무로, 작품을 미술사적, 시장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감가하고 출품될 작품을 선별하고 경매를 조직한다. 두 업무가 완전히 다르지만, 서울옥션은 스페셜리스트 출신이 경매사를 겸하고 있어 작품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보다 전문적으로 경매를 진행할 수 있다.
Q 미술품 경매사가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직업인 듯하다. 국내 현재 몇 명의 경매사가 활동하나. 덧붙여 어떻게 경매사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국내에 미술품 경매회사가 많지 않고, 한 회사에 1-3명 정도의 경매사가 있으니 다 합쳐도 30명이 채 안 될 것이다. 미술품 경매는 회사를 대표하는 업무고, 경매에 관한 주요 내용을 숙지하고 임해야 하므로 보통 회사에 소속된 사람이 경매사가 된다. 서울옥션도 사내에서 경매사를 양성한다. 2005년 말 당시 경매사가 1명만 있던 상태에서 테스트를 통해 선발됐고, 선임 경매사와 함께 2006년부터 시작된 미술시장의 호황을 직접 경험하며 많은 경매를 진행했다. 홍콩 법인 설립 초기에는 홍콩 경매도 약 1년간 진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Q 경매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이벤트의 과정과 풍경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신다면.
경매는 무엇보다 굉장히 스릴 있고 재미있다. 출품작이 확정되면 도록을 만들고, 부산과 서울에서 전 작품을 전시한다. 고객들은 전시에 와서 실제 작품들을 눈으로 감상하고, 경매 당일 작품들을 경매사의 지휘하에 경매로 진행한다. 경매장 앞쪽 중앙에 단상이 만들어지고, 중앙에는 고객들이 앉아 패들을 들어 응찰한다. 현장에 오지 못하는 고객들이 서류로 원하는 작품의 금액을 미리 적어 제출하는 서면 응찰과 전화로 연결해 직원들이 대신 패들을 드는 전화 응찰, 홈페이지에서 직접 클릭해 응찰하는 온라인 응찰도 있다. 경매사가 가격을 부르며 진행할 때 원하는 작품에 패들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고, 작품을 원하는 사람이 많을 땐 경합이 이루어지며, 예상했던 추정가보다 더 높은 금액에 낙찰되는 경우엔 박수가 터지기도 한다. 경매는 얼마에 낙찰될지 알 수 없는 생방송의 현장이기 때문에 스릴 넘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Q 경매의 최초 시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가.
모든 경매 작품에는 추정가가 있다. 낮은 추정가와 높은 추정가가 매겨지는데, 이는 이 정도 금액에 작품을 구매하면 좋다는 가이드라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낮은 추정가다. 실제 고객에게 판매가 시작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은 경매가 이뤄지는 시점에 다시 가격이 책정된다. 같은 작가여도 제작 시기, 재질, 크기, 작품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수요와 변동되는 전시가, 해외 거래가도 고려한다. 단 한 점도 쉽게 가격을 매길 수 없어 감가는 가장 어렵고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Q 작품 낙찰의 순간이 많은 매체에서 그려진다. 추가 금액이 가늠되지 않는 그 순간을 어떻게 잡아내는가.
경매사는 손님의 심리를 빠르게 읽어야 한다. 고객의 표정, 눈빛, 몸짓으로 이를 판단한다. 전화로 대리응찰을 하는 경우엔 직원이 통화하면서 나오는 반응을 통해 유추하고, 이때 전체 상황을 확인하며 한 작품을 마무리하는 낙찰을 결정짓는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응찰이 활성화되면서 보이지도 읽을 수도 없는 고객의 결정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졌다.

Q 본인이 경험한 가장 뜨거웠던 경매이벤트를 꼽는다면.
가장 잊지 못할 작품은 이중섭의〈소〉다. 2010년 서울옥션은 이 작품으로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때 작품이 경매에 출품되는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2018년엔 이중섭의 또 다른〈소〉가 출품됐는데, 20억 원에 시작한 경매가 패들을 한 번 들 때마다 1억씩 호가가 올라갔다. 36억 원이 되는 순간, 최고가가 경신됐고 이후 패들이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기록이 쓰였다. 높은 계단을 하나하나 천천히 오르듯 신중히 경매를 진행했고, 결국 작품은 47억 원에 낙찰됐다. 우리 미술사의 한 획을 긋는 작가의 대표작을 경매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장을 직접 진행할 수 있어 무척 영광이었다.
Q 동향에 대한 지식, 쇼를 이끄는 카리스마와 발성, 순발력 등 다양한 능력이 요구될 것 같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경매사의 주요 덕목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경매를 진행하며 느낀 점은 순간적인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상황, 특히 팬데믹으로 변화된 환경에선 더 많은, 빠른 판단이 필요해졌다. 경매는 작품을 위탁하고 구매한 사람을 연결하는 중개 역할이다. 자산이 매매되는 현장이므로 경매사의 신중함과 판단력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작품에 관한 내용과 이것이 어느 정도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적당한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작품과 시장에 대해 잘 알고 확신이 있으면 경매사는 단상에서 자신감이 있다. 이외에 많은 사람을 집중시키고 2-3시간 동안 경매를 이끌어야 하므로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Q 최근 온라인 뷰잉룸이나 로봇 등 다양한 기술과 프로그램의 발전에 따라 경매사의 불확실한 미래를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경매사는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경매사는 단순히 가격을 말하는 호가인이 아닌, 작품이 미술사적, 시장적 가치를 제대로 부여받고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작품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직업이다. 그 과정엔 고객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온라인 경매 비중이 늘어났지만, 4차 산업사회에서도 결국 고가의 미술품 시장은 AI로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매사는 미래에 더 유망한 직업이 되리라는 것이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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